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인력, 모두 부족하다"

선(先)구제 후(後)회수의 방식으로 전세사기피해자들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은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본회의에 이달 2일 부의됐다. 사진은 대한민국의 아파트 전경. / 뉴시스
선(先)구제 후(後)회수의 방식으로 전세사기피해자들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은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본회의에 이달 2일 부의됐다. 사진은 대한민국의 아파트 전경. / 뉴시스

시사위크=이강우 기자  선(先)구제 후(後)회수의 방식으로 전세사기피해자들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은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본회의에 부의된 가운데,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다. 비록 본회의 부의 건은 가결됐지만, 실무적으로 전세사기피해자 지원사업을 이끌어가야 할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국토교통부의 입장은 대체로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 전세사기특별법, 본회의 부의 확정

국회는 2일 본회의를 열고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의 본회의 부의의 건을 가결했다. 투표는 재석 268명 중 찬성 176표 반대 90표 무효 2표를 받고 가결됐다. 아직 최종 통과는 아니다. 본회의로 부의된 법안이 상정되기까지 국회의장과 교섭단체 대표와의 협의가 남아있으며, 최종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할 수도 있기에 아직 시간이 더 걸릴 예정이다.

다만 선구제 후회수 방식의 경우 주택도시보증공사나 국토교통부와 같은 정부·실무기관의 재정부담, 인력 부족과 같은 사항에 대해 심도 있게 토의한 적이 없다는 것이 해당 기관들의 입장라는 점에서 앞으로도 지속해서 의견이 엇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지난달 30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주최로 여의도 전경련타워 타원에서 열린 ‘전세사기 피해자 보호를 위한 HUG의 역할’세미나에선 ‘전세사기특별법’이 강행됐을 시 벌어질 혼란과 실무적인 입장에서의 우려가 제기됐다.

해당 세미나에서 다뤄진 가장 주요 핵심은 이 법안이 통과됐을 경우, 피해자 지원사업을 실질적으로 이끌어야 할 실무기관들의 △법적인 해석의 모호성 △실무기관의 자금 부족 △인력 부족 △시간 부족 △전문가의 의견을 배제한 법안 상정에 대한 설명이었다.

HUG는 현재 임차보증금반환채권에 대한 공정가치를 제대로 평가할 기준이 없음을 언급했다.  최우석 HUG 전세사기피해자 경·공매지원센터 팀장은 “지역에 따라, 주택 유형에 따라 30%가량 낙찰가 차이를 보이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제대로 평가할 방법이 법적으로 딱 정해져 있지 않다”고 언급했다.

현재 HUG의 재정 상황이 좋지 못한 것 또한 문제가 되고 있다. 실제로 HUG의 주택도시기금 여유자금은 지난 2021년 49조원을 찍었으나 그 이후 지속적으로 적자가 발생해 2024년 3월을 기준으로 13조9,000억원까지 기금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상황을 두고 최 팀장은 “특별법 이행시 HUG가 임대보증금 채권을 매입할 때 매입비용을 공사운영비로 처리할 텐데 이는 1,000억원에서 3,000억원 정도의 금액을 공사가 부담해야 한다”며 “현재 HUG의 재정 상황은 매우 좋지 못하고 적자가 나고 있는 상황이라 1,000억에서 3,000억원 사이의 즉각적인 지출은 HUG 입장에서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HUG의 나쁜 재정 상황과는 별개로 지원사업 자체가 단기간에 끝낼 수 있는 게 아니며, 투입돼야 할 예산의 규모가 너무 크고, 이를 집행할 인력도 없다는 게 HUG의 설명이다. 

김경선 HUG 주택도시금융연구원 보증연구팀 박사는 “선구제 후회수 중 회수는 굉장히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고 회수 예상 기간을 4년에서 5년으로 잡아도 100% 회수는 어려운 상태”라며 “이 지원사업이 진행되기 위해선 언론보도를 인용하면 3만에서 3만6,000건 정도의 매입 후속 절차가 들어가야 하는데 이 숫자는 사실 HUG의 인력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숫자다”고 전했다.

이어 김 박사는 “본 지원사업을 제대로 진행하기 위해선 △신청 △접수 △상담 △매입가율 평가 △산정 △양도계획 체결 △대금 지급 △경·공매 후 배당 △비용 회수 등 여러 가지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5년 이상 걸리는 장기적인 사업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주최로 여의도 전경련타워 타원에서 열린 ‘전세사기 피해자 보호를 위한 HUG의 역할’세미나에선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에 대한 우려가 잇따랐다. 사진은 세미나를 진행 중인 발제자와 토론자들의 모습. / 이강우 기자
지난달 30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주최로 여의도 전경련타워 타원에서 열린 ‘전세사기 피해자 보호를 위한 HUG의 역할’세미나에선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에 대한 우려가 잇따랐다. 사진은 세미나를 진행 중인 발제자와 토론자들의 모습. / 이강우 기자

◇ “자금, 인력, 부족하다”… 주택도시보증공사 등 애로사항 토로

피해자들을 구제하기 위한 자금으로 HUG의 주택도시기금 투입 또한 부정적인 시각 또한 많았다. HUG와 국토교통부는 HUG의 주택도시기금을 ‘여유자금’이라고 칭해 많은 대중이 ‘자유롭게 사용해도 되는 자금’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장원 국토교통부 피해지원총괄과 과장은 “주택도시기금은 청약통장으로 구성돼있는 잠깐 빌린 돈”이라며 “다시 내줘야 하는 ‘부채’의 개념이다”고 전했다. 실제로 주택도시기금은 청약 저축 납입액과 국민주택채권으로 조성된 기금이다. 이는 HUG가 맘대로 집행할 수 있는 자금이 아님을 의미한다.

선구제를 위해 투입돼야 할 보증금 총액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설명이 잇따랐다. 이 과장은 시민단체 측에서 계측한 전세사기피해자 지원액 약 5,000억원은 최우선변제 대상 인원들의 전세금액만을 합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따라서 현재 정부가 책정하고 있는 방식으로 전세사기피해자와 전세사기피해자등을 전부 합치면 지원금액은 무조건 5,000억원 이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과장은 “지금까지 접수된 피해자들의 평균 보증금액이 1억4,000만원인데 현재 피해자로 인정된 인원만 1만5,000명이며, 최종적으로 3만6,000명 까지 피해자로 인정될 것으로 파악하고 있기에 3만6,000명에 1억4,000만원을 곱해서 나온 금액이 약 5조원 이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회수를 통해 금액을 차감할 순 있지만 여전히 필요한 지원사업 총액은 3조에서 4조로 책정하고 있기에 매우 방대한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발언한 김규철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장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하지 않고 법안이 나온 것에 큰 아쉬움이 있다고 전했다. 

김 실장은 “먼저 전세사기피해자 지원법은 피해자들이 당장 살고있는 집에서 쫓겨나는 것을 방지해주고 경매에 우선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것이었다”며 “전세자금 지원 내용 없이 ‘주거안정’을 목적으로 피해자를 산정했기에 아주 폭넓게 피해자를 산정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와 같이 구체적인 논의 없이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오히려 피해자들은 필요한 지원을 못 받고, 기관들은 기관 본연의 임무마저도 수행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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