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전두성 기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의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직무가 정지된 건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다. 이에 따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된다.
이른바 ‘권한대행의 권한대행 체제’가 현실화하면서 여야의 대치는 최고조에 달했고, 정국 혼란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혼란 수습이 시급한 상황에서 정치권에선 ‘헌법재판소(헌재) 정상화’가 첫 과제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번 상황이 국회 추천 몫 헌법재판관 임명 문제를 둘러싸고 발생한 만큼, 헌법재판관 임명을 통해 혼란을 수습해야 한다는 것이다.
◇ 헌정사상 초유의 ‘권한대행 탄핵’… ‘난장판’ 된 본회의장
27일 국회 본회의에선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안이 가결됐다. 재적 의원 300명 중 192명이 표결에 참석한 가운데 192표로 가결된 것이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탄핵안이 통과된 후 한 권한대행은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저는 국회의 결정을 존중하며, 더 이상의 혼란과 불확실성을 보태지 않기 위해 관련법에 따라 직무를 정지하고 헌재의 신속하고 현명한 결정을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한 권한대행의 직무가 정지되면서 최 부총리가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게 됐다.
이번 상황은 한 권한대행이 국회 추천 몫 헌법재판관 3인에 대한 임명을 ‘여야 합의’를 이유로 들면서 보류하자, 더불어민주당이 즉각 탄핵 추진에 나서면서 발생했다.
이러한 가운데 논란이 됐던 한 권한대행 탄핵에 대한 의결 정족수 문제를 두고 국회 본회의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이 안건은 국무총리 한덕수에 대한 탄핵소추안”이라며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밝히자, 국민의힘이 강하게 반발한 것이다.
우 의장의 발언이 끝나자마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의장석으로 나왔고, 국민의힘 의원들도 함께 몰려들었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의장 사퇴’, ‘원천 무효’, ‘직권 남용’ 등의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야당 의원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의장 사퇴’ 구호를 ‘윤석열 사퇴’ 구호로 맞받았고, ‘내란 공범’, ‘국힘 해체’ 등의 발언이 쏟아져 나왔다. 이러한 고성은 투표가 마무리될 때까지 계속됐다. 항의를 마친 후 본회의장을 떠나는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서미화 민주당 의원이 “계엄 때 어디 가셨나. 뻔뻔한 국힘당 해체하라”고 외치자, 야당 의원들 일부가 박수를 치는 모습도 보였다.
국민의힘은 본회의장 퇴장 후 본청 로텐더홀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항의를 이어갔다. 권 원내대표는 “정권교체 이후 29번째 탄핵안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한 달에 한 번꼴로 탄핵안 남발했다”며 “민주당은 탄핵연쇄범이자, 사실상 무정부상태를 유도하는 국정테러세력”이라고 비난했다.
국민의힘은 그동안 한 권한대행 탄핵 의결 정족수가 재적의원 3분의 2라고 주장한 만큼, 헌재에 ‘대통령권한대행 한덕수에 대한 탄핵소추안 관련 권한쟁의심판 청구 및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한 상태다.
◇ 제1 과제로 떠오른 ‘헌재 정상화’
이처럼 초유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으로 여야의 대치는 더욱 극심해질 전망이다. 또한 외교·경제 문제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이처럼 정국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정치권에선 ‘헌재 정상화’가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논란의 시작점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정국’에서 비롯된 만큼 헌재 정상화를 통한 탄핵 심판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혼란 해결 방법은) 헌재를 빨리 정상화 시키는 것”이라며 “헌법재판관 6명으론 안 된다. (국회 추천 몫 헌법재판관) 3명을 임명해 헌재를 완전체로 만든 후 결론을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혼란 해법에 대해 “별 방법이 없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헌법재판관 임명을 하면) 지금보다는 나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헌법재판관을 임명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김상욱 의원은 이날 SBS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헌법재판소를 정상적으로 9명을 구성하는 것이 국가적으로 매우 중대하고, 권한대행이라면 반드시 최우선으로 해야 할 국가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며 “탄핵절차가 원만하게 마무리되는 것이 민생정책, 민생대안”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권한대행 탄핵 추진을 강하게 비판했던 오세훈 서울시장도 전날(26일) 같은 라디오에 나와 “헌법학자들마다 의견이 다른 부분이지만, 저는 당당하려면 임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외에도 안철수 의원, 유승민 전 의원 등도 헌법재판관을 임명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은 최 부총리를 향한 압박을 시작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총리가 탄핵되고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게 되는 즉시 국회의 몫인 헌법재판관을 임명하고 상설 특검 추천 의뢰를 진행하라”고 촉구했다. 야권 일각에선 최 부총리가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을 시 추가 탄핵을 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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