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5-21 17:36
1월부터 잇단 비극… 올해도 반복되는 현대중공업 사망사고 잔혹사
1월부터 잇단 비극… 올해도 반복되는 현대중공업 사망사고 잔혹사
  • 권정두 기자
  • 승인 2022.01.25 17: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24일,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현대중공업
지난 24일,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현대중공업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현대중공업그룹의 ‘사망사고 잔혹사’가 새해 들어서도 연초부터 거듭 반복되고 있다.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대대적으로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지만 이내 또 다시 비슷한 유형의 사망사고를 반복하는 무의미한 쳇바퀴를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정기선 시대’가 본격화하고 중대재해처벌법 시행까지 임박한 가운데, 현대중공업그룹의 사망사고 고질병을 향한 우려가 가시지 않는다.

◇ 올해만 벌써 2명 사망… ‘안전 최우선’이라더니?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또 한 번의 사망사고가 발생한 것은 지난 24일 오후 5시 15분쯤이다. 2야드 가공 소조립 공장에서 크레인을 이용해 철제물을 옮기는 작업을 하던 50대 노동자가 크레인과 공장 내 기둥 사이에 끼이는 사고를 당했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사망했다.

이 같은 사고는 크레인 오작동에 따른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현재 고용노동부와 경찰 등 관계당국이 정확한 사고 원인 등을 조사 중이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이하 노조)는 25일 이번 사고가 예견된 참사이자 사측의 안일한 안전의식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최근 크레인이 자주 오작동 및 고장을 일으켜 이미 위험한 상황이 수차례 발생했지만, 규정에 따른 적절한 조치가 없었다는 것이다. 

노조는 또한 ‘2인 1조’ 작업이 이뤄지지 않은 점도 이번 사망사고의 핵심 문제점으로 지목했다. 특히 노조가 2020년 4월 리모콘을 이용한 1인 크레인 작업의 위험성을 지적하며 ‘2인 1조’ 작업을 요구했으나 사측이 이를 거부했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망사고에 대해 현대중공업 측은 지난 24일 “안전 최우선을 첫 번째 경영방침으로 안전관리 강화에 최선을 다해왔는데,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한데 대해 참담한 심정”이라며 “사고 수습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관계기관의 조사에 적극 협조해 정확한 사고 원인을 밝히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는데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25일엔 한영석 현대중공업 대표이사가 담화문을 통해 거듭 사과했다. 한영석 대표는 “올해를 중대재해 없는 원년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로, 특별 안전 점검에 들어가는 등 노력하던 중이어서 참담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며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사업장을 만들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해 안타깝고 송구스러운 마음”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모든 안전조치를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거센 후폭풍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그 어느 때보다 민감하고 중요한 시기에 사망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번 사망사고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3일 앞둔 시점에 벌어졌다. 간발의 차이로 법의 적용은 받지 않지만, 세간의 싸늘한 시선과 여론의 뭇매는 더욱 거셀 전망이다.

또한 현대중공업그룹은 최근 ‘정기선 시대’를 본격화한 바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최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인 정기선 사장은 지난해 10월 부사장에서 승진했을 뿐 아니라, 그룹의 핵심인 현대중공업지주 및 한국조선해양의 대표이사로도 내정됐다. 최근엔 미국에서 열린 ‘CES 2022’에서 직접 미래 청사진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처럼 중차대한 시기에 사망사고라는 고질병이 다시 도진 셈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산재 사망사고 잔혹사가 좀처럼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도 후폭풍을 키우는 요인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 19일 조선부문 계열사 현대삼호중공업에서 50대 여성 노동자가 추락사고로 사망했다. 이어 불과 5일 만에 이번 사망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무엇보다 2022년 새해가 아직 1월도 채 지나지 않았음에도 현대중공업그룹에선 벌써 2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는 비단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2016년 일주일 새 3명이 사망하는 등 한 해에만 1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하며 노동계로부터 ‘최악의 살인기업’에 선정된 바 있다. 하지만 2020년에도 일주일 새 2명이 사망하는 등 4명이 목숨을 잃었고, 지난해에도 4명이 사망하는 등 산재 사망사고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특히 현대중공업그룹은 사망사고에 따른 안전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강도 높은 감독을 받았을 뿐 아니라 대대적인 대책을 내놓곤 했다. 안전에 수천억원을 투입하고, 조직과 규정·교육·책임을 강화하는 등의 떠들썩한 내용의 대책이었다. 2020년에도 안전에 3,000억원을 추가 투입하는 내용의 대책을 발표했고, 불과 지난해 12월엔 울산지역 사업장 전 임원 및 부서장 등 330여명을 대상으로 안전특강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온갖 대책에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꾸준히 반복되면서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