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차 환경노동위원회 국무위원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뉴시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차 환경노동위원회 국무위원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직 자진 사퇴를 거부했다. 그간 극우 편향 및 반노동 발언에 대해 “국민적 평가는 끝났다”는 야당의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는 “필요한 경우에는 사과도 하고 다 해야 된다고 본다”고 말했지만, 정작 제대로 된 사과는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그간 자신의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하고 나서면서 논란에 논란을 더한 모습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26일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고 후보자의 자질 검증에 돌입했다. 시작부터 야당은 김 후보자를 겨냥 ‘국민적 평가’가 끝난 인물이라며 후보자의 자질이 없다는 데 목소리를 높였다. 과거 김 후보자가 세월 참사와 관련해 “죽음의 굿판”이라고 표현한 것과, 불법 파업에 대해 “손배 폭탄이 특효약”이라고 언급한 사례를 일일이 열거했다. 

강득구 민주당 의원은 “과거에 했던 말과 글은 그 사람의 현재를 보여준다”며 “공인을 판단할 때 그 사람의 과거 발언이 그리고 글이 주요한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 앞서 ‘사과’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퇴’의 필요성도 대두됐다. 김태선 민주당 의원은 “후보자 스스로는 사퇴하는 것이 마지막 양심을 지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것이 “국회의 존엄과 국민의 자존심을 지키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31일 윤석열 대통령이 신임 노동부 장관에 김 후보자를 지명하면서 여야의 공방은 예견된 일이었다. 과거 노동운동에 투신했던 것과는 달리 그의 발언들이 ‘반노동’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경사노위 위원장으로 광주글로벌모터스를 방문한 뒤 자신의 페이스북에 “감동 받았다. 노조가 없다”고 언급한 게 일례다. 그는 지난 2009년 정리해고에 반대해 농성을 하던 쌍용차 노조를 겨냥해선 “자살 특공대”라고 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극우 편향 논란, 경기도지사 시절 ‘119 갑질 논란’ 등도 야당이 후보자의 적격성을 의심하는 이유다.

◇ 자세 낮췄지만 사과는 ‘거부’

이러한 논란들을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저자세’를 취하기도 했다. 그는 사과 여부를 묻는 김태선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재야에서 외치던 소리와 청년기 저의 말과 국회의원 할 때의 말, 도지사를 할 때의 말, 장관으로 위원님들 앞에서 청문 절차를 밟고 있는 김문수는 상황 자체가 많은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필요한 경우에는 제가 사과도 하고 다 해야 된다고 본다”며 “제 발언 중에 상처받으신 분들이 계신다면 저는 진심으로 사과를 드린다”고 했다.

하지만 김 후보자는 정작 그간의 발언에 대해 ‘사과’와는 거리가 먼 듯한 모습을 보였다. 쌍용차 노동자들에게 ‘자살 특공대’라고 언급한 것에 대해 “본인들이 그렇게 행동한 것”이라고 되받아친 게 대표적이다. 그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서도 “광화문 광장에 추모 공간을 만드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관련해선 “역사적으로 다시 재평가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정치적 편향 논란에도 불씨를 지폈다.

이러한 상황에 여당은 김 후보자를 옹호하는 데 집중했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야당의 사과 요구에 “일방적인 사과를 강요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우재준 국민의힘 의원은 “말씀 중에는 제가 봐도 우려가 될 만한 말씀들도 조금씩 있다”면서도 “오히려 행동에는 전혀 부끄러움이 없게 살아오신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많이 든다”고 했다.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도 “상처받는 언행들은 절대 삼가 주기실 부탁드린다”면서도 “일하시는 데 진심이나 진정성은 느껴진다”고 평가했다.

김 후보자는 이날 선서에서 “장관이 된다면 노동 현장의 목소리를 겸손하게 경청하며 더 낮은 곳에서 뜨겁게 일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러한 태도 속에 야당의 의구심은 더욱 깊어져 가는 형국이다. 박홍배 민주당 의원은 “청문회 할 필요도 없는 사람”이라며 “후보자께서 오늘 거듭 최선을 다해 성찰하고 고치겠다, 또 몸을 낮추겠다 이렇게 말씀하지만 국민들은 김문수라는 사람이 노동부 장관이 되는 것을 거부한다”고 꼬집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