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부터 장충동 호텔 사업 구상, 2016년 건축 허가 후 2018년 착공
4년째 진척 無, 옛 건물도 여전히 존재… 설계변경만 수차례
파라다이스시티 복합리조트 사업에 주력… “코로나로 잠시 숨고르기 중”

/ 제갈민 기자
파라다이스그룹이 서울 장충동에 서울 호텔 건립을 오래 전부터 구상한 것으로 알려지지만, 파라다이스 서울 호텔은 현재 공사가 잠정 중단된 상태다. / 장충동=제갈민 기자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시작으로 호텔 및 복합리조트(IR) 사업까지 사세를 넓힌 파라다이스그룹이 서울 지역의 첫 파라다이스 호텔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 내 호텔 사업을 계획한지 2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아직까지 결과물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파라다이스그룹은 20년 전인 2002년쯤부터 서울시 중구 장충동에 위치한 본사 사옥 일대를 호텔로 재건축하는 서울 지역 파라다이스 호텔 사업을 구상했다. 당시 구청에 호텔 착공과 관련한 서류도 준비해 제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파라다이스그룹은 당시 서울 호텔 건립을 위해 주변부지 추가 매입도 추진하고, 대략적인 준공 시기도 잠정 확정지었다. 계획대로면 장충동에 들어설 것으로 알려진 파라다이스 호텔 서울(가칭, 이하 장충동 파라다이스 호텔)은 장충동2가 일대 1만3,949.5㎡(약 4,220평)의 부지에 지하 5층∼지상 23층(연면적 7만9,145㎡, 객실 500실) 규모로, 최종 준공 예정일은 2004년 9월쯤으로 알려졌었다.

/ 맵박스 지도 갈무리
파라다이스 서울 호텔이 들어설 것으로 알려진 부지는 동대입구역 인근으로, 주변에 5성 호텔이 자리하고 있어 호텔 격전지로 꼽힌다. / 맵박스 지도 갈무리

그러나 장충동 파라다이스 호텔이 들어설 것으로 알려진 부지는 20년이 지난 현재까지 제대로 된 공사를 시작하지도 못한 상황이며, 여전히 옛 파라다이스 복지재단 건물이 버젓이 위치하고 있다. 기존 건물도 허물지 못한 상황이라 당장에는 준공 시점을 예측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장충동 파라다이스 호텔 건축과 관련해서는 지난 2016년 6월 서울 중구청으로부터 건축 허가를 받았으며, 이후 2018년 5월 30일 중구청에 착공 신고서를 접수한 것으로 확인된다. 파라다이스그룹이 장충동 호텔 착공을 시작한 시점부터 계산하더라도 약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호텔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현재 호텔이 들어설 것으로 알려진 부지 주변에는 공사장 펜스만 둘러져 있을 뿐 공사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

공사는 진행되지 않고 있지만, 파라다이스그룹은 현재 호텔 건립과 관련해 계속해서 구조·설계 변경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공사는 진행되지 않고 있지만, 파라다이스그룹은 현재 호텔 건립과 관련해 계속해서 구조·설계 변경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건축물의 구조나 설계 변경이 이뤄지면 변경할 때마다 심의가 이뤄지는데, 이 과정에서 시간이 다소 소요되고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파라다이스그룹이 2018년 장충동 호텔 착공과 관련한 서류 작업을 마쳤음에도 여전히 사업에 속도가 붙지 않는 배경에는 다양한 추측이 난무한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것은 건축허가와 관련된 것이다. 현행 건축법상 건축허가를 받고 2년 내에 공사를 진행하지 않으면 허가가 취소된다. 이 경우 해당 부지에 다시 호텔 건축 허가를 받기 위해선 앞서 진행한 절차를 재차 진행해야 하는데,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지 않기 위함이라는 얘기다.

이와 관련 서울 중구청 관계자는 “호텔 착공 신고는 모두 진행돼 있어서 건축허가가 취소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고, 다만 설계변경 요청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파라다이스 관계자와 설계 변경 관련해서 협의를 한 번 진행한 적이 있는데, 이 과정을 거친 후 공사를 다시 재개할 예정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고 말했다.

파라다이스그룹이 2010년대 들어 장충동 본사 일대에 5성 호텔 건립을 추진한 배경은 서울 내에 위치한 호텔을 소유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2000년대 중반 파라다이스그룹은 부산과 제주, 인천, 아산 도고 등에 호텔을 운영하면서 호텔&리조트·카지노 전문 기업으로 두각을 드러냈다. 이 중 파라다이스 제주는 2008년 매각을 진행했고, 충남 아산에 위치한 파라다이스 도고는 시설 낙후와 적자 누적으로 2011년 폐점을 결정, 현재는 파라다이스 스파 도고만 운영 중이다.

이로써 파라다이스그룹이 운영하는 호텔은 파라다이스 부산과 인천 영종도에 위치한 파라다이스시티, 그리고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 위치한 파라다이스 아메리카 LLC(엠버시 스위트 호텔)까지 총 3개다.

/ 파라다이스시티
파라다이스그룹은 2017년 인천 영종도에 오픈한 복합리조트 파라다이스시티를 주력으로 비즈니스를 확장하고 있다. / 파라다이스그룹

이 중 핵심 사업은 동북아 최초 복합리조트인 파라다이스시티로 꼽힌다. 파라다이스그룹은 2017년 4월에 호텔·카지노·컨벤션으로 구성된 파라다이스시티 1차 시설을 오픈했다. 이듬해인 2018년 9월 엔터테인먼트 시설로 구성된 2차 시설을 개장했으며, 이어 2019년 3월 원더박스까지 오픈하며 1단계 사업을 마무리했다. 파라다이스시티 사업에는 1조5,000억원 수준의 자금이 투입됐다는 게 파라다이스그룹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외에도 파라다이스그룹은 카지노 사업을 주력으로 삼고 있다. 현재 파라다이스그룹은 서울·인천·부산·제주 등 총 4곳에서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카지노 사업은 외국인 전용으로 운영돼 코로나19 사태로 외국인 입국이 제한된 상황 속에 정상 운영이 힘든 상태다. 호텔도 외국인 고객이 상당수를 차지하던 업종으로 꼽혀 코로나로 인한 타격이 크다.

이로 인해 파라다이스그룹은 2020년 매출이 4,538억원으로 전년 대비 반토막 이하 수준으로 주저앉았고, 영업손실 862억원, 당기순손실 1,669억원을 기록했다. 2021년에 들어서는 상황이 조금 나아지긴 했으나, 여전히 △매출 4,145억원 △영업손실 553억원 △당기순손실 708억원 등을 기록하며 2년 연속 적자에 빠졌다.

이와 관련 파라다이스그룹 관계자는 “파라다이스는 지난 50년간 카지노 사업을 비롯해 호텔, 스파 등 관광산업을 이끌어 왔으며, 2010년대 들어서는 카지노·호텔·컨벤션센터 등 여러 관광 엔터테인먼트 시설을 복합한 IR(복합리조트) 개념을 해외에서 벤치마킹해 주력 비즈니스로 추진했다”며 “복합리조트 파라다이스시티는 2014년 착공해 2017년 4월 첫 개장 후 2019년 3월까지 순차적으로 시설을 오픈해 1단계 사업을 완성했고, 이어 2단계 부지는 스마트 테마파크 기업 ㈜모노리스와 전략적 제휴를 통해 오는 2025년 스마트 레이싱파크 사업을 오픈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파라다이스시티 사업은 조 단위의 금액이 투입됐는데, 이 과정에 서울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기가 쉽지 않았다”며 “2019년 3월에 파라다이스시티 원더박스까지 오픈한 후에는 실적도 상당부분 개선됐고, 서울 호텔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려 했으나 예상치 못한 코로나19가 발생해 현재는 환경변화를 예의주시하면서 사업계획을 수정 중인 단계에 있다고 이해를 하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파라다이스그룹은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 1단계 사업을 완료한 2019년 당시 매출이 전년 대비 1,900억원 이상 급등한 9,800억원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은 519억원으로 20배 이상 뛰어 올랐다. 당기순이익도 이전까지 적자를 기록하던 모습과 달리 67억원으로 흑자전환을 알렸다.

이러한 호실적을 기반으로 서울 호텔 사업을 추진하려 사업 계획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코로나19라는 변수를 맞으며 사업 계획을 대대적으로 수정하는 등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한편, 서울 중구 장충동에는 서울 신라호텔과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 그리고 최근에 리모델링을 마치고 리뉴얼 오픈을 알린 앰배서더 서울 풀만 등이 자리를 펴고 있다. 북쪽으로 조금만 올라가면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동대문과 JW메리어트 동대문스퀘어 서울 등도 위치해 장충동과 동대문 일대는 강남에 이어 5성 호텔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는데, 향후 파라다이스그룹의 참전이 기대된다.

장충동 파라다이스 호텔은 설계 변경 과정에서 호텔 규모가 지하 5층∼지상 20층으로 3개층이 줄어들었고, 객실 수는 230실로 조정됐다.
 

해당 기사는 2022년 2월 23일 14시 48분경 포털사이트 등으로 최종 출고되었으나, 파라다이스그룹 측의 요청으로 사업 현황 및 계획에 대한 추가 설명을 반영해 2월 23일 16시 40분경 수정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이후 취재원 및 파라다이스그룹 측의 요청으로 입장을 반영해 2월 24일 10시 20분경 추가 수정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수정 후) 파라다이스는 지난 50년간 카지노 사업을 비롯해 호텔, 스파 등 관광산업을 이끌어 왔으며

※ 시사위크는 ‘기사수정이력제’를 통하여 기사가 수정된 이유와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저널리즘의 가치를 높이고, 언론의 사회적 책무를 실천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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