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있다. / 뉴시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국민의힘 내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총선 역할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해 말 전당대회 국면과 맞물려 당권 출마 가능성이 회자 된 것과 비슷한 흐름이다. 한 장관이 “저와 무관한 일”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이러한 목소리가 계속되고 있는 이유가 있다. 수도권 승리가 곧 총선 승리라는 당내 절박함이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한 장관의 등판이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한 장관의 총선 역할론은 지난 27일 친윤계 박수영 의원의 발언으로 재점화됐다. 박 의원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새 인물론이야 선거 때마다 있는 것 아니겠나”라며 “한 장관의 경우는 스스로 판단해야 될 거라고 생각이 들지만 제 개인적 경우에는 좀 등판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 판결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이 한 장관 탄핵에 목청을 높이는 점을 오히려 ‘기회’로 여기는 눈치다.

앞서 국민의힘 내에서 한 장관의 차출론은 꾸준히 거론돼 왔다. ‘신선한 이미지’의 한 장관이 여권의 주자로 나설 경우 총선에서 유리한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는 이유다. 이러한 목소리는 지난해 말 전당대회를 앞두고 더욱 거세졌다. 새 지도부가 내년도 총선을 이끌어야 하는 만큼 한 장관에게 그 역할을 부여해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 분위기였다.

물론 그때마다 한 장관은 법무부 장관으로서의 업무가 우선이라는 취지로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당내에서 여전히 한 장관 역할론이 끊이질 않는 데는 ‘수도권에서 밀리면 안 된다’는 기류 탓이다. ‘참패’를 기록한 지난 20대 총선 당시 수도권에서 불과 16석(서울 8‧인천 1‧경기도 7)에 그쳤던 전례는 국민의힘이 꾸준히 ‘수도권 승리’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근거였다.

이렇다 보니 당내에서는 당의 목표와 한 장관의 ‘장점’을 연결시키려는 모습이다. 박 의원은 앞서 라디오에서 한 장관의 총선 역할론이 두 가지 측면에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X세대 선두 주자’여서 민주당 주류인 586세대와 견줄 수 있다는 점과 ‘서울 출신’으로서 지역 갈등을 해소할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비단 ‘직접 출마’ 뿐만 아니라 ‘당 선거대책본부 내 역할’ 가능성 모두 열어 놓았다.

차기 대권 주자로 거론될 만큼 높은 인지도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국민의힘이 한 장관 띄우기에 적극적인 이유다. 한국갤럽이 3일 공개한 ‘장래 정치 지도자’ 조사에 따르면, 한 장관은 11%를 기록해 여권 후보군 중 1위를 기록했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한 장관 역할론은) 인기가 높기 때문에 우리가 어려운 수도권 선거 같은 곳에 도움이 되지 않겠나 이런 취지”라고 평가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 실효성 두고 엇갈린 평가

물론 이러한 한 장관의 역할론이 실질적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가장 먼저는 국무위원인 한 장관이 야당과 맞서며 만든 ‘신선함’이 ‘정치인 한동훈’에게도 유효할 지는 미지수다.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이날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와 인터뷰에서 “큰 정치인으로서의 매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셔야 되는데 이것은 말 그대로 정치를 시작해야지만 보여줄 수 있는 영역”이라고 평가했다.

이러한 고민은 한 장관의 ‘중도 확장성’에 대한 의문으로도 이어진다. 당이 한 장관에게 기대하는 것은 수도권은 물론 중도층·청년층에 대한 소구력이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오른팔’ 이미지가 부각된 상황에서 이같은 기대 효과를 얻을 수 있을까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린다.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그분 지지층이 윤 대통령과 굉장히 겹친다”며 “결국 총선은 중도, 젊은층, 수도권 민심을 누가 잡느냐 승부인데 그것을 잘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당내에서 한 장관을 띄우는 데는 수도권에서 국민의힘의 상황이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한 장관 외에는 수도권에서 나설 만한 인물이 딱히 눈에 보이지 않는다”라며 “(기존 당과) 전혀 다른 이미지를 만들어 내기엔 그만한 인물이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준석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아웃카운트 하나도 못 잡은 1회 말에 구원투수 올리자는 팀은 라인업을 잘못 짠 것”이라며 이러한 상황을 비판했다.

일단 친윤계에서는 한 장관 등판설을 일축하며 숨 고르기에 나선 모습이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제가 대통령이라면 (총선 출마를) 안 시키겠다”며 “윤석열 정부의 ‘정책 아이콘’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고, 정부 정책을 국민들에게 설득하고 이끌어가는 데 일종의 스피커도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전날 YTN 라디오 ‘이슈앤피플’에서 “구태여 한 장관을 정치로 끌어내는 일이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근거자료 및 출처
데일리 오피니언 제532호(2023년 3월 1주)
2023.03.03. 한국갤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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