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강우 기자 1955년 이후 태어난 1차 베이버부머 세대가 은퇴하고 있다. 또한 954만명으로 추산된 한국의 ‘2차 베이비부머 세대(1964년생~1974년생)’가 은퇴를 앞두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 세대의 은퇴로 한국의 상속·증여 시장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보고서를 통해 부동산 가치 상승에 따라 상속세 납부 대상자가 확대됐으며, 보유 자산 규모가 큰 베이비부머(1차와 2차 세대의 합)의 자산 이전 본격화가 시작돼 상속·증여시장의 질적·양적 성장 속도가 매우 빨라 금융기관의 대응도 본격화돼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의 고령화에 따른 고령 인구 증가는 상속시장의 양적 규모 확대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 한국의 부동산 50대·60대가 47.3% 쥐고 있어
통계청의 주택소유통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의 주택 소유자는 1,530만9,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를 연령별로 따져보면 50대가 385만2,000명으로 전체의 25.2%를 차지하고 있고 60대가 22.1%로 그 뒤를 이어 주택 소유자 중 50대·60대가 거의 절반 가까운 47.3%를 기록했다.
그리고 한국은행은 최근 ‘2차 베이비부머의 은퇴 연령 진입에 따른 경제적 영향 평가’를 발표하고 1964년생부터 1974년생까지 2차 베이비부머세대로 정의했으며, 향후 11년에 걸쳐 법정은퇴연령에 진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11년에 걸쳐 세대 간 자산 이동이 발생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이어 하나금융연구소는 자료 발간을 통해 자산 가치 상승으로 일반 대중도 잠재적 상속세 납부 대상자에 포함되면서 상속은 더 이상 부자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란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하나금융연구소는 이에 대한 근거로 ‘부동산’을 제시했다.
하나금융연구소는 부부와 한 자녀를 합쳐 3인 가구 기준을 가정하고 총상속재산가액 10억원 초과 때부터 상속세가 발생한다고 전했다. 그리고 서울시 아파트 매매 중위가 변화 추이를 분석한 결과 지난 2021년 6월 기준 서울시 아파트 매매 중위가는 10억원을 초과했다고 언급했다. 이는 부동산 하나만으로 이미 상속세가 발생하는 것을 뜻한다.
하나금융연구소 측은 이어 “상속·증여를 희망하는 ‘상속계획자’들은 △저축상품 △보험 △투자 △연금 등 금융상품으로 상속하겠다는 비중이 과거보다 증가했으나, 우리나라 가계자산 구조 특성상 주택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을 상속받은 경험이 가장 많다”며 “부동산을 상속하겠다는 비중이 여전히 가장 높다”고 전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30억 이상 소유한 고액자산가들의 경우 증여를 생각 않을 수가 없어 어느 정도 기존에 상속과 증여 계획을 세워두는 경우가 있다”며 “은퇴하게 되면 아무래도 안전성이 가장 중요해 전체 자산 중에서 세금을 줄이면서 증여할 부분은 해놓고 안정적인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투자 재유치를 하는 경우는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다만 모든 베이비부머가 자산가는 아니며, 주택이 한 채 있으면 사전증여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자산의 금액대와 규모별로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은퇴는 은퇴일뿐… 상속·증여가 아니라 투자 가능성 ↑
다만 2차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무조건 상속세를 견인하거나 시장에 큰 영향을 갑작스럽게 끼치는 건 아닐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주택 보유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소득과 자산 여건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으로 분류된 베이비부머라고 해서 은퇴 후 삶이 전부 보장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은행에 따르면 베이비부머는 1차와 2차로 나뉘며 약 250만명이 더 많은 2차 베이비부머의 경우 △계속근로 의향이 강하며 △교육 수준과 IT 활용 능력이 탁월해 높은 인력으로 분류되며 △적극적으로 사회문화 활동을 해온 세대다.
이는 은퇴했다고 해서 무조건 자산을 상속·증여하는 건 아니라고 풀이될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을 두고 ‘한국은행 BOK 이슈노트’에선 “2차 베이비부머는 부동산 등 실물자산이 보유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에 이를 유동화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금융상품(주택연금 등)의 활용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보유 자산이 소비로 원활하게 이어질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고 제언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2차 베이비부머 중 가장 나이가 높은 64년생들은 만으로 60살밖에 안 됐으며, 상속·증여를 생각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70세은 이후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증여될 것으로 파악된 건물을 보면 대부분 70세 이상은 돼야 증여가 시작된다”고 전했다.
함 랩장은 이어 “오늘날 베이비부머들은 본인들의 부모님 부양, 자식들 뒷바라지를 전부 부담하지만, 자식들로부터 부양받는 것을 기대하긴 어려운 세대라 예전처럼 이른 증여를 하기 힘들다”며 “이 같은 현상은 오히려 베이비부머로 하여금 경제활동을 더 길게 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오히려 함 랩장은 “지금 베이비부머들은 ‘낀 세대’이기에 이들을 위한 노동 시장의 활성화, 연금 자산을 키워줄 수 있는 금융상품의 개발 및 상품의 다양화 등 미래를 위한 ‘투자’가 증여보다 더 활성화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