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전두성 기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이른바 ‘대선 개입 의혹’ 청문회를 30일 실시했다. 하지만 조 대법원장을 비롯한 핵심 증인들이 청문회에 불출석하면서 ‘맹탕’ 청문회가 됐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 등 범여권 의원들은 조 대법원장을 향한 성토를 쏟아냈고, 법적 조치를 주장하는 의원도 있었다. 아울러 법사위는 내달 15일 대법원을 찾아가 국정감사를 실시하는 것을 민주당 주도로 의결했다. 사실상 조 대법원장의 청문회 불출석에 대한 맞불을 놓은 셈이다.
◇ 예고된 ‘맹탕’ 청문회… 여야 ‘공방’만
이날 오후 법사위는 조 대법원장에 대한 ‘대선 개입 의혹’ 청문회를 실시했다. 하지만 청문회 전 핵심 증인이었던 조 대법원장과 오경미·이흥구·이숙연·박영재 대법관 등이 불출석하겠다는 의견서를 법사위에 제출하고, 한덕수 전 국무총리도 재판 참석을 이유로 불참을 통보하면서 사실상 ‘맹탕 청문회’가 됐다.
이처럼 조 대법원장이 청문회에 불출석하자 민주당 등 범여권 의원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조 대법원장이 누구와 어떤 연락을 했는지, 누구와 어떤 모의를 했는지 낱낱이 밝혀져야 한다”며 “(조 대법원장은) 꿀릴 게 없으면 (청문회에) 나왔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김기표 의원도 “누가 잘못했나. 누가 사법부의 독립을 흔들었나”라며 “이 모든 사태를 누가 자초했나. 바로 조희대”라고 직격했다. 이어 “사법부의 독립을 스스로 팽개친 장본인이 사법부의 독립을 핑계로 국회 청문회에 불출석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법적 조치를 주장하는 의원도 있었다. 최혁진 무소속 의원은 “조 대법원장과 대법원 관계자들이 국회에서 청문회를 한다는데 나타나지 않았다. 사유서도 아니고 의견서를 제출했다”며 추미애 법사위원장에게 법적 조치를 요청했다. 아울러 범여권 의원들은 대법원을 찾아가 의혹에 대해 감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처럼 민주당이 조 대법원장을 향한 비판을 쏟아내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대법원이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한 것에 대한 ‘보복’이라고 맞받았다. 주진우 의원은 “지금 민주당이 대법원장에 대해 사퇴도 강압하고 청문회 소환까지 하는 것은 원인이 두 가지”라며 “(대법원이) 이 대통령 유죄를 줬다고 보복하는 것이고, 이재명 재판 없애겠다고 사법부를 흔드는 격”이라고 했다.
송석준 의원도 “대한민국 삼권분립의 한 축을 이루는 사법부의 수장인 대법원장을 수사하라는 게 말이 되는가”라고 지적했고,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사법부 조리돌림 청문회는 대한민국 헌정사에 길이 남을 입법 폭거이자, 민주주의 파괴에 흑역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 법사위, 내달 15일 ‘대법원 현장 국감’… 국힘 ‘반발’
이처럼 조 대법원장에 대한 청문회에서 여야가 공방만 벌인 가운데, 법사위는 내달 15일 대법원을 방문해 현장 국정감사를 진행하는 ‘현장 검증 실시계획서 채택의 건’을 민주당 주도로 의결했다.
당초 법사위는 내달 13일 국회에서 대법원을 상대로 국정감사를 실시하기로 했지만, 15일에 추가로 대법원에서 현장검증 형식의 국정감사를 진행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는 이날 청문회에 조 대법원장이 출석하지 않자, 맞불을 놓은 것으로 해석된다.
법사위는 15일 대법원에서 ‘대법관 증원 관련 소요 예산 산출 근거 검증’과 ‘대선 후보 파기 환송 판결 과정의 정당성 확인’ 등을 실시할 예정이다.
국민의힘은 대법원 현장 국정감사에 강하게 반발했다. 나경원 의원은 “대법원에 대한 현장검증 동의서를 이렇게 기습적으로 날치기 통과시킨 것에 대해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며 “지금 민주당 의원님이 하는 것은 한마디로 대선 개입 의혹 운운하면서 결국은 대한민국의 헌정 질서를 완전히 파탄 내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어 “(민주당이) 대법원을 흔드는 이유는 이 대통령의 재판이 재개되면 당연히 당선 무효되고 결국 대통령 자리에서 쫓겨날까 봐 하는 것 아닌가”라며 “사법질서 흔들지 말고 차라리 ‘이재명 무죄법’을 만들라”고 쏘아붙였다.
이러한 가운데 여권 내에서도 조 대법원장 청문회에 대해 쓴소리가 나왔다.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이석연 위원장은 이날 국민통합위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왜 청문회의 요건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는데 국회가 그렇게 서둘러 진행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지적했다.
또 “불쑥불쑥 던지는 ‘대법원장 물러가라’, ‘탄핵하겠다’는 주장도 아무리 정치적 수사라고 해도 책임 있는 정치인이라면 그렇게 얘기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다만 이 위원장은 조 대법원장을 향해서도 “지난 5월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상고심을 왜 속전속결로 처리했는가”라며 “국가의 앞날에 큰 영향을 주고 엄청난 정치적 파장이 있을 것을 알면서 왜 그렇게 빨리 처리했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꼬집었다.
앞서 친명계(친이재명계)인 김영진 민주당 의원도 지난 25일 MBC 라디오에서 청문회에 대해 “약간 급발진하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비판한 바 있다.
관련기사
- 정청래, 조희대 ‘청문회 불출석’ 비판… “사법부는 헌법 위에 존재하나”
- ‘조희대 청문회 급발진’ ‘김현지 국감 증인 채택’… ‘친명’ 김영진의 쓴소리
- ‘조희대 청문회’ 힘 실은 민주당 지도부
- 법사위, 30일 ‘조희대 청문회’ 개최… 국힘 ‘반발’
- ‘종교단체 동원’ 의혹, 정국 뇌관 되다
- ‘친명’ 김영진 “법사위 재구조화 필요… 너무 소모적”
- 민주당 ‘검찰·사법부’ vs 국힘 ‘이재명 정부’… ‘추석 여론전’ 나선 여야
- ‘2025 국정감사’ 시작… 여야, 신경전 ‘활활’
- 정청래 “조희대 대법원장, 국정감사 성실히 임해야”
- 대법원장 국감 발언, 정치적 논란 덮을 수 있을까
- [2025 국감] ‘아수라장’ 반복한 법사위… 조희대는 ‘묵묵부답’
- ‘조희대 압박’ 수위 높이는 민주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