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한남동=권신구 기자 헌정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된 가운데, 한남동 대통령 관저는 긴장감이 맴돌았다. 관저 인근에는 보수와 진보진영이 나뉘어 신경전을 펼쳤고 곳곳에선 실제 충돌도 이어졌다. 대통령 경호처가 ‘적법한 절차에 따른 경호 조치’를 공언한 상태였고, 관저 앞 경비도 한층 삼엄해졌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 측은 이와 관련해 법적 대응을 예고하면서 혼란은 가중될 전망이다.
31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 경비는 삼엄했다. 관저 주변 도로는 경찰 버스가 담을 쌓았고 일정 간격마다 바리케이드가 놓인 인도는 경찰의 통제하에 보행자들이 지나다녔다. 관저 입구는 미니버스와 바리케이드가 막고 있었다. 일부 차량이 드나들 때를 제외하곤 바리케이드와 문은 굳건히 닫혀있었다. 오전 11시 50분경 보행로를 지나던 한 시민은 정문을 지키는 경찰에게 “공수처가 오면 길을 열라”고 외치기도 했다.
서울서부지법은 이날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앞서 지난 30일 비상계엄 공조수사본부(공조본)가 영장을 청구한 지 24시간 만이다. 법원은 윤 대통령이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는 점을 사유로 적시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8일과 25일 그리고 29일 공조본의 소환 조사에 불응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현재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내란 수괴 및 직권남용 혐의를 받고 있다.
사상 초유 현직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되면서 지지층도 동요했다. 관저 정문에서 약 200m가량 떨어진 곳에선 ‘탄핵 반대’를 주장하는 시위대와 ‘탄핵 찬성’을 외치는 시위대가 골목길 하나를 두고 대치했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반대 측은 “탄핵 반대”, “이재명 구속” 등을 외쳤다. 찬성 측은 “탄핵 찬성”, “윤석열 구속” 구호로 맞불을 놓았다. 양측 시위대 간 욕설과 고성도 횡행했다. 한 찬성 측 시위 참여자는 “여기는 자발적으로 온 것”이라며 반대 측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신경전이 실제 충돌로 이어진 것은 한순간이었다. 오전 11시 14분경 경찰 버스가 시위대가 대치하고 있는 골목길로 들어서자 이를 ‘영장 집행’으로 받아들인 양측 시위대의 감정은 고조됐다. 찬성 측 시위대에서 환호가 터져 나온 순간 반대 측 시위대는 격분해 경찰의 저지선을 무너뜨렸다. 반대 측 시위대 일부는 진입하는 경찰 버스 앞에 드러눕기도 했다. 다른 일부 시위대는 골목길을 일렬로 가로막고 성조기와 태극기를 흔들며 “헌법 수호”를 외쳤다. 이를 저지하려는 경찰과 몸싸움도 곳곳에서 계속됐다.
◇ 윤석열 측 ‘체포 영장 불법’ 주장… 혼란 고조
현장에 혼란이 가중되자 경찰은 버스를 빼겠다고 했다. 아울러 공무수행 중인 경찰관에 대한 폭행이 공무집행 방해가 될 수 있다고 고지하며 시위대의 자중을 촉구했다. 소요가 잠잠해지자 경찰은 양측 시위대를 20m가량 뒤로 물렸다. 양측 시위대의 재차 충돌을 막기 위함이었다. 일부 시위대는 ‘왜 우리만 제재하냐’며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대다수는 경찰의 통제를 따랐다. 탄핵 반대 측 시위대는 자체 집회를 진행하며 비상계엄 선포가 ‘내란죄’가 아니라는 주장을 폈다.
관저 앞 혼란은 체포영장 집행 시점을 두고 다시 고조될 조짐이다. 공수처는 체포영장이 발부될 시 집행이 원칙이라면서도 방식이나 시점 등은 여러 사항을 검토해 결정하겠다고 했다. 문제는 현직 대통령에 대한 체포인 만큼, 이를 저지하려는 경호처와의 충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대통령 경호처는 체포영장 발부와 관련해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경호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 유효기간은 내달 6일까지다.
윤 대통령 측은 이번 체포영장 발부가 ‘불법’이라며 권한쟁의 심판 및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예고했다. 윤 대통령 측 변호인단인 이날 체포영장 발부 후 입장을 내고 “수사권 없는 공수처에서 청구한 체포영장이 발부된 것이 놀랍고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수사권이 없는 수사기관에서 청구하여 발부된 체포영장과 압수수색영장은 법을 위반하여 불법무효”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내에서도 법원의 체포영장 발부가 적절치 않다며 볼멘소리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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