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국판 뉴딜의 추진을 본격화하면서 ‘그린뉴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환경단체 및 전문가들은 정부의 그린뉴딜 사업이 ‘그린’없는 그린뉴딜 사업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제7차 비상경제회의)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정부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춰 ‘한국판 뉴딜’ 사업 추진을 가속화하고 있다.  오는 2025년까지 114조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한국판 뉴딜 사업은 정보통신기술(ICT) 중심의 ‘디지털 뉴딜’과 녹색성장을 중심의 ‘그린뉴딜’을 큰 축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특히 그린뉴딜 사업은 현 정부가 추진 중인 ‘재생에너지 3020’(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생산량의 2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전략)과 맥을 같이 하기에 산업계와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 그린뉴딜 사업에 대해 환경단체들은 ‘그린’없는 그린뉴딜 사업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현재 기후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이산화탄소 배출 절감과 재생에너지 확충,  ‘탈(脫)’ 석탄발전 등의 내용이 빠진 ‘반쪽짜리’라는 것이다.

◇ ‘탈(脫) 탄소’ 계획 빠진 ‘그린뉴딜’

글로벌 환경운동단체 그린피스는 14일 정부의 그린뉴딜 종합계획에 대해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은 사라지고 개별적인 사업 육성안의 나열에 그쳐 큰 실망을 표한다”고 비판했다.

먼저 그린피스는 ‘탈 탄소 사회’로 향하는 목표 설정과 구체적인 로드맵이 없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정부의 그린뉴딜 종합계획에 ‘탄소 중립’을 지향한다는 선언과 달리 온실가스의 대대적인 감축을 위한 어떠한 목표와 실행방안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유엔 산하 국제기구인 ‘기후변화 정부 협의체(IPCC)’가 지난 2018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온난화 억제를 위해선 지구온도 상승폭을 기존 2.0℃에서 1.5℃ 아래로 조정해야 한다.

이에 따라 IPCC는 오는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현 수준보다 절반 가까이 감축해야만 지구 온난화를 억제할 수 있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현재 유럽연합과 미국은 각각 추진 중인 그린딜 사업과 LA·뉴욕의 그린뉴딜 정책에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절반 이상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는 내용을 반영한 상태다.

그린피스는 “IPCC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우리나라 정부가 발표한 그린뉴딜 사업 계획안에는 ‘탄소 중립을 지향 한다’는 표현 뿐”이라며 “구체적인 방안이나 IPCC의 권고안에 따라 이산화탄소 배출을 얼마나, 어떤 방식으로 줄일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나 계획이 나와 있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정부의 그린뉴딜 사업 계획안을 살펴보면 2025년까지 73조4,000억원이 투입되며 △도시·공간·생활 인프라 녹색전환 △저탄소·분산형 에너지 확산 △녹색산업 혁신 생태계 구축한다는 내용과 이에 얼마의 예산이 투입될지 정도만 나와 있다. 구체적으로 어느정도의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 효과가 있을지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환경운동연합도 성명서를 통해 “현재 한국정부의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이러한 기준에 턱없이 못 미친다”며 “게다가 이번 발표에서는 탄소배출제로를 위한 시한도 제시 못한 채 ‘탄소중립 사회 지향’이라는 막연한 문구만 들어가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린피스, 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들은 이번 정부의 그린뉴딜 사업 계획이 기후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이산화탄소 배출 절감과 재생에너지 확충,  '탈(脫)' 석탄발전 등의 내용이 빠진 ‘반쪽짜리’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 환경단체, “그린뉴딜 에너지 계획안, 재생에너지 3020 재탕”

그린피스와 환경운동연합 측은 재생에너지 확대에 대한 내용 역시 부실하다고 비판했다. 지난 2018년 정부가 출범한 ‘재생에너지 3020’ 계획안에서 달라진 것 없이 같은 내용을 반복했다는 주장이다.

권우현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이번 그린뉴딜 사업 계획안에 나온 2025년 재생에너지 설비 용량 목표는 재생에너지 3020과 거의가 차이가 없다”며 “2030년 재생에너지 최종 도입 목표와는 거의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이는데 중간 목표만 바뀌었다고 달라질 것은 없지 않겠는가”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지난 2018년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발표한 재생에너지 3020 계획안은 오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를 전체 에너지 생산량의 20%까지 끌어올린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이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는 2030년까지 48.7GW규모의 재생에너지를 신규 확대할 계획이며, 이중 95%는 태양광·풍력을 통해 생산한다는 목표다.

그런데 이번에 발표한 그린뉴딜 사업 계획안에서는 ‘신재생 에너지 확산’ 부문을 보면 태양광·풍력 발전 용량을 오는 2025년까지 12.7GW 수준에서 42.7GW수준까지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2018년 발표된 재생에너지 3020 계획안과 비교해 목표 년도와 재생에너지 목표 규모만 조금 줄었을 뿐, 방향에는 거의 차이가 없는 셈이다.

◇ 석탄발전 감축 계획도 미흡… 해외 석탄발전소 수출도 비난

환경단체들은 그린뉴딜 사업 계획안에 온실가스의 주범이자 국내서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을 유발하고 있는 석탄발전소 감축에 관한 전략도 담지 않은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실제로 국내에서는 석탄발전으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다. 올해 2월 사단법인 ‘기후솔루션’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석탄발전소에서 배출하는 대기오염물질로 인해 연간 995명의 조기사망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연간 7,039명에 이르는 국민이 우울증 등의 정신적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추정했다. 

하지만 그린뉴딜 사업 계획안을 살펴보면 ‘석탄발전’과 관련된 내용은 “석탄발전 등 사업 축소가 예상되는 지역에 신재생에너지 업종으로의 전환을 지원하는 등 녹색 전환과정에서 소외되는 지역·계층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도 추진 한다”는 것이 전부다.

우리나라는 석탄발전소에서 배출하는 대기오염물질로 인해 연간 995명의 조기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다. 하지만 그린뉴딜 사업 계획안에 온실가스의 주범이자 국내서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을 유발하고 있는 석탄발전소 감축에 관한 전략도 제대로 담겨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충남 태안군 석탄가스화복합화력발전소./ 뉴시스

권우현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계획에 따르면 OECD국가들에선 2030년까지 석탄발전소가 모두 퇴출돼야 한다”며 “하지만 우리나라정부가 IPCC의 석탄발전소 감축  시나리오처럼 목표를 짜고 있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이를 위해선 재생에너지 도입 목표를 늘려야되는 상황인데, 이번 그린뉴딜 사업 계획안을 보면 별다른 변화가 없다”며 “석탄발전소를 빨리 퇴출시킬 수 있는 여지를 정부가 만들지 않고 있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정부가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등 해외 국가에 석탄발전소를 수출하는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한전은 현재 인도네시아가 총 35억달러(한화 약4조2,500억원)을 투입해 자카르타 인근에 건설할 예정인 석탄발전소 자와 9·10호기에 5,100만달러(한화 약 62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국내외 환경단체들은 한국 정부의 태도가 ‘이중적’이라며 거세게 비난하고 있다. ‘열대우림행동네트워크’ 등 글로벌 환경단체 9곳은 “한국 정부가 내부에서는 그린뉴딜을 추진하면서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에는 신규 석탄발전소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는 위선적 행태라는 비난을 피하기 힘든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권우현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도 “정부가 석탄발전소 투자 등 ‘석탄금융’에 대한 투자를 계속하면서 그린뉴딜을 진행하겠다는 것은 아주 무책임한 태도”라며 “국내 목표만으로도 ‘그린’을 붙일 수 있을지 논란이 되는 상황에서 인도네시아 등 해외 국가에 온실가스 배출 책임을 전가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이어 “이는 개발도상국들이 계속해서 온실가스를 배출하도록 석탄발전소를 건설해주고, 우리나라 내부만 깨끗하면 된다는 생각”이라며 “한전, 발전 공기업, 투자회사들이 재생에너지로 금융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는데, 시대착오적 관점에서 석탄발전에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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