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잔디마당에서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을 마치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공동취재사진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잔디마당에서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을 마치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공동취재사진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여권이 전임인 문재인 정부의 ‘통계조작 의혹’을 거론하고 나섰다. 최근 감사원이 지난 9월 말부터 국토교통부·통계청·한국부동산원 등을 대상으로 진행한 ‘주요 국가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의 실지감사(현장감사) 결과, 통계조작 의혹을 발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집값이 상대적으로 덜 상승한 지역에 치우치도록 표본을 왜곡하거나 임의로 입력하는 식의 조작 정황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난 문재인 정부의 통계조작이 점차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주 원내대표는 “우리는 이미 황수경 전 통계청장이 경질교체 될 때부터 문재인 정권이 통계에 대해 마음에 안 들어 쫓아냈고 통계를 마음에 맞게 할 청장을 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이미 성토하고 경고한 바 있다”며 “이번 감사원 감사결과를 보니까 통계조작이 우리가 예상했던 바를 훨씬 뛰어넘는 범죄행위가 개입된 것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통계 조작의 정도나 범위를 볼 때 이 문제가 단순히 통계청장 개인의 곡학아세나 출세욕으로만 치부될 수 있는 것이 아닌 훨씬 더 범위를 넘는 범정부의 묵인이나 조작이 있지 않았나 하는 그런 의심이 든다”고 했다. 이어 “통계는 국가 정책 수립 출발점이며 통계조작은 정책 실패와 국민 피해를 예비하는 범죄행위”라며 “지난 정권의 통계조작 전모를 파헤쳐서 불법이 있다면 엄중처벌 하여야 한다”고 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도 전날(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재인 정권은 현실과 동떨어진 통계를 내세워 실패를 성공이라고 국민을 속였다. 정부를 믿은 국민만 바보가 돼버렸다”며 “문재인 정권 5년간 전 국민이 잘못된 부동산 정책의 희생양이 돼야 했다”고 주장했다. 

원 장관은 “국가정책 상당 부분(은) 통계에 근거해야 결정된다. 국민의 주거와 직결되고 대다수 국민들의 자산 대부분을 차지하는 부동산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며 “만약 문재인 정부가 정권유지를 위해 부동산 관련 통계를 인위적으로 조작했다면 그것은 바로 ‘국정농단’”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해 협조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반면 민주당은 여권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전 정권 모욕주기”라고 반발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역임한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8일 원 장관을 향해 “원 장관의 수준이 참 형편없다. 현직 장관이 전임 정부를 두고 ‘통계조작’ 운운하는 수준이라니 어처구니가 없다”며 “현직 장관이 정치 보복의 돌격대를 자처한 듯 하다. 최소한의 구체적 팩트도 없이 ‘국정농단’이라니. 누구에게 잘 보이려 하는 말인가. 아니면 누가 시켜서 하는 말인가”라고 비난했다. 

윤 의원은 “윤석열 정부 6개월 동안 숱하게 봐 온 너무나 익숙한 패턴이다. 소재만 달라졌을 뿐 공통점은 차고 넘친다”면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등을 언급했다. 이어 “대한민국 안보를 난도질하고도 모자라, 이제는 통계인가. 속이 뻔히 보이는 수작”이라며 “대체 정부가 무슨 수로 그 수많은 눈을 속이고 '조작'을 할 수 있단 말이냐”고 반문했다. 

고민정 민주당 최고위원도 이날 SBS ‘김태현의 정치쇼’와의 인터뷰에서 “통계조작이 있었는가, 저희는 없었다고 분명하게 말씀드리고 싶다”며 “(현 정부가) 문재인 정부 모욕주기를 통해 그걸로 인기를 얻어 보고자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오히려 통계의 체계들을 개선하는 것들은 정부로서는 당연히 해야 될 역할 아니겠느냐. 그게 어떤 목적을 가지고 하게 되면 잘못”이라면서 “하지만 어떤 정부든지 정책도 체계를 개선하고 프로그램도 개편하지 않겠는가. 그러면 그거 다 조작인가”라고 반문했다. 

고 최고위원은 원 장관에 대해 “굉장히 강한 표현까지 쓰셨던데 요새 윤석열 정부의 장관하면 한동훈 장관만 떠오르지 않나”라며 “거기에 대한 신경이 좀 쓰이셨나, 애쓰신다 하는 생각이 든다”고 비꼬았다. 

문재인 정부 당시 야당이었던 국민의힘은 황수경 전 통계청장의 교체를 문제삼은 바 있다. 그러나 여권이 현 시점에 해당 의혹을 들고 나온 이유는 일종의 ‘시선 돌리기’로 보인다. 

전날 민주당은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의 재가동을 선언한 바 있고, 내년도 예산안을 위한 여야 협상은 교착 상태다. 이에 ‘전임 정권 때리기’ 카드를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많은 비판을 받았던 만큼, 부동산 관련 통계 조작이 드러날 경우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는 달리 여론이 움직일 것이라고 판단한 셈이다. 

반면 민주당은 감사원의 통계청 조사와 여권의 공세를 ‘정치 보복’으로 규정했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이나 감사원의 국민권익위 감사, 원전 의혹, 이재명 민주당 대표 측근 수사 등과 같이 이번 의혹도 같은 맥락이라 보는 셈이다. 그러나 황 전 청장이 교체될 당시 논란이 있었기 때문에 이에 대한 해명도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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