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임대주택·공공주택 청년·신혼부부에게 더 많이 공급될 것
민간, 숫자 아직 역부족... 부담가능성과 지역도 고려해야
시사위크=이강우 기자 주거 문제가 출산율 하락의 주된 이유로 꼽히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민·관이 머리를 맞댔다. 이 과정에서 정부와 민간이 서로 공감하는 부분이 있으면서도 비판의 내용도 잇따랐다.
지난 15일 조선일보가 주관한 ‘저출산 극복과 신혼·청년을 위한 주거솔루션’ 컨퍼런스에선 국토교통부를 비롯한 정부 기관 관계자와 명지대학교 교수 등 연구자들이 모여 청년 인구와 신혼부부의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한 발표가 진행됐다. 정부 측은 더 많은 임대주택의 공급을 약속했고,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갈 것을 예고했다. 반면 민간 측은 현 정부의 공급 방식이 ‘공급자 위주’의 정책이라며 추가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발언했다.
먼저 ‘저출산시대 주거복지 정책의 방향’ 연설을 맡은 하창훈 국토교통부 청년주거정책과장은 저출산의 주요 요인을 △높은 경쟁압력 △고용불안 △주거불안 △양육불안으로 세분화했고, 이 중 가장 큰 요소로 ‘주거불안’을 꼽았다.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 시행 계획 및 이행 사항을 전달했다
◇ 저출산 주요 원인은 주거 불안… 정부, 청년·신혼부부 등에 지원 집중
먼저 하창훈 과장은 주택공급의 확대 계획을 언급했다. 청년·신혼부부에게 지난 정부가 공급한 9.7만호의 3배 이상 많은 34만호의 공공분양 공급이 시세 대비 저렴한 가격에 이뤄질 것이며, 청년층과 신혼부부의 내 집 마련 기회 확대를 위한 청약제도가 더 개선될 것이라고 전했다.
앞으로는 부부가 동시에 청약에 당첨돼도 먼저 신청한 청약은 유효로 인정되며, 배우자의 결혼 전 주택 소유 및 청약 당첨 이력은 배제하고 생애 최초 특별공급 심사를 새로 진행하는 등 비교적 젊은 혼인 가구에게 이점을 주는 방향으로 개선됐다.
하 과장은 “기존엔 혼인신고를 하면 주택청약에 있어서 오히려 손해인 경우가 있었다”며 “이는 부부의 혼인율을 낮추고 낮아지는 혼인율은 낮은 출산율로 직결된다”며 청약제도 개선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하 과장은 ‘청년특화 공공임대’ 와 같이 청년의 수요와 일자리 특징을 고려한 공공임대 공급도 늘려가고 있다고 전했다.
하 과장은 주거비 부담완화를 위해 현재 시행 중인 청년월세 특별지원의 기준점이었던 보증금과 월세 금액 기준 등 거주요건을 폐지했다고 밝혔다. 지원 기간도 기존 1년에서 2년으로 확대되며 월 최대 20만원, 24회 지원된다. 이어 신혼 출산 주택자금 마련을 위한 신혼 전세대출 소득요건과 신생아 특례대출 소득요건도 완화됐다.
마지막으로 하 과장은 집이 있더라도 아이를 키울 수 없는 환경에 대비해 혼인·출산 시 가구원수를 고려한 적정면적 공공임대 공급제도를 도입하고 기존 입주 가구가 결혼과 출산으로 넓은 면적 이주 희망 시 예비 입주자로서 최우선으로 순위를 배정하는 중 육아 환경 개선에 정부가 힘쓸 것을 강조하며 발표를 마쳤다.
◇ “정부, 공급자 위주 정책에서 벗어나야”
다음 발언자로 나온 김준형 명지대학교 미래융합대학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공주택의 공급량을 늘리겠다는 정부 측의 입장에 공감하면서도, 더 구체적으로 계획해야 한다고 말해다. 그러면서 전 정부보다 더 많이 공급한다는 것에 집착하지 않고, 공급자 위주의 정책에서 벗어나 더 실리적인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준형 교수가 한국주택금융공사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중간소득을 가진 가구가 주택담보대출을 활용해 구입할 수 있는 주택의 비중은 서울을 기준으로 했을 때 6.4% 밖에 되지 않는다고 발언했다. 그는 우선 공급을 늘리겠다는 국토부의 입장에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다만 김 교수는 국토부의 공공주택 공급 기준을 계속해서 ‘전 정부보다 많이’로 잡은 것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표했다. 김 교수는 “연구를 통해 중위전세가격을 부담할 수 없는 청년 무주택 가구는 77만 세대로 산정되지만, 서울의 행복주택 재고는 1만7,357호 밖에 없다”며 “절대 기준을 전 정부로 잡지 말고 전체 청년인구대비 공급량을 계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현재 입주 대상을 찾는 관점에서도 문제점을 꼬집었다. 김 교수는 “현재 입주 대상 선정을 소득과 자산만을 고려하며, 해당 인원 중 ‘추첨’을 통해 뽑는 방식은 청년가구의 ‘위급함’, ‘시급함’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다”고 언급했다. 김 교수는 국외 사례인 ‘대기자명부’를 예로 들며 “대기자의 특성에 따라 기존 정책을 평가하고 새로운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김 교수는 현재 정부가 제공하고 있는 임대주택이 과연 청년이 ‘부담 가능한’ 금액에 제공되고 있는지에 대해 되물었다. 김 교수는 “정부가 임대주택 및 공공주택을 공급할 때 항상 ‘시세보다 싸게’라고 언급하지만, 과연 시세보다 약간 더 저렴하다고 해서 이를 청년들이 지불할 수 있는 금액인지를 되돌아봐야 한다”고 전했다.
김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서울의 전체 청년 대상 임대주택 중에서 청년이 부담 가능한 임대주택의 비중은 47.2%에 불과하다. 이는 전체 청년 중 절반 이상이 서울에 있는 임대주택을 부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어 전체 임대주택 중 2%밖에 부담할 수 없는 청년이 12.1%, 20%밖에 부담할 수 없는 청년도 38.7%에 달했다. 이는 시세보다 저렴한 임대주택마저 오늘날의 청년들이 부담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 교수는 미국의 사례를 들며 “미국의 공공주택(Public Housing)정책에서도 소득의 30%, 혹은 50% 이상을 임대료로 지불하는 가구를 ‘심각한 주거비부담에 직면한 가구’로 분류해 이들을 대상으로 주택정책을 설계하고 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김 교수는 청년들은 도심 주거를 강하게 선호하지만, 임대·공공 주택은 이를 최대한 고려하지 않고 외각에 많이 건설되는 것 또한 문제라고 언급했다. 김 교수는 “지금의 청년 세대는 교통비를 내면서 멀리사는 것 보단 비싸지만 도심에 가까운 곳에 사는 것이 낮다고 생각하는 비중이 높다”며 “이 같은 사실이 고려되지 않는 것은 지금껏 ‘공급자 중심’의 정책이 펼쳐졌기 때문이다”고 발언했다.
따라서 김 교수는 공공주택을 공급할 때 새로운 성과 기준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체 공급 호수가 몇 개인지, 전 정부에 비해 얼마나 많은지보다는, 청년 인구에게 몇 호의 공공주택이 공급됐는지, 얼마나 부담 가능한 가격에 제공됐는지, 얼마나 살고 싶은 장소에 지어졌는지에 대한 성과 기준이 필요하며,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선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지자체 또한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청년들의 자가 보유 욕구가 큰 만큼 더 많은 임대주택을 부담 가능한 금액으로 공급해 이를 사다리 삼아 미래에 자가를 보유할 수 있는 희망을 심어주어야 한다”며 “만약 정부가 대기자명부를 당장 만들기 어렵다면 제발 청년만이라도 일단 명부를 만들어 임대주택을 시급하게 공급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