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핵심사업으로 추진 중인 ‘한국판 뉴딜’의 실효성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사업 계획이 미흡하고 효과가 불분명한 정책이 상당수 존재한다는 것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3일 ‘2020년도 제3회 추가경정예산안 분석’ 보고서를 통해 한국판 뉴딜 사업에 대해 재정 투입계획에 문제점이 있다며 ‘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은 지난 18일 강원 춘천시 남산면 더존비즈온 강촌캠퍼스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디지털경제 현장방문'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정부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마련한 ‘한국판 뉴딜’ 사업 추진에 나섰다 . 정보통신(ICT)분야에 강점을 가진 우리나라의 특성에 맞춘 ‘디지털 뉴딜’ 정책과 향후 친환경 녹색사회로의 도약에 중점을 둔 ‘그린뉴딜’ 정책을 핵심 축으로 진행된다. 

한국판 뉴딜 사업은 총 76조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대규모 국가 프로젝트다. 정부는 한국판 뉴딜 사업에 올해 3차 추경예산인 5조1,000억원을 포함해 오는 2022년까지는 약 31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2025년까지는 45조원의 재정이 추가 투입될 예정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한국판 뉴딜’ 정책의 실효성을 두고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계획과 효과가 불분명하며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채 ‘겉보기 성과’에만 급급한 사업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 학교 PC 교체가 디지털 뉴딜?… 예산정책처, “한국판 뉴딜 계획 조정 필요할 것”

국회예산정책처(이하 예산정책처)는 23일 ‘2020년도 제3회 추가경정예산안 분석’ 보고서를 통해 한국판 뉴딜 사업에 대해 재정 투입계획에 문제점이 있다며 ‘조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예산정책처는 정부가 발표한 한국판 뉴딜 정책의 사업계획이 새롭고 혁신적인 정책이라는 의미의 ‘뉴딜’이라는 취지를 충분히 살리기에 어렵다고 평가했다. 사업목적이 불분명하거나 사업계획, 사전절차 및 사업계획이 미흡해 사업효과를 담보하기 어려운 ‘부실 사업’들이 다수 편성돼 있다는 것이다. 

먼저 예산정책처는 ‘한국판 뉴딜 3차 추경안에는 디지털 뉴딜과는 관련이 적은 사업들이 다수 포진돼 있다’고 분석했다.

교육부 중심으로 추진되는 ‘초·중등 온라인 교육 인프라’ 구축 사업의 경우, 거창한 이름과는 달리 2,367억원을 투입해 모뎀 등 무선네트워크 구축과 노후된 PC를 새 것으로 교체한다는 계획이 전부다. 또한 온라인 교육 활성화를 목적으로 태블릿PC 등 디지털기기 구입 등에 101억원이 배정됐다.

예산정책처는 “노후 기자재를 교체하는 사업을 한국판 뉴딜 사업으로 분류하는게 타당한 지 의문이 든다”며 “이미 오래 전 범용화된 제품을 단순 구매하는 것이 비대면 산업과 기술 육성, 교육 지원에 크게 기여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빅데이터, AI 사업도 사업계획이 부실한 상황이다. 859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공공 데이터베이스 구축 사업의 경우 수집된 데이터에 대한 구체적인 활용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빅데이터 플랫폼 사업은 어느 분야의 플랫폼을 신규 구축할지조차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예산정책처는 AI를 도입해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사업인 ‘AI 바우처’ 사업에 대해서도 사업 실효성이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AI바우처 사업은 AI 솔루션을 공급하는 기업과 이를 필요로 하는 기업을 매칭해 지원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하지만 공급기업이 제공하는 솔루션의 품질과 제공받은 기업의 사업성 및 효과를 확인할 방법이 마련되지 않았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0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제시된 디지털 뉴딜과 그린뉴딜의 사업계획. 국회예산처는 예산정책처는 해당 사업계획이 새롭고 혁신적인 정책이라는 의미의 ‘뉴딜’이라는 취지를 충분히 살리기에 어렵다고 평가했다. 사업목적이 불분명하거나 사업계획, 사전절차 및 사업계획이 미흡해 사업효과를 담보하기 어려운 ‘부실 사업’들이 다수 편성돼 있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

◇ 녹색산업 이끈다던 그린뉴딜도 사업계획 부실

그린뉴딜 정책 역시 실효성 논란을 피하지 못했다. 특히 신산업 분야가 다수 포진된 그린뉴딜 사업에서 유망기업을 육성하는 ‘그린뉴딜 유망기업 육성 사업’의 사업 계획이 상당히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린뉴딜 유망기업 육성 사업에 따르면 오는 2024년까지 중소벤처기업부·환경부 등 관계부처는 녹색산업 선도기업 100개사를 선정해 지원할 계획이다. 이 사업에는 올해 약 52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며, 오는 2024년까지 약 407억원 규모의 예산이 투입된다.

그러나 관계부처에서 발표한 사업 계획에는 100개사 선정기준이 없는 상황이다. ‘그린산업 분야 유망 중소·벤처기업’이라고 제시했을 뿐, 구체적인 세부사항은 확정되지 않았다. 

문제는 정부가 당장 올해 하반기 20개사를 선정한 후 기업 당 10억원의 예산을 지원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지원 대상 기업에 대한 선정 기준조차 마련되지 않았는데 예산 이용 계획부터 세운 것이다.

이외에도 △스마트 그린도시 △신재생에너지 금융지원 등의 그린뉴딜 사업도 구체적인 종합계획이 확정되지 않아 사업효과가 불분명한 ‘사업계획 부실 사업’으로 분류됐다.

스마트 그린도시 사업의 경우 사업 추진을 위한 기본 사항이 담긴 종합계획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신재생에너지 금융지원 사업은 재생에너지 시설의 ‘잠재 설치량’을 가정해 예산을 편성했기 때문에 구체적인 사업 계획이 미비한 상태라는 지적을 받았다.

예산정책처는 “그린뉴딜 유망기업 육성 사업계획에는 ‘그린산업 분야 유망 중소·벤처기업’이라고만 제시됐을 뿐 세부사항이 확정하지 못했다”며 “스마트 그린도시 등 사업효과가 불확실한 사업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기업지원 사업에서 지원대상의 범위는 정책의 핵심 사항이자 재정 소요를 산출하는 기초 요소”라며 “뉴딜 사업들은 단기적인 경기대응을 넘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우리 경제의 선순환 구조 구축에 기여할 수 있도록 편성돼야 한다”며 “정부는 선정기준을 구체화해 국회에 제출한 후 심의를 받아야한다”고 덧붙였다.

국제 환경단체들은 한국 정부가 국내에서는 그린뉴딜을 추진하지만 오히려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해외에서는 석탄화력발전을 추진하며 위선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사진은 지난 22일 워싱턴포스트에 국제환경단체가 게재한 전면광고의 모습./ 마켓포시스

◇ 환경단체, “석탄발전 그대론데 그린뉴딜?”… 실효성 의문 제기

아울러 그린뉴딜 정책이 환경 개선에 실효성이 있을지 환경단체들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녹색산업, 녹색사회를 만드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는 그린뉴딜 정책을 하면서, 석탄 등 화석연료 발전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의 ‘열대우림행동네트워크’ 등 9개 국제환경단체들은 ‘문 대통령님, 이것이 한국이 생각하는 그린뉴딜의 모습입니까?(President Moon, is this Korea’s idea of Green New Deal?)’라는 문구가 담긴 전면 광고를 미 일간지 워싱턴포스트에 게재했다.

해당 단체들은 “한국 정부가 내부에서는 그린뉴딜을 추진하면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에는 신규 석탄화력발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한국이 ‘기후 악당’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선 신규 석탄 화력발전소 투자를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열대우림행동네트워크는 “한국 정부가 국내에서는 더럽고 값비싼 석탄화력발전 비중을 줄이면서 해외에 수출한다면 위선적 행태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환경운동연합 안재훈 국장도 23일 개최된 ‘탄소중립과 그린뉴딜을 위한 발전부문 전망과 과제’ 포럼에서 “정부가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에 따라 석탄발전의 퇴출을 본격화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2034년까지 폐지되는 발전소의 절반에 해당하는 7.3GW를 증설할 계획”이라며 “이렇게 되면 

안재훈 국장은 “9차 전력수급계획이 처음으로 석탄발전 퇴출을 본격화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2034년까지 폐지되는 발전소의 절반에 해당하는 7.3GW가 증설된다”며 “석탄발전소의 수명  30년 보장한다면 2034년까지 석탄발전은 최대발전원을 유지하는 현상유지에 가깝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확대 목표는 세계 평균보다 훨씬 낮은 수준인 만큼 기후위기 시대와 그린뉴딜 정책과 부합하는 재생에너지 확대 목표를 재설정해야 한다”며 “전력부문 재생에너지 목표는 현재보다 더 획기적으로 상향조정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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