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가 지난 30일 광주 서구 치평동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1차 전당대회 광주·전북·전남·제주 합동 연설회에서 정견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이준석 전 최고위원의 강세가 두드러지고 있는 가운데,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행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된다. 정치권에서 ′이준석 돌풍′이 야권의 ‘변화’와 ‘혁신’ 등으로 귀결되는 만큼, 윤 전 총장의 향후 대권 행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예비경선에서 1위로 본 경선에 안착한 이 전 최고위원의 기세는 꺾일 줄 모르는 모양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OSI)가 지난 28일부터 29일 실시하고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 전 최고위원이 39.8%로 1위를 기록했다. 2위인 나경원 전 의원(17.0%)과 두 배가 넘는 격차를 보였다. 

국민의힘 지지층 내에서도 이 전 최고위원은 50.1%를 기록하며 선두를 유지했다. 이어 나 전 의원(29.5%), 주호영 의원(5.2%), 홍문표 의원(2.8%), 조경태 의원(3.7%) 순이었다. 중진 의원들의 지지율을 모두 합쳐도 이 전 최고위원의 지지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렇다 보니 정치권에선 그의 ‘선전’ 만으로도 이미 변화가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그는 사흘 만에 1억 5,000만원 후원금 한도를 채운 것으로 알려졌다. 소액 후원이 대부분으로 보수 정당의 전례 없는 ‘팬덤 정치’가 형성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전 최고위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보수 정당에서 이런 거(소액 후원) 한번 해보고 싶었다는 사람이 굉장히 많다”며 “이번에 그런 게 성공해서 문화적으로도 큰 충격이었을 거다 보수진영이. 이런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물밑 행보를 보이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최근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을 만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에서는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 합류에 초읽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뉴시스

◇ ‘변화’ 내걸고 ‘비단 주머니’ 꺼낸 이준석

당장 이러한 변화는 윤 전 총장으로서도 좋은 상황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전 최고위원의 돌풍이 이미 변화의 시작인 데다가 실제 그가 당선되고 본격 개혁 작업에 착수할 경우 새로운 환경이 마련될 수 있는 까닭이다. 국민의힘 합류와 제3지대를 두고 저울질 하는 윤 전 총장에겐 어떤 선택지로도 나쁘지 않은 셈이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특임교수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윤 총장이) 야권 후보를 자처한다면 결국 나중에는 함께해야 할 정파인데, 그 정파에서 변화와 혁신의 바람이 불고 그런 부분이 민주당과 차별화된 모습으로 국민들에게 각인이 되면 윤 전 총장으로선 긍정적인 상황”이라며 “감히 국민의힘에게 바꾸라곤 말 못 하지만, 이같은 변화의 양태는 내심 바라고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가운데 이 전 최고위원은 윤 전 총장의 ‘방패막이’를 자처하며 적극적인 구애에 나서고 있다. 그는 지난 29일 한 언론사 유튜브에 나와 “윤 전 총장에 비단 주머니 세 개를 드리겠다”고 공언했다. 부인과 가족에 대한 여권의 공격을 막을 ‘비책’이 있다는 것이다.

이날 한 라디오에서도 “기본적으로 오세훈 시장 때도 네거티브 대응하는 것을 제가 많이 담당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어 2012년 박근혜 전 대통령 대선 당시 ‘위기관리팀’을 언급하며 “여러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다 강하게 받아치고 (했던 게) 정당의 역량”이라며 “이게 강화됐을 때 범야권 주자들이 저희 당에 눈길을 보내고 참여할 의사가 생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선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전 총장이 강릉에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과 만난 것이 알려지면서다. 친구로 만난 사적인 자리라지만, 대권 가도를 고민하는 윤 전 총장과 직접적인 만남이라는 점에서 합류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 것이다.

다만, 이 전 최고위원을 둘러싼 ‘계파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는 점은 향후 대선 국면의 불안 요소다. 당 대표로서 대선 관리의 공정성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나 전 의원은 이날도 “유승민 후보만 국민의힘 경선 열차를 태우고 떠날 것”이라며 이 전 최고위원에 대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당장 이 전 최고위원은 “유승민계라는 조직이 실제로 있는지 의문”이라며 계파설을 일축했다.

이와 관련, 차 교수는 “임의로 유승민을 대권 주자로 만든다고 그렇게 한다면 민심을 위배하는 것”이라며 “이 때문에 후폭풍이 올 거라는 건 누구보다 똑똑한 이 전 최고위원이 더 잘 알 것이기 때문에 그런 정치적 무리수를 두지는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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