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신구 기자 한미 간 관세 관련 세부 협상 과정에서 ‘통화 스와프’가 변수로 떠올랐다.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액이 국내 외환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이를 최소화할 방안이 필요하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유엔(UN)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을 접견한 것도 이러한 이유다. 대통령실은 “시한 때문에 원칙을 희생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익에 해가 되는 협상은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25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이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오후 2시 유엔 대표부에서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을 접견했다. 이 대통령은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안보뿐 아니라 경제 측면에서도 양국의 긴밀한 협력관계는 한미 동맹을 유지하고 발전하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안보 측면에 있어서 양국 간 협력이 잘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통상 분야에서도 좋은 협의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고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현지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특히 대미 투자 패키지와 관련해 ‘상업적 합리성’을 바탕으로 한국과 미국 양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전되기를 기대한다고 언급했다고 한다.
대통령실은 구체적인 접견 내용에 대해선 말을 아꼈지만, 이번 만남이 사실상 ‘통화 스와프’ 관련 있음을 시사했다. 김 실장은 이날 현지브리핑을 통해 “물론 통산 딜은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담당을 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산업부 장관이 주된 협상 파트너”라며 “그 과정에서 한국 측이 제기한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 이 주제는 재무장관 담당 영역이기도 하다”고 했다. 이어 “우리가 러트닉 장관 쪽에도 그러한 사항을 충분히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관세 협상에서 한국이 일본의 방식을 따르길 바라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투자처를 정하면 일본이 45일 내 자금을 조달하는 식이다. 원금 회수 전까지는 이익을 반으로 배분하지만, 그 이후에는 미국이 90%를 갖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와 함께 미국은 우리 정부에게 현금 투자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사실상 대미 투자와 관련해 미국이 전적인 주도권을 갖겠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 ‘국익 중심 협상’ 강조한 대통령실
문제는 이러한 요구가 우리 정부에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약 3,500달러라는 대미 투자액 자체가 한국의 외환보유액의 70%가 넘는 규모인 상황에서 달러 유동성 등에 위기를 불러올 수 있는 탓이다. 이 대통령이 지난 22일 공개된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통화 스와프를 ‘안전 장치’라고 지칭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통화 스와프 없이 미국이 요구하는 방식대로 3,500억 달러를 현금으로 투자한다면 한국은 1997년 외환 위기 때와 같은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이 대통령이 베센트 장관에게 한국은 경제 규모, 외환시장 및 인프라 등 측면에서도 일본과 크게 다르다는 점을 설명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김 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무제한 통화 스와프 같은 경우는 필요조건”이라며 “우리나라에 미칠 충격이 너무 크기 때문에 그 문제가 해결이 안 되면 그다음부터는 나아갈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협상의 충분조건은) 이 정도 크기의 투자를 운용하려면 수출입은행의 현재 규정 가지고는 감당하기 어렵다. 그래서 수출입은행법을 고치든, 정부의 보증 동의안이 필요하다면 국회에서 보증 동의안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 실장은 관세 협상과 관련해 “우리는 최대한 캐시플로우를 우리 방식으로 론, 개런티, 투자 이런 식으로 다 구분해서 규정하자는 것을 미국 쪽에서 응하지 않고 있다”며 “최대한 론에 가깝게 캐시플로우를 그런 속성을 갖도록 우리가 문언을 가지고 협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이 대통령과 베센트 장관과 만남이 “관세 협상의 중대한 분수령”이라고 평가하며 긍정적 결론으로 이어지길 바라는 모습이다. 하지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국익에 불리한 협상은 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김 실장은 “누차 말씀드리지만 우리가 상업적 합리성이 맞고 우리나라가 감내할 수 있고 국익에 부합하고 한미 간 상호 호혜적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그런 안이어야 한다는 원칙을 갖고 협상하고 있다”며 “시한 때문에 그런 원칙을 희생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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