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이 2020년 2월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영수회담을 마치고 차량으로 이동하며 김상조 정책실장, 노영민 비서실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 뉴시스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20년 2월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영수회담을 마치고 차량으로 이동하며 김상조 정책실장, 노영민 비서실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또다시 윤석열 대통령과 만나서 대화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 대표가 야당의 대표로 선출된 이후 수차례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그 동안 다양한 이유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 8월 28일 압도적인 득표율로 ‘이재명의 민주당’을 만들어낸 이 대표는 당선직후 수락연설에서부터 “영수회담을 요청하겠다”며 윤 대통령과의 만남을 언급했다. 그리고 보름여 만에 5번의 회담 요청을 했다.

윤 대통령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총재’가 아니라며 영수회담이라는 표현에 선을 긋고 여당이 안정이 되면 여야 당 대표들과 함께 만나자며 ‘1대 1 직접 대화’에는 거리를 뒀다. 이 대표는 절차도 형식도 관계없다며 회담 요청을 계속해왔다.

5월 10일 윤 대통령이 취임 한지 217일, 이 대표가 취임하고 영수회담을 요청한지 107일이 되는 지난 14일, 이 대표는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접견에서 다시 회담을 언급했다. 이 대표는 “대통령께 여러 차례 민생과 경제를 위한 대화를 요청 드렸는데, 아직까지 답을 듣지 못했다”며 “야당과 정부가 소통을 이어갈 수 있다면 간극을 좁히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물론, 정의당 등 야권에서 윤 대통령이 취임 하고 8개월이 지나도록 한번 만나주지도 않는다며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11월에는 유인태 전 사무총장이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 멘토가 될 만한 사람들이 ‘야당 대표를 만나라’고 조언을 많이 했지만 윤 대통령이 ‘이재명이 싫다’고 했다더라”며 “인간 자체가 싫다고 한 얘기를 들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통령실은 즉각적으로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지만, 지속된 회담 거부에 뜬소문이 난무한 실정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지난 2011년 6월 27일 청와대에서 등록금, FTA비준 등 민생회담을 갖기에 앞서 환담하고 있다. / 청와대
이명박 전 대통령과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지난 2011년 6월 27일 청와대에서 등록금, FTA비준 등 민생회담을 갖기에 앞서 환담하고 있다. / 청와대

◇ 역대 대통령, 늦어도 4개월 내 회동 성사

대통령 직선제가 실시된 제6공화국 이래로 야당대표를 가장 늦게 만난 대통령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다. 김  전 대통령은 111일 만에 야당 대표를 만났다.

1988년 2월 25일 출범한 노태우 정부는 지금의 윤 대통령과 같이 여소야대 국면에서 야당과의 대화를 자주 갖겠다며 협치를 강조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제5공화국 청산과 관련해 압박을 받던 상황에서도 취임 4달 만인 5월 28일 김대중 평화민주당 총재, 김영삼 민주당 총재, 김종필 공화당 총재를 청와대로 초청했다. 대통령 취임 94일 만의 만남이었다. 노 전 대통령은 재임 중 2차례 김 전 평화민주당 총재와 개별 영수회담을 갖기도 했다.

문민정부는 1993년 2월 25일 출범한 후 가장 늦게 야당 대표를 만났다. 3월 이기택 민주당 대표 당선에 직접 축하 전화를 건 김영삼 전 대통령은 6월 15일 111일 만에 청와대에서 이 대표를 만났다. 다만 이 자리는 조찬을 겸해 배석자 없이 진행됐고, 공식적인 영수회담은 1994년 3월 11일로 기록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8년 2월 25일 문민정부가 출범한 다음날 곧바로 영수회담을 제안했다. 취임 3일차에 박태준 자민련 총재, 조세형 국민회의 총재권한대행, 이만섭 국민신당 총재와의 회동했다. 조순 한나라당 총재와의 단독 회동 등을 가지며 협치에 힘썼다. 김 전 대통령은 총 8회의 영수회담을 해 공식적으로 역대 가장 많은 영수회담을 한 대통령이기도하다.

2003년 2월 25일 출범한 참여정부의 노무현 전 대통령은 취임 16일 만인 3월 12일 청와대에서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권한대행 및 한나라당 지도부와 함께 만나 초당적 협력을 약속했다. 당시 한나라당은 당 대표가 부재한 상황이었음에도 적극적으로 대통령과의 만남에 나서 협치 정신을 보였다. 노 전 대통령부터는 공식적으로 대통령이 여당 총재가 아니기 때문에 ‘영수회담’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영수회담 격의 회동은 꾸준히 해왔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2월 25일 정부가 출범하고 53일만에 손학규, 박상천 공동대표 등 통합민주당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했다. 4월 24일 오찬을 가진 자리에서 미‧일 순방, 한미FTA등의 주제로 대화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통령은 이후에도 통합민주당, 민주당 대표와 3차례의 영수회담을 가졌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공식적인 영수회담은 없었다. 다만,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3년 2월 25일 정부가 출범하고 47일만에 민주통합당 지도부와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 그리고 야당 소속 국회 상임위원장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환담을 가졌다. 영수회담을 가지지는 않았지만, 여야의 대표나 원내대표가 참여하는 3자회담, 5자회담을 통해 야당 대표와 만났다.

문재인 정부는 박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인해 인수 시기 없이 취임했다. 2017년 5월 9일 당선 됐고, 10일 취임한 그는 이례적으로 취임식 직전 자유한국당 당사를 찾아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만나서 협치를 요청했다. 9월에는 주호영 바른정당 대표권한대행,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등과 함께 여‧야 4당 대표와의 회동을 가졌고, 2018년 4월 13일에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1대 1 영수회담을 했다.

 

최종 결론: 사실

근거자료 및 출처
박 대통령은 왜 영수회담을 하지 않을까
2015. 10. 23 한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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