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8일 오후 대구시 중구 대봉동 민주당 대구시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고발 사주’ 의혹이 불거지자 ‘추-윤 갈등’의 한 축인 추 후보의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뉴시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8일 오후 대구시 중구 대봉동 민주당 대구시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고발 사주’ 의혹이 불거지자 ‘추-윤 갈등’의 한 축인 추 후보의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더불어민주당 안팎에서는 국민의힘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고발 사주’ 의혹이 불거지면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최대 수혜를 얻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지난 2일 인터넷매체 뉴스버스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재직 시절 검찰이 지난해 4월 총선을 앞두고 김웅 국민의힘 의원을 통해 범여권 정치인들에 대한 형사 고발을 사주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정치권이 들썩이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정국을 뒤흔들었던 ‘추미애-윤석열 갈등’이 재조명되고 있다. 추 전 장관은 윤 전 총장을 ‘정치 검찰’이라고 몰아세우며 사사건건 충돌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윤 전 총장을 직무에서 배제하고 징계를 청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민주당 내에서는 추미애 전 장관의 ‘윤석열 때리기’가 결국 윤 전 총장을 대선주자로 키웠고 중도층 표심까지 돌아서게 만들었다는 비판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추-윤 갈등'이 검찰개혁의 명분까지 퇴색시켰다는 지적도 나왔다. 추 전 장관의 대선 출마를 두고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추 전 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내가 대선 출마를 하면 윤석열을 키운다는 것은 우스꽝스러운 프레임”이라고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 민주당 일각 “추미애가 옳았다”

그러나 윤석열 전 총장의 ‘고발 사주 의혹’이 제기되자 추 전 장관의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 추 전 장관은 자신이 옳았다는 것이 입증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추 전 장관은 8일 KBS 라디오에서 “제가 일찌감치 말씀드렸지 않나”라며 “정치 검찰에 불과한 윤석열, 지지율 높다고 덜컥 국민의힘에서 입당시키면 아마 당이 풍비박산 날 거다. 제가 경고한 대로 후과를 지금 치르는 중이다”고 꼬집었다.

추 전 장관은 지난 2일에도 페이스북을 통해 “윤석열 전 총장의 정치검찰 행태는 법무부 장관 재임 시절 익히 확인해왔고 이에 대해 감찰과 징계까지 진행했었다”고 강조한 뒤 “수하 검사를 시켜 고발인 명의만 비워둔 ‘백지 고발장’을 직접 작성하고 증거자료까지 첨부하여 야당에게 고발을 사주하는 공작을 벌이는 것까지는 미처 상상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추미애 캠프’는 ‘이낙연 캠프’ 선거대책위원장인 설훈 의원이 한 방송에서 “추미애 장관 시절에 참 열성적으로 검찰개혁을 위해서 애를 썼다는 건 저는 인정한다”면서도 “그러나 방법과 결과론을 따지면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라고 비판하자 입장문을 내고 “윤석열의 만행을 보고도 그런 소리가 나오나”라고 따져 묻기도 했다.

‘추미애 캠프’는 “추미애 전 장관은 70년 검찰 역사상 유사한 예를 찾아볼 수 없는 극악무도한 정치검찰 집단을 상대로, 그들의 과오와 죄상을 낱낱이 확인하고 수사지휘·감찰·징계로 그들을 다스린 것”이라며 “추미애 전 장관의 수사지휘와 감찰, 그리고 징계 이후 이루어진 윤석열 일가와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와 재판으로 ‘추미애가 옳았음’이 하나하나 입증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설훈 위원장의 망발처럼 정말 ‘아무 것도 된 게 없다’면 윤석열과 그 일파의 악행과 죄상은 결코 드러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추미애가 옳았다”며 추 전 장관을 치켜세우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청래 의원은 지난 7일 페이스북을 통해 “추미애가 옳았다. 윤석열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추미애의 진가를 다시 본다”며 “꽃이 지고 나서야 봄인 줄 알았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윤 전 총장의 ‘고발 사주 의혹’ 파장이 민주당 대선 경선 판세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추 전 장관은 민주당 대선 경선 초반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낙연 전 대표와 함께 ‘빅3’로 평가받던 정세균 전 총리를 위협하고 있다. 첫 순회 경선 지역이었던 충청권 경선 결과 추 전 장관이 정 전 총리와 3위 다툼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일 대전·충남 경선에서는 정세균 전 총리(7.84%)가 추미애 전 장관(6.67%)을 제치고 3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하루 뒤 세종·충북 경선에서는 추 전 장관(7.09%)이 정 전 총리(5.49%)를 근소한 차이로 앞서며 3위로 올라섰다.

추 전 장관은 KBS 라디오에서 “제가 충청, 대전, 세종에서 충청 대세론 이야기를 했는데 (주위에서) 이재명 후보 대세만 확인된 것이 아니고 추미애 추세도 확인됐다.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박창환 장안대 교수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추 전 장관이 세종·충북 경선에서 3위를 했는데 결국 윤석열 전 총장의 고발 사주 의혹이 확산되면서 그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고발 사주 의혹이 커지면 커질수록 판세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겠지만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호를 주장했던 강성 지지자들이 소신 투표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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