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4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이승만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아 참배하고 있다./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4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이승만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아 참배하고 있다./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 중인 가운데 중도층 잡기에 나선 상황이다. 각 후보들은 국립현충원을 찾아 이념과 관계없이 전직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며 '중도층 마음잡기'에 나섰다.

◇ 안철수-이재명, 현충원 참배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지난 13일 중앙선관위 후보 등록에 앞서 권은희 원내대표와 당원 및 당원가족들과 함게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했고, 방명록에 “바르고 깨끗한 과학경제강국,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겠습니다”고 썼다.

이후 후보등록을 하고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었지만 부인 김미경 씨의 코로나 확진으로 이태규 총괄선대본부장이 대리로 후보등록을 했다. 안 후보는 PCR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자가격리에 들어가야 하는 만큼 이날 오전 9시30분으로 예정됐던 특별 기자회견과 부산 방문 일정 등이 잠정 보류했다.

대신 오전 11시30분 유튜브를 통해 “더 좋은 정권교체를 위해 즉 구체제 종식과 국민통합의 길을 가기 위해 야권후보 단일화를 제안한다”며 국민경선 여론조사 방식의 단일화를 제안했다. 다만 국민의힘에서 여론조사 없는 통큰 결정을 요구하면서 단일화 가능성은 불투명해졌다.

공식 선거운동을 하루 앞둔 14일에는 이재명 후보가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현충탑 참배 후 방명록에 “선열의 뜻을 이어 위기에 강한 통합 대통령, 유능한 경제 대통령이 되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이날 현충탑 참배에는 이낙연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총괄선대위원장과 정세균 전 국무총리,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을 비롯해 민주당 의원단 50여명도 함께 했다.

이 후보는 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 묘소에 이어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까지 차례로 참배했다. 지난 1월 1일에는 코로나19 방역 등의 이유로 전직 대통령 묘역을 별도로 참배하지 않았다. 이날 전직 대통령 묘역을 차례로 방문한 것은 통합 이미지를 부각하는 전략적 참배로 분석된다.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대선에 임박해서야 전 대통령 묘역에 온 것은 진정성이 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이 후보는 “5년 전에 경선하면서 ‘내 양심상 독재자와 한강 철교다리를 끊고 도주한, 국민을 버린 대통령을 참배하기 어렵다’고 말씀드렸었다”면서 “그러나 5년의 세월이 지나면서 저도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됐고, 저의 사회적 역할도 책임감도 많이 바뀌고 커졌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공은 기리고 과는 질책하되, 역사의 한 부분으로 기억하는 것은 분명하다”며 “국민의 대표가 되려면 특정 개인의 선호보다는 우리 국민의 입장에서, 국가의 입장에서 어떤 게 더 바람직한지를 생각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중앙선관위 대선 후보자 등록 신청 시작 날인 13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 뒤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중앙선관위 대선 후보자 등록 신청 시작 날인 13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 뒤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 합리적 보수와 진보 모두 껴안는 전략

이 후보가 보수 진영의 두 전직 대통령 묘역을 참배함으로써 스윙보터인 부동층 유권자의 표심도 흔들릴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이 후보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과 비공개 회동을 한 데 이어 중도·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이상돈 전 의원과 오찬 회동을 하기도 했다.

지난 8일에는 보수 성향의 인물로 알려진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과 공개적으로 만났다. 윤 전 장관은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평상시 생각을 그대로 말했고 의외로 대화가 거침 없이 왔다 갔다해 서로 시간 가는 줄 몰랐다”며 “도지사를 하면서 틈틈이 국정에 관한 공부를 했는지 어떤 문제가 나와도 자기 의견이 있었다. 어떤 화제에도 자기 의견이 있었고 잘 정리돼 있었다”고 호평했다.

윤 전 장관은 같은 날 오히려 과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전문적인 지식 없어도 사람을 잘 쓰면 된다’고 주장한 발언에 대해 “말은 옳지만 어떻게 (인재를) 골라내겠다는 것인지가 문제”라며 “역대 대통령이 사람 잘 쓴다고 생각 안 해서 인사에 실패했겠는가. 역대 대통령들이 다 사적 기준으로 사람을 썼다. 윤 후보도 대통령이 돼서 사람을 쓸 때 잘 쓴다는 게 무엇인지 고민해야 하며 말하는 것과 현실은 다르다”고 쓴 소리를 했다.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원로들에게 위기 극복의 지혜를 구하는 모습을 보인 이 후보가 전직 대통령 묘역까지 방문해 통합·포용의 이미지를 부각하는 전략이 성공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윤 후보는 ‘구둣발 논란’에도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지 않고 있고, 안 후보가 내민 손도 잡지 않는 등 연일 악수를 두고 있다. 이에 반해 이 후보는 “선거 과정과 무관하게 정치교체와 국민통합에 동의하는 모든 정치세력과 연대·연합해 국민 내각으로 국민 통합정부를 구성하겠다. 국민 통합정부를 위해 필요하다면 이재명 정부라는 표현도 쓰지 않겠다”고 말해 합리적 보수와 진보를 모두 껴안겠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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