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생각에 잠겨있다. / 뉴시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생각에 잠겨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김성한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의 사퇴 배경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이 명백한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특히 김 실장의 사퇴가 미국 측이 제안한 블랙핑크-레이디 가가 합동공연 보고 누락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데 대해 “대통령실이 언제부터 이렇게 허접한 곳이 됐나”라고 비판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30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윤 대통령의 초등학교 동창이자 외교 과외 교사인 김 실장이 전격 사퇴를 했다”며 “일일이 열거할 수 없는 외교 참사에는 끄떡없더니 석연치 않은 이유로 갑자기 경질된 게 참으로 이상하다”고 말했다.

이어 “방미를 앞두고 밤을 새워 전략을 짜도 부족할 대통령실이 대책은 고사하고 온갖 풍문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며 “블랙핑크와 레이디 가가 합동 공연 보고를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핵심 외교 비서관을 내쫓고 대미 정책 총괄 국가안보실장이 사퇴했다는 말인가”라고 비판했다.

김 실장은 전날(29일) 언론 공지를 통해 “오늘부로 국가안보실장 직에서 물러나고자 한다”며 전격 사의를 표했다. 사퇴 이유에 대해선 “한미동맹을 복원하고 한일관계를 개선하며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한 후 다시 학교로 돌아가겠다고 말씀드린 바 있다”며 “이제 그러한 여건이 어느 정도 충족되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치권은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을 한 달여 앞두고 외교안보 책임자가 사의를 표명한 것이 납득하기 쉽지 않다는 반응이다. 이렇다 보니 여러 해석도 난무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 과정 중 미국 측이 제안한 문화 프로그램 보고를 누락한 것이 직접적 원인 아니냐는 게 대표적이다. 

일각에선 대통령실 외교안보 라인 간 권력 다툼으로 인한 결과라는 추측도 나온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정통 외교관 출신들이 일제히 그만두고 있고 비외교관 라인들은 건재하지 않나”라며 ‘알력설’에 힘을 실었다. 문화공연 보고 누락 때문이란 해석에 대해선 “블랙핑크, 레이디 가가 때문에 한 나라의 안보실장을 교체했다면 전 세계의 웃음거리가 된다”고 평가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러한 해석을 차단하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다.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김 실장은 외교안보실장을 맡을 때도 정부가 안정되고 한미 관계, 일본 관계 정상화, 한미 동맹 복원, 한미 협력 체계가 구축이 되면 학계로 돌아가겠단 이야기를 계속해왔다”며 “어느 정도 성과가 나오고 이런 상태에서 사임을 결정하게 된 게 아닌가 생각이 된다”고 말했다. 외교라인 간 ‘알력설’에 대해선 “그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한국과 미국 간 문화 프로그램 보고 누락 등 여러 사안들이 실무적 선에서 나왔던 것이고 거기에 책임이 있는 사람에 대해선 책임을 묻겠다는 이야기를 과거 윤 대통령께서도 해 오셨다”며 “이 정도의 상황이 일어났을 때 스스로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대통령실의 기강을 다 잡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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