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신구 기자 법원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취소 청구를 받아들이면서 탄핵 정국에 새로운 변수가 더해졌다. 그간 윤 대통령 측이 내란 수사의 ‘절차적 하자’를 주장해 왔던 상황에서 법원이 사실상 이를 인정한 만큼,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7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기소된 윤 대통령의 구속취소 청구를 인용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의해 지난 1월 15일 체포된 지 51일 만, 지난 1월 26일 구속기소된 지 40일 만이다. 앞서 윤 대통령 측은 지난달 4일 법원에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취소를 청구한 바 있다.
이번 구속취소 청구 심판의 주된 쟁점은 윤 대통령의 구속 기간이 만료된 상태에서 공소가 제기됐는지 여부다. 재판부는 구속 기간이 만료된 상태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공소가 제기됐다고 판단했다. 예정된 구속 만료 시기는 1월 26일 오전 9시 7분이지만, 공소가 제기된 시간은 1월 26일 오후 6시 52분으로 약 9시간 45분가량 불법으로 구금이 됐다는 것이다.
이러한 결론은 재판부가 구속 기간을 ‘일수’가 아닌 ‘시간’으로 계산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체포적부심을 위해 수사 관계 서류가 법원에 있던 기간도 구속 기간에서 빼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같은 재판부의 계산에 따르면, 1월 15일 오전 10시 33분에 체포된 윤 대통령의 본래 구속 만료 시기는 1월 24일 밤 12시가 된다. ‘1월 26일 9시 7분’이라는 시간은 앞서 본래 기간에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위해 법원에 서류가 있던 시간(33시간 7분)을 더한 것이다.
다만 재판부는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취소가 단순히 ‘기간’ 때문만은 아니라고 했다. 기간이 만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소가 제기됐다고 하더라도 구속취소 사유가 있다고 본 것이다. 특히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 권한을 정조준했다. 재판부는 “관련 법령에 명확한 규정이 없고 대법원의 해석이나 판단이 없는 상태”라며 “절차의 명확성을 기하고 수사 과정의 적법성에 관한 의문의 여지를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므로 구속취소 결정을 하는 것이 상당하다”고 했다.
◇ 법원 결정에 여권 ‘반색’… 야권 ‘당혹’
그간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 권한을 고리로 수사 과정의 ‘정당성’을 문제 삼았던 여권은 법원의 판결에 반색했다.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수사권이 없는 공수처의 보여주기식 불법 수사가 뒤늦게나마 바로 잡혔다”며 “대통령실은 국민과 함께 대통령의 조속한 직무 복귀를 기대한다”고 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공수처에 내란죄 수사 권한이 없다는 걸 이번 결정으로 보여줬다”고 목청을 높였다.
주장에 힘이 실린 여권은 당장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을 조준하고 나섰다. 수사 단계에서의 절차적 하자가 드러난 만큼, 헌재 역시 이번 판결을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기대가 깔려있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공수처의 위법 수사와 불법 체포, 검찰의 구속기간 만료 후 기소라는 온갖 불법이 혼재되는 상황에서 법과 원칙이 무엇인지 선언하며 정의를 바로 세웠다”고 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헌재도 현직 대통령에 대한 불법적인 탄핵 심리 절차를 즉각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를 앞둔 상황에서 정국이 요동칠 변수가 발생한 가운데, 야권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다만 야권은 이번 법원의 판단이 ‘윤 대통령의 탄핵 사유’와는 무관하다며 헌재의 판결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검찰이 산수를 잘못한 것 때문에 명백한 군사 쿠데타가 없었던 게 되는 게 아니다”라며 “헌재의 판단에는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관건은 검찰의 항고 여부다. 형사소송법상 구속을 취소하는 결정에 대해 검사는 7일 이내 즉시항고를 할 수 있다. 민주당은 법원 판단에 검찰이 즉시항고를 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윤 대통령 측 석동현 변호사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검사의 즉시항고제도는 이미 2011년도 위헌 결정이 났기 때문에 이번 구속취소 결정에 대한 즉시하고 제도 역시 위헌이 분명하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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