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오전 대구 달성군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에서 박 전 대통령을 예방하고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국민의힘 제공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오전 대구 달성군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에서 박 전 대통령을 예방하고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국민의힘 제공

시사위크=손지연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오전 박근혜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수사를 진행했던 한 위원장이 4‧10 총선을 보름 앞두고 보인 전격 회동으로 국민의힘 지지율에 힘을 보탤 보수층 결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한 위원장은 30분가량 예방 후 기자들과 만나 “박 전 대통령을 찾아뵙고 국정 전반과 현안들, 살아오신 이야기 등 굉장히 좋은 말씀을 들었다”며 “따뜻한 말씀 해주셨고 저도 대단히 감사하다는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번에 대구 방문할 때 뵙기로 했었는데 일정이 맞지 않아 날을 잡아서 뵌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늘 예방으로 보수층 결집에 따른 지지율의 반등을 꾀하냐는 물음에는 “고맙다”며 말을 아꼈다. 

이날 자리에는 윤재옥 원내대표와 박 전 대통령의 변호를 맡아 최측근으로 알려진 유영하 대구 달성갑 후보가 함께 배석했다. 유 후보는 회동에서 “박 전 대통령이 지난 서해수호 기념식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만난 것을 언론을 통해 봤다고 했다”며 “(한 위원장에게) 경제도 어렵고 나라가 많이 어려운 데 이런 때일수록 위기에서 뜻을 모아 단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박 전 대통령의 “뜻을 모아 단합해야 한다”는 요청은 이종섭 주호주대사와 황상무 전 시민사회수석 논란으로 불거진 ‘용산발 리스크’로 인한 ‘윤‧한(윤석열-한동훈) 갈등’에 대한 조언으로 보인다. 정부‧여당의 대립각이 총선 판세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단합’을 강조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 시기 한 위원장은 국정농단 수사팀장이었던 윤 대통령과 함께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진행한 바 있다. 이번 예방은 수사 당시 검사와 피의자로 엮였던 과거 인연을 전환하는 계기이자 ‘정치인’으로 행보를 확고하게 다지는 모습이다. 보수의 상징인 박 전 대통령을 예방하면서 TK(대구‧경북)와 PK(부산‧경남)의 전통적인 보수 지지층 결집을 겨냥했다는 평가다.

한 위원장은 이날 오후 울산 남구 신정시장에서 유세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서도 “이명박 대통령도 만나 뵐 계획이 있다”고 했다. 다만 정확한 일정에 대해서는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 예방으로 중도층에 악영향이 있지 않겠냐’는 지적에 “제 행보에 대해 어떤 분은 보수층 악영향이라 하고, 중도층 악영향이라 하는데, 저는 당 대표로서 해야 할 일을 그때그때 하는 것”이라며 일축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PK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이 약진하는 모습”이라며 “흔들거리는 보수표, 집토끼 단속을 해야겠다는 판단”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수도권 중도층과는 별개로 순차적으로 (표심을) 챙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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