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에 비건 바람이 거세게 일고 있다. 사진은 LF의 비건 여성 화장품 '아떼'(좌)와 SPC삼립이 국내 유통에 들어간 미국 푸드테크 기업 저스트의 식물성 달걀 '저스트 에그'. / 각사
유통가에 비건 바람이 거세게 일고 있다. 사진은 LF의 비건 여성 화장품 '아떼'(좌)와 SPC삼립이 국내 유통에 들어간 미국 푸드테크 기업 저스트의 식물성 달걀 '저스트 에그'. / 각사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으로 분주한 유통가가 새 소비 트렌드를 맞이하기 위한 준비로 여념이 없다. 유해 물질과 동물 실험을 반대하는 섬세하고 스마트한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채식(비건‧vegan) 라인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 ‘미닝아웃’ 확산에 주목 받는 비건 뷰티

본래 비건은 채식주의자 중에서도 완전한 채식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계란과 우유와 같은 동물성 재료는 물론, 모두 배제하고 채소와 과일, 해초 등 식물성 음식만을 섭취하는 부류를 지칭한다. 하지만 통상 산업계에서는 엄격성을 따지지 않고 일반적인 채식을 두루 부르는 말로 쓰이고 있는 편이다.

화장품 업계에서는 LF가 ‘비건 뷰티’를 적극 지향하고 있다. 2016년 프랑스의 ‘불리 1803’과 체코의 ‘보타니쿠스’ 등 수입 브랜드로 화장품 사업에 뛰어든 LF는 발 빠르게 비건 뷰티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하반기 첫 여성 화장품 PB인 ‘아떼’를 론칭하며 선제적으로 관련 시장에 나섰다. LF에 따르면 아떼는 프랑스의 비건 인증기관인 EVE로부터 비건 화장품 인증을 받는다. 또 스위스 자생 식물원료를 기반으로 삼고, 동물 실험을 전혀 하지 않는다.

‘정려원 립밤’으로 불리며 완판을 기록한 ‘어센틱 립밤’에 이어 지난달에는 비건 아이섀도 ‘어센틱 폴인아이즈’를 내놓았다. LF 측은 “성분은 순하지만 가볍고 부드럽게 피부에 밀착돼 장시간 무너지지 않는 메이크업을 구현할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 빌 게이츠 투자 받은 ‘저스트 에그’, SPC 국내 유통

화장품 전문 제조사 콜마도 비건 뷰티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환경 이슈에 민감한 국내 소비자들의 니즈에 낮춰 비건 인증을 순차적으로 받고 있다. 토너, 로션, 크림 등 7개 품목의 비건 인증을 획득한 콜마는 앞으로 마스크팩, 클렌징 제품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비건 인증은 영국 ‘비건 소사이어티’와 같은 글로벌 기관을 통하고 있다. 비건 소사이어티는 1944년 설립돼 세계적으로 높은 신뢰를 얻고 있다고 알려졌다.

화장품 업계에서 비건 뷰티 역량을 키우고 있는 건 관련 시장의 성장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는 전 세계 비건 화장품 시장이 연평균 6%씩 성장해 2025년에는 약 24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잦은 유해물질 이슈로 인해 안전한 원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또 동물 실험에 반대하는 자신의 신념을 소비로 표현하는 ‘미닝아웃’이 하나의 트렌드로 정착된 것도 비건 뷰티의 앞날이 밝은 이유다.

식품업계에서도 비건을 새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 SPC삼립은 미국의 ‘저스트(Eat JUST)’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국내 비건 먹거리의 저변 확대에 나선다. 저스트는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식품을 만드는 푸드테크 기업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 홍콩 최대 부호 리카싱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을 정도로 장래가 기대되는 스타트업이다.

저스트의 대표 제품인 ‘저스트 에그’는 녹두에서 추출한 식물성 단백질로 달걀 맛을 구현했다. 콜레스테롤이 없고 포화지방이 낮아 비건과 달걀 알러지가 있는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미국, 중국, 홍콩, 싱가포르 등에서 약 3,000만개가 판매됐다. SPC삼립은 향후 프라이, 패티, 오믈렛 등 카테고리를 확장할 계획이다.

SPC삼립 관계자는 “식물성 단백질 식품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매해 10% 이상 성장하는 등 미래 성장 가능성이 무한하다”고 말했다. 전 세계 식물성 단백질 시장은 지난해 약 16조원 규모다. 2023년에는 약 42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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