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형 감사원장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에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최재형 감사원장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에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최재형 감사원장이 28일 사의를 표명했다. 사실상 대선 출마를 위한 행보다. 대선은 이제 250여일 남았다. 정무 직무 감찰을 총괄하는 감사원장이 대권을 이유로 사퇴하는 것은 사상 초유의 일로,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한 사례라는 비판이 나온다. 

◇ 최재형의 ‘숙고의 시간’ 

최 원장은 이날 감사원으로 출근하며 사의를 표명했다. 최 원장은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의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5시 50분쯤 최 원장의 사의를 재가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사의를 수용하며 “감사원장의 임기 보장은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 최 원장은 바람직하지 않은 선례를 만들었다”고 아쉬움과 유감을 표했다. 

최 원장은 이날 사의를 표명하면서 대선 출마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는 “감사원장직을 내려놓고 대한민국의 앞날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숙고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대선 출마 의사를 묻는 질문에는 “오늘 사의를 표명하는 마당에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 차차 말씀 드리겠다”고 답했다. 

‘대한민국의 앞날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라는 발언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발언을 연상시킨다. 윤 전 총장도 지난해 10월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정치입문 의사를 묻자 “사회와 국민에 봉사할 방법을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올해 3월 4일 사퇴하면서 정치 입문 시점에 대해서는 “차차 말씀 드리겠다”며 숙고의 시간을 보냈다.

특히 ‘숙고의 시간’을 갖겠다는 것은 정치적 중립성 훼손에 대한 비난 여론을 희석시키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헌법기관장이 대선 출마를 위해 사퇴한 것은 초유의 일로,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는 행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라는 의미다. 

◇ 최재형 ‘7월 등판설’… 국민의힘 입당 가능성 제기

하지만 3개월 이상의 시간이 걸린 윤 전 총장과는 달리 최 원장의 등판은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다. 이제는 대선이 250여일 정도 남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일단 최 원장이 임기를 남겨놓고 사퇴한 것 자체가 대선 출마를 위한 행보로 볼 수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7월 중순 등판설도 제기된다.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등록일이 오는 7월 12일이기 때문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버스 정시 출발론’을 앞세워 8월 중순을 경선 합류의 마지노선으로 제시하고 있다. 특히 대선 본선까지 시간이 부족한데 다른 야권 후보들에 비해 인지도가 높지 않고, 조직이 부재한 상황이므로 국민의힘에 선제적으로 입당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최 원장은 윤 전 총장을 반면교사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윤 전 총장은 지난 3월 사퇴한 후, 3개월 넘게 잠행했다. 이 과정에서 잠행 기간이 길어지는 데 대한 피로도가 증가했고, ‘전언 정치’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 바 있다. 이에 최 원장은 윤 전 총장에 비해 더 빨리 입장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야권에서는 최 원장의 사의 표명을 반기는 분위기다. 최근 ‘윤석열 X파일’ 논란이 벌어지면서 최 원장을 ‘윤석열 대체재’로 인식하는 이들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준석 대표는 “최 원장은 저희와 공존하실 수 있는 분”이라고 했고, 정의화 전 국회의장도 “맑고 고운 분”이라며 치켜세웠다.

그러나 대선까지 250여일밖에 남지 않은 점, 낮은 인지도, 조직 부재, 낮은 출마 명분 등을 이유로 최 원장이 윤 전 총장의 대체재가 되기 어렵다는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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