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전두성 기자 국회는 11일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한 긴급 현안질의를 열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해 “비상계엄은 고도의 통치행위로 보고 있다”는 발언이 논란이 됐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의 분노는 폭발했다. 윤 의원을 향해 ‘미쳤냐’, ‘내란 동조자’ 등의 발언을 써가며 강하게 반발했다. 또한 ‘전두환’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윤 의원이 전두환의 전 사위라는 점을 겨냥한 것이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말이 되는가”라며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 ‘비상계엄은 고도의 통치행위’ 발언에 뒤집힌 본회의장
윤 의원의 논란 발언은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한 긴급 현안질의에서 나왔다. 그는 박성재 법무부 장관에게 질의하던 도중 이인호 중앙대 교수를 아냐고 했다.
그러면서 박 장관에게 “이 교수의 주장에 따르면 ‘대통령이 설사 직무 판단에 있어서 위헌 행위를 할지라도 처벌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거 아는가”라고 물었고, 박 장관은 “그런 취지의 글을 게시한 것을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어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지난 2000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돈을 북한에 송금했지만, 처벌하지 않았다. 이유가 뭔가”라고 질문했고, 이에 박 장관은 “통치행위로 판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논란의 발언은 그 직후에 나왔다. 윤 의원은 “1997년 대법원 판례를 보면 비상계엄은 고도의 통치행위로 보고 있다”며 “2010년도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고도의 정치 행위에 대해선 대통령의 권한을 존중하면서 사법심사를 자제한다. 자제하는 선에서 위헌성을 심판하라’는 것이 대법원 판례”라고 말했다.
그러자 야당에선 강한 반발이 나왔다. 한 야당 의원은 윤 의원을 향해 “미쳤냐”고 소리쳤고, ‘내려가’, ‘내란 동조자’라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항의가 이어지자, 윤 의원이 “제가 이런 말씀을 드린 이유는 법률적 검토에 대해서 법무부가 검토한 것을 가져와 달라는 말씀”이라고 반박했다. 야당은 항의를 멈추지 않았고, 일제히 ‘전두환’ 구호를 외쳤다.
강유정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서면 브리핑을 통해 “쿠데타 순혈 윤 의원은 의원 자격이 아니라 국민 자격이 없다”며 “국민의 대표 자격을 내려놓고 당장 대한민국을 떠나라”고 쏘아붙였다.
우 의장도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대통령의 명에 의해서 군대가 국회에 총을 들고 들어왔다”며 “같은 국회의원으로서 그걸 통치행위라고 하는 게 말이 되는가”라고 질타했다. 야당은 윤 의원의 질의가 끝나고 내려갈 때까지 “통치행위는 역사의 길이 남을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 “국무위원, 허리 굽혀 사죄하라”… 야당 질타 이어진 현안질의
이러한 가운데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국무위원들을 향한 야당의 질타가 이어졌다. 첫 번째 질의자로 나선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에게 허리 굽혀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한 총리는 발언대에서, 대부분의 국무위원은 자리에서 사과를 했다.
서 의원은 한 총리를 불러내 “국무위원을 대신해서 국민 앞에 허리 굽혀 사죄하라”고 요구했고, 한 총리는 “국민께 이러한 일이 벌어진 것에 대해서 죄책감을 느낀다”며 허리를 숙였다. 이어 서 의원은 본회의장에 착석한 국무위원들을 향해 “자리에서 일어나서 국민 앞에 사죄드리라. 지금 일어나라”고 요구했다.
한 총리는 “제가 다시 한번 국무위원을 대표해 사죄드리겠다”며 허리를 숙였고, 국무위원들도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숙였다. 이날 현안질의에는 한 총리와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조태열 외교부 장관, 박 법무 장관, 유인촌 문화체육부 장관, 김영호 통일부 장관,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다만 김문수 장관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이후 조국 조국혁신당 의원 질의 시간에도 질타가 이어졌다. 조 의원은 국무위원들이 앉아 있는 곳을 응시하며 “지금은 (비상계엄에) ‘동의하지 않았다’, ‘찬성하지 않는다’고 변명한다”며 “그런데 만약 불법적 비상계엄이 성공했더라면 이 자리에서 또는 용산 대통령실에서 그 조치를 찬양하고 있었으리라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내란을 획책했던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 중 단 한 명도 자기 직을 걸고 반대한 사람이 없었다. 입으로만 반대한다고 말했다”며 “귀하들이 직을 걸지 않고 반대하지 않았을 때 국민은 밤새도록 목숨을 걸고 장갑차와 맞서고 있었다. 한 나라의 국무위원이라는 사람이 부끄럽지 않은가”라고 질타했다. 이어 “무슨 낯짝으로 국무위원 배지를 걸고 있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박 법무 장관이 비상계엄 선포 후 윤 대통령과 만난 것에 대해서도 “모든 국민은 바깥에서 계엄 반대 투쟁을 하고 있는데 국무위원 몇 명이 (윤 대통령) 안가에 모여서 안락하게 밥자리를 하고 있었는가”라고 따져 물었고, 박 장관은 “그 부분이 적절하지 못했다면 잘못을 인정하겠다”고 했다.
한편 박 장관은 ‘퇴임 후 윤석열 씨의 변호인단에 합류할 것인가’라는 조 의원의 질문에 “우선 제 코가 석 자”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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