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놀이가 성장과 발달에 있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은 각종 연구결과를 통해서도 확인되고 있다. 사진은 강원도 춘천시에 위치한 봄내림놀이터 1호 잼잼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는 모습./ 사진=김두완 기자 
아이들에게 놀이가 성장과 발달에 있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은 각종 연구결과를 통해서도 확인되고 있다. 사진은 강원도 춘천시에 위치한 봄내림놀이터 1호 잼잼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는 모습./ 사진=김두완 기자 

시사위크=박설민·권정두 기자  “노는 게 제일 좋아. 친구들 모여라. 언제나 즐거워 개구쟁이 뽀로로.” 어린이들의 대통령이라 불리는 ‘뽀롱뽀롱 뽀로로’의 주제곡이다. 귀여움과 순수함이 묻어나오는 가사는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들의 마음도 사로잡는다. 

노는 게 제일 좋은 건 당연하다. 놀이는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본능이기 때문이다. 비단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성인들이 즐겨하는 콘텐츠 시청과 공연·스포츠 관람, 캠핑, 운동, 요리, 여행 등 각종 취미·레저 활동도 ‘어른들의 놀이’에 해당한다. 

즉, 인간에게 있어 놀이는 평생, 그리고 늘 함께하는 요소다. 그중에서도 특히 유아동기의 놀이는 그 시기에 가장 중요한 성장과 발달에 아주 큰 영향을 준다. 유아 교육의 아버지 ‘프리드리히 빌헬름 아우구스트 프뢰벨’은 “놀이는 아이의 영혼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문”이라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놀이는 단순한 여가활동이 아니라, 성장·발달 과정의 하나라는 사실이 다양한 연구결과를 통해서도 입증되고 있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충분한 영양공급과 다양한 측면의 학습이 필요하듯, 놀이 또한 반드시 필요한 요소인 것이다. 이는 아동의 놀이를 왜 ‘권리’로서 인식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이기도 하다.

◇ 아이의 뇌는 ‘놀아야’ 자란다

아동의 성장 및 발달과 놀이의 연관성은 의학계에서도 관심을 갖는 주제다. 미국소아과학회(American Academy of Pediatrics) 의장 마이클 요그만(Michael Yogman) 하버드 의과대학 조교수는 ‘놀이의 힘: 어린 아이들의 발달을 향상시키는 소아과적 역할(2018)’ 연구 논문에서 놀이가 아동의 뇌 구조와 기능 발달에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요그만 교수는 “놀이는 쓸모없거나 경솔한 행동이 아닌 뇌 조직 발달과 실행 기능 강화에 도움을 주는 행위”라며 “아동이 목표를 추구하고 주위를 산만하게 하는 요소를 무시할 수 있도록 하는 훈련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놀이가 아동의 두뇌 발달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과학적 실험 결과는 다수 존재한다. 미국 캘리포니아 UC 데이비스(Davis) 신경과학센터의 마티아스 J. 그루버 교수팀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어려운 퀴즈를 주고 뇌의 MRI 영상을 촬영했다. 실험 결과 뇌의 중뇌와 측좌핵 활동이 향상되며 기억과 학습 능력을 촉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뇌와 측좌핵 활동은 아동의 놀이 활동에서도 촉진되는 부분이다. 즉, 아동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놀이 활동이 두뇌 활동에 큰 도움을 준다는 과학적 근거로 볼 수 있다.

미국소아과학회(American Academy of Pediatrics) 의장 마이클 요그만(Michael Yogman) 하버드 의과대학 조교수는 ‘놀이의 힘: 어린 아이들의 발달을 향상시키는 소아과적 역할(2018)’ 연구 논문을 통해 “놀이는 쓸모없거나 경솔한 행동이 아닌 뇌 조직 발달과 실행 기능 강화에 도움을 주는 행위”라고 설명했다. / 그래픽=이주희 기자
미국소아과학회(American Academy of Pediatrics) 의장 마이클 요그만(Michael Yogman) 하버드 의과대학 조교수는 ‘놀이의 힘: 어린 아이들의 발달을 향상시키는 소아과적 역할(2018)’ 연구 논문을 통해 “놀이는 쓸모없거나 경솔한 행동이 아닌 뇌 조직 발달과 실행 기능 강화에 도움을 주는 행위”라고 설명했다. / 그래픽=이주희 기자

캐나다 레스브리지 대학교 행동신경과학센터의 세르지오 M. 펠리스 교수팀의 연구 결과도 주목할 만하다. 펠리스 교수팀은 하루 2시간씩 둥근 공 형태의 물체를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쥐가 가지고 놀도록 했다. 반대로 대조군의 쥐들은 장난감 없는 우리에 가둬 놀이 경험을 박탈시킨 채 성장하도록 했다.

쥐들이 어느 정도 성장한 뒤 연구팀은 두 그룹의 문제 해결 능력을 평가했다. 그 결과, 놀이 경험이 없는 쥐들은 미로 통과 등의 문제에 직면했을 때 해결 능력이 크게 떨어지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쥐의 내측 전전두엽 피질(PFC) 발달이 더뎌졌기 때문이다. 전두엽 피질은 전두엽의 앞부분을 덮고 있는 대뇌 피질이다. 의사결정, 사회적 행동 조율, 성격, 지능, 언어 등을 담당하는 부분이다.

펠리스 교수는 “오랫동안 과학계에서는 놀이에 참여하는 것이 포유류의 두뇌 발달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예상은 있었으나 직접적 증거는 부족했었다”며 “연구팀의 실험 결과 의사결정과 언어, 성격 등 지능과 관련이 깊은 전전두엽 피질의 발달에 놀이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구체적 증거를 찾아내는데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놀이는 의사결정, 사회적 행동 조율, 성격, 지능, 언어 등과 밀접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놀이는 의사결정, 사회적 행동 조율, 성격, 지능, 언어 등과 밀접한 전전두엽 피질의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사진=김두완 기자 

◇ 정서 발달에 도움 주는 놀이… 아동치료에도 활용

두뇌뿐만 아니라 놀이는 아동의 심리적 안정 및 정서 발달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미국의 세계적 심리학자 고(故) 자크 판크셉(Jaak Panksepp, 1943-2017) 교수의 연구 결과도 있다. 2006년 발표한 ‘긍정적 감정의 신경생물학(The neurobiology of positive emotions)’이다. 이 연구에서 판크셉 교수는 중뇌의 7가지 핵심시스템 중 하나가 ‘놀이’라고 주장했다.

중뇌는 뇌의 한 가운데 있는 신체부위다. 뇌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좌·우 대뇌 반구 사이에서 뇌줄기를 구성한다. 판크셉 교수에 따르면 중뇌는 △SEEKING(기대) △FEAR(불안) △RAGE(분노) △LUST(흥분) △CARE(걱정) △PANIC/GRIEF(공포) △PLAY(사회적 즐거움)의 7가지 주요 감정 체계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고 한다.

판크셉 교수는 자신의 저서 ‘정서적 신경과학: 인간과 동물 감정의 기초(Affective Neuroscience: The Foundations of Human and Animal Emotions. 1998)’에서도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감각, 지성, 감정, 상상력을 발달시킨다”며 “아이들에게 그들이 사는 세상과 자신에 대한 풍부한 지식과 정보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적당한 놀이는 아동의 학업 성취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학업 과정에서 받는 스트레스 해소에 놀이가 큰 도움이 될 수 있어서다. 미국소아과학회와 하버드 의과대학에 따르면 하루에 1시간씩 활동적 놀이를 하는 아이들이 창의적 생각과 다중작업(멀티태스킹) 능력이 더 뛰어나다고 한다.

또한 미국 일리노이대학교 보건학과 연구팀이 7~9세 어린이 221명을 대상으로 운동 등 놀이 활동을 경험하도록 하고 체력 변화 및 뇌의 활동을 측정한 결과, 놀이를 경험한 아동은 그렇지 않은 아동보다 주의력 억제, 인지 유연성 및 뇌 기능이 향상됐을 뿐만 아니라 인내심과 관련된 행동 통제력도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일리노이대 연구팀은 “신체 활동(PA)과 연관된 놀이는 아이들의 학업 성취에 중요한 인지 능력과 뇌 기능을 향상시켰다”며 “해당 연구 결과는 신체 활동형 놀이가 아동기 인지 및 뇌 건강 개선에 필수적임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블록쌓기, 인형놀이, 퍼즐 맞추기 등 기본적이고 보편적인 장난감을 활용한 놀이 활동이 언어 습득 능력을 향상시켜 준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디미트리 A. 크리스타키스 시애틀 소아과 의사 겸 워싱턴대 의과대학 교수는 2007년 발표한 연구 논문에서 “전통적인 장난감과 모양 분류 놀이는 아이들의 학습 기술을 향상시킨다”며 “아이들에게 어른의 지시와 함께 집에서 가지고 놀 수 있는 블록을 줬을 때 특히 언어 습득 능력이 크게 향상했다”고 밝혔다.

성장과 발달을 위한 중요하고 본능적인 활동인 놀이는 아동치료 측면에서도 적극 활용되고 있다. / 그래픽=이주희 기자
성장과 발달을 위한 중요하고 본능적인 활동인 놀이는 아동치료 측면에서도 적극 활용되고 있다. / 그래픽=이주희 기자

이처럼 성장과 발달을 위한 본능적인 활동이라 할 수 있는 놀이는 아동치료 측면에서도 적극 활용되고 있다. 특히 자폐 아동에게 놀이는 대표적인 치료 방법 중 하나로 손꼽힌다. 자폐 아동의 뇌 발달뿐만 아니라 사회성 향상, 심리적 불안감 완화에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실제 아일랜드 왕립외과대학(RCSI) 연구진이 2023년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아동의 놀이는 뇌 호르몬 수치에 긍정적 변화를 준다. RCSI 연구진에 따르면 아동이 놀이 경험을 할 때 뇌에선 옥시토신(Oxytocin) 호르몬 수치가 증가한다. 이 옥시토신은 뇌하수체 후엽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로 흔히 ‘사랑의 호르몬’이라고 불린다. 옥시토신이 뇌에서 분비되면 상대방에게 사랑과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 따라서 놀이 활동은 자폐 아동이 가진 공격성 혹은 소외감을 줄여주고 사회성 형성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놀이는 ‘거울신경세포(Mirror neuron)’를 활성화한다. 이는 타인의 행동을 따라하도록 만드는 신경세포다. 이 세포가 활성화되면 자폐 아동은 놀이 활동 과정에서 치료사의 행동을 따라하게 된다. 이렇게 하면 자폐 아동의 행동 교정 및 공감 능력 향상 등의 치료 효과를 유발할 수 있다.

RCSI 연구진은 “놀이는 옥시토신 수치를 높이는 정서적으로 즐겁고 창의적인 경험”이라며 “놀이 치료사와 자폐 아동 사이의 치료적 관계를 촉진해 자폐 아동의 긍정적 행동 변화를 유발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고 밝혔다. 또한 “놀이 치료는 자폐증이 있는 아동이 관심 있는 놀이 활동에 참여하고 편안한 방식으로 자신을 표현하도록 만든다”며 “원치 않는 행동에서 보다 해롭지 않은 표현 행동으로 자기 표현을 바꾸도록 돕는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연구결과들이 지금의 우리에게 안겨주는 의미는 간명하다. 아이들의 놀 권리를 충분히 보장해주지 못하는 것은 아이들을 굶기고, 교육하지 않고, 정상적인 성장 및 발달을 방해하는 것과 다름없다. 아동놀이를 위한 국제협회(IPA)’가 1977년 말타회의를 통해 제정한 ‘아동의 놀 권리 선언’이 “놀이는 단순히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다. 놀이는 삶이다. 놀이는 본능이고, 자발적이고, 자연스러운 것이다. 놀이를 통해 아동은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감정적으로, 사회적으로 성장하며 놀이는 삶을 배워가는 방법의 하나다”라고 강조하는 이유다.

 

참고문헌

1. Affective Neuroscience: The Foundations of Human and Animal Emotions (1998)

(Jaak Panksepp, 1943-2017)

 

2. The Power of Play: A Pediatric Role in Enhancing Development in Young Children (2018)

(Michael Yogman, Department of Pediatrics, Harvard Medical School, Harvard University and Mount Auburn Hospital, Cambridge, Massachusetts; Address correspondence to Michael Yogman, MD, FAAP)

 

3. Juvenile peer play experience and the development of the orbitofrontal and medial prefrontal cortices (2010)

(Heather C. Bell, Sergio M. Pellis, Bryan Kolb, // Canadian Centre for Behavioural Neuroscience, University of Lethbridge, 4401 University Drive, Lethbridge)

 

4. Effects of the FITKids Randomized Controlled Trial on Executive Control and Brain Function (2014)

(Charles H. Hillman, PhD// Department of Kinesiology and Community Health, University of Illinois at Urbana-Champaign, Urbana-Champaign, Illinois)

 

5. Effect of Block Play on Language Acquisition and Attention in Toddlers (2007)

(Dimitri A. Christakis, MD, MPH, director of the Center for Child Health, Behavior and Development at Seattle Children's Research Institute)

 

6. Play therapy in children with autism: Its role, implications, and limitations (2023)

(Reem Elbeltagi, // RCSI-Bahrain, School of Medicine Bachelor of Medicine)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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