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15일 대구 동성로와 동대구역 광장을 각각 방문해 유세에 나섰다. /뉴시스

시사위크|대구=권신구 기자  ‘보수의 심장’, ‘보수의 텃밭’. 수식어만큼이나 대구는 보수의 지지세가 강한 지역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여러 차례 선거에서 입증돼 왔고, 대통령 선거 때면 그 결집력은 더 강해졌다. 민주진영의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때에도 대구만큼은 보수 후보에 대한 ‘사랑’을 거두지 않았다. 그래서 민주당에게는 더 어려운 지역인 셈이다.

대통령 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5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모두 대구를 향해 구애를 보냈다. 윤 후보보다 먼저 대구를 방문한 이 후보는 ‘경북 출신’을 부각하며 ‘험지의 변화’을 기대했다. 반면 지지기반을 등에 업은 윤 후보는 “대구가 키웠다”며 지역민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이날 두 후보의 유세 현장에는 지지자들과 시민들이 몰리면서 뜨거운 열기를 뿜어냈다. 이 후보의 지지자들은 파란색 막대풍선을 나눠 흔들며 이재명을 연호했다. 직접 이 후보를 응원하는 플래카드를 챙겨 오기도 했다. 동대구역 광장에 모인 윤 후보의 지지자들의 응원도 만만찮았다. 각 지지자들은 깃발을 흔들며 ‘윤석열 대통령’을 연호했다. 

이 후보는 이날 대구 동성로 중앙 광장 유세에서 “저 이재명을 나아주고 길러주신 대구·경북의 중심”이라며 대구를 치켜세웠다. 그는 “고향 까마귀를 보면 반갑다는 데 여러분과 같은 물을 마시고 같은 땅을 딛고 자라났던 이재명을 보니 반갑지 않느냐”며 지역민들과의 공감대를 형성했다.

특히 그는 지역과 진영을 아우르는 ‘통합 대통령’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 후보는 “좋은 정책이면 김대중 정책이냐 박정희 정책이냐 좌파냐 우파냐 가리지 않는다”며 “오로지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데 필요하다면 연원과 진영을 가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오후 동대구역에서 거점유세를 한 윤 후보는 “대구에서 태어나지는 않았지만 사회생활을 대구에서 하고 어려울 때 대구가 따뜻이 맞아줬고 저를 키워줬다”며 대구와의 인연을 강조했다. 그는 “그런 면에서 저는 대구의 아들이나 다름이 없다”며 “제가 대구와 사회생활에서 인연을 맺지 않았다면 어떻게 오늘 이 자리에 있었겠나”라고 덧붙였다. 

윤 후보는 “대구 시민들께서 우리 국민의힘이 어려울 때 늘 지켜주셨고, 국가가 위기일 때도 늘 앞장서 주셨다”며 “민주당 정권 5년간 망가진 대구를 그야말로 단디해야하는 선거”라고 목청을 높였다.

◇ 대구 코로나 확산 두고 ‘책임론’ 공방

시간과 장소는 달랐지만, 두 후보 간 신경전이 불 붙기도 했다. 지난 2020년, 대구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책임을 두고 이 후보는 윤 후보의 잘못을 주장했다.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윤 후보가 신천지에 대한 압수수색을 막아섰다는 것이다.

이 후보는 “신천지가 코로나를 퍼뜨리고 방역에 비협조할 때 신속하게 압수수색해서 명단을 구하고 방역조치를 제대로 했다면 희생자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며 “그런데 법무부 장관께서 빨리 압수수색해라, 보건복지부 요청이니 하라고 해도 신천지는 압수수색을 당하지 않았다”고 힐난했다.

이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선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절체절명의 위기에도 영장을 반려시켜 방역활동을 방해했던 그런 공직자가 어떻게 대통령이 되겠나”라며 “신천지 성도는 무섭고 우리 대구시민, 경북도민의 생명은 보살피지 않아도 된다 그건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윤 후보는 이러한 대구 코로나 대확산이 정부의 ‘무능’ 때문이라고 맹비난했다. 윤 후보는 “무능하고 부패한 민주당 정권은 지난 2년간 코로나 방역에 실패하고 백신도 제때 구하지 못하고 치료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2년 전 대구에서 코로나가 시작될 때 민주당 정권은 ‘대구 봉쇄’, ‘대구 손절’을 떠들지 않았나”라며 “우리 대구 시민 여러분께서 이겨냈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더불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유세 현장에 지지자들과 시민들이 대거 모여들어 후보를 응원했다. /권신구 기자

◇ ‘정권 교체’ 분위기에도 엇갈린 민심

보수의 세가 강한 만큼 대구의 바닥 민심은 ‘정권 교체’의 목소리가 강하게 일렁였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이 후보를 지지하는 이들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지역 정서가 아닌 ‘인물’로서의 이재명을 지지한다는 것이다.

이 후보 지지자인 최모씨(60대‧남)는 이날 <시사위크>와 만나 “이 후보는 청소년 시기부터 어려운 삶을 살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그는 “어렵게 살았다 보니 어려운 사람들의 삶을 알 것”이라며 이 후보 지지 이유를 밝혔다. 늘 변화와 혁신에 선봉에 서 왔다는 점은 그가 이 후보를 지지하는 또 다른 한 축을 담당했다. 최씨는 “애를 많이 쓰고 다른 길을 가려고 하지 않았나”라며 이 후보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다른 지지자인 김모씨(20대‧남)도 이 후보의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경기도지사 때 했던 일들이 개인적으로 큰 기억이 남았있다”며 “청년들 입장에선 아무래도 실질적 역량은 물론, 국가에 대한 직접적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들다보니 이 후보가 인기가 많다”고 설명했다.

반면 윤 후보 지지자들의 목소리에선 단연 ‘정권 교체’의 필요성을 강하게 드러났다. 오모씨(60대‧남)는 “이번 대선에선 정권이 바뀌어야 한다”며 “이재명은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그는 “그 사람이 말하는 거하고 하루 바뀌면 행동이나 공약이 또 바뀐다”며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김모씨(80대‧남)도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후보의 성장과정이 형편이 없고, 이상하게 정이 안 간다”며 “아무리 비호감이라고 해도 윤 후보가 하면 그래도 좀 확실하게 안 해주겠나라는 생각이 들지만 이 후보는 말을 계속 바꾼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호남에서는 박정희 때려죽일 놈 해놓고는 대구에 와서는 딴소리를 한다”고 비판했다.

다만 이러한 여론이 윤 후보에 대한 절대적 지지는 아니었다. 오씨는 “정권은 바뀌어야 하는데 윤 후보는 넉넉지가 못하다”며 “윤 후보가 대통령이 될 자격이 못되는데 할 사람이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윤 후보는 대표로 운이 좋게 대통령이 되는거지 깜은 아니다”라며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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