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제타, 美 시장에서 기아 K3에 패… 판매저조 파사트는 단종
포드, 픽업트럭 레인저 신형 위장막 테스트카 포착… 한국엔 구형 도입?

/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폭스바겐이 한국시장에 2021년형 제타를 오는 2월 중 국내에 출시할 계획을 밝히며, 15일부터 사전계약에 돌입했다. 제타는 여전히 저렴한 값을 내세우며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 폭스바겐코리아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수입자동차 브랜드들이 지난해 하반기에 이어 올해도 신차 러시에 집중하고 있다. 신차 출시는 실적향상에 큰 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해외에서 단종된 모델이나 인기가 시들해진 모델, 풀체인지가 이뤄지기 직전 모델을 한국시장에 들여와 판매하고 있어 재고떨이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한국시장 재고떨이로 심심찮게 거론되는 브랜드는 폭스바겐이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지난해 제타와 파사트 등을 한국시장에 신차로 출시했다. 폭스바겐은 한국에 제타와 파사트를 들여오면서 대규모 할인을 함께 제공해 국산 준중형이나 중형세단 풀옵션 모델 값에 판매하고 나섰다.

7세대 제타는 2,000만원대 후반에 값이 매겨졌다. 직전 모델의 국내 판매가격보다 최소 410만원∼최대 660만원 저렴해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폭스바겐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초기물량 사전계약 고객에게는 12~14% 할인을 제공했다. 결국 2,000만원대 초중반 정도에 제타를 판매하고 나선 것이다. 여기에 보증기간 역시 5년/15만 km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어 유비지 걱정까지 덜었다.

당시 소비자들은 국산 세단 아반떼나 쏘나타 값에 수입차를 살 수 있다는 소식에 열광했다. 폭스바겐의 공격적인 마케팅은 적중했고, 7세대 제타 초도 물량 2,650대는 계약이 시작됨과 동시에 완판됐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재고떨이라는 비판도 일었다. 국내에 도입한 제타는 북미 전용 공장인 멕시코에서 생산되는 모델로 알려진다. 북미 시장은 현재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광풍이 불고 있다. 이는 미국 자동차 브랜드인 포드·링컨, 쉐보레 등을 보면 알 수 있다.

포드는 현재 세단 라인업을 대부분 정리하고 ‘퓨전’ 1개 차종만 남겨둔 상황이다. 링컨은 브랜드 아이콘으로 불리던 ‘컨티넨탈’마저 부활 5년 만에 다시 단종하고 ‘아메리칸 럭셔리 크로스오버·SUV’라는 슬로건으로 마케팅을 하고 나섰다. 쉐보레도 미국 본토에서 판매하고 있는 모델 중 소형세단 소닉은 단종을 선언해 세단 모델은 스파크·말리부·임팔라 등 3종에 불과하다. 그에 반해 SUV 라인업은 트레일블레이저부터 서버밴까지 크기별로 7종이 존재하고, 픽업트럭도 2종을 판매한다.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SUV 인기가 높아지면서 세단 판매량은 시들해졌다. 제타는 더군다나 사이즈마저 작아 북미시장에서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다. 제타의 지난해 북미시장 판매대수를 확인한 결과 8만2,652대로, 지난해 폭스바겐 미국 총 판매대수(78만5,800대)의 약 10.51%를 차지했다. 브랜드 내 입지도는 준수한 편으로 보일 수 있으나, 판매량만 놓고 보면 기아자동차 K3(북미 수출명: 포르테)의 지난해 판매대수 8만4,997대보다 적다.

이러한 현상에 제타 재고가 쌓이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시장에 들여와 값을 할인해 판매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폭스바겐이 국내에 새롭게 출시한 중형 세단 파사트. 공교롭게 한국 시장 출시 직후 미국에서는 파사트 모델이 단종 수순을 밟고 있다. / 폭스바겐코리아

폭스바겐 중형세단 파사트는 지난해 미국에서 2만2,964대 판매에 그쳤다. 저조한 성적에 폭스바겐 측은 미국시장에서 파사트 모델 단종을 선언했다. 미국에서는 단종을 선언한 파사트지만 국내에는 신차인 것 마냥 지난해 12월 출시를 알렸다. 국내 판매가격은 4,000만원대 중반부터 5,000만원대 초중반 선에 형성됐다. 여기에 또 할인이 적용된다. 이 경우 최저 구매가격은 3,000만원대 후반까지 떨어진다. 쏘나타 상위트림 풀옵션 보다는 소폭 비싸며, 그랜저 중간 트림 정도 가격이다.

가격에 소비자들은 또 한 번 흔들렸다. 하지만 일부 소비자들은 국내 출시된 파사트GT에 대해 또 ‘재고떨이’라며 비판을 이어갔다. 디젤게이트로 곤혹을 겪었던 폭스바겐이 이번에 국내에 출시한 파사트GT 트림 중에는 디젤만 존재했기 때문이다. 폭스바겐이 유럽 시장에서 판매하는 파사트GT는 1.5ℓ·2.0ℓ 가솔린 TSI 모델과 2.0ℓ 디젤 TDI, 하이브리드인 1.4ℓ TSI 가솔린 엔진 등 다양한 선택지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는 디젤만 들여온 것이다.

폭스바겐 측에서는 아직까지 국내에 가솔린 모델 도입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보통 국내에 도입하는 가솔린 모델은 미국형이 수입되는데 현재 미국형 모델이 단종 수순을 밟게 되면서 수입에 차질이 빚어진 것으로 보인다.

뉴 포드 레인저 랩터. / 포드코리아
포드코리아가 올해 한국 시장에 선보일 뉴 포드 레인저 랩터. 올해 2분기 출시 예정으로 알려진 가운데 미국에선 풀체인지 신형 모델이 공도 테스트를 진행하는 등 출시를 앞두고 있어 재고떨이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 포드코리아

폭스바겐에 이어 포드도 최근 재고떨이 논란을 야기하는 모습이다. 올해 포드가 한국 시장에 출시를 계획 중인 모델 중 픽업트럭인 레인저 때문이다. 포드세일즈서비스코리아(포드코리아)는 올해 2분기 중에 픽업트럭 레인저 와일드트랙과 랩터 2개 트림을 도입할 계획이다.

그러나 레인저의 한국 출시가 결정된 직후 미국에서는 포드 레인저 신형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미국에서는 공도에서 포드 레인저 풀체인지 모델이 위장막으로 덮힌 채 공도주행 테스트를 하는 모습이 종종 포착되고 외신에서도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이에 소비자들은 포드가 미국에서 팔다 남은 2020년형 레인저를 국내에 들여와 판매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하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공도주행 테스트를 진행 중인 레인저 신형은 2022년 공개 및 출시 예정으로 알려진다. 국내에 2020년형 레인저가 올해 2분기 출시된다면 단 1년 만에 미국 시장에서는 신형이 판매되는 꼴이다.

현재 도입 예정인 레인저 모델 이후 신형 레인저 도입 계획과 관련해서는 아직 확인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다. 신형 레인저의 미국 본토 공급이 우선인 점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수입차 업계 한 관계자는 “수입차 브랜드가 해외에서 판매하던 모델을 단종이나 풀체인지 등 수순을 밟을 시 재고 모델은 어딘가에는 판매를 해 손실을 최소화해야 하는데 그게 한국 시장이 되는 모습으로 보일 수는 있다”며 “해외에서 출시한 모델을 즉시 국내에 들여오지 못하는 이유는 수요·공급 문제나 인증 문제, 시장조사를 통해 경쟁력 분석 등 다양한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글로벌 동시 출시는 현실적으로 힘든 점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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