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와 함께 입장하고 있다. /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와 함께 입장하고 있다. /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이른바 ‘문재인 케어’를 직격하며 본격적인 개편을 지시했다. 건강보험 급여와 자격기준을 강화해 재원 낭비를 막고 의료 사각지대에 있는 국민을 위해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민들의 건강을 위협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은 1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제55회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국민 건강을 지키는 최후 보루인 건강보험에 대한 정상화가 시급하다. 지난 5년간 보장성 강화에 20조원을 넘게 쏟아 부었지만, 정부가 의료 남용과 건강보험 무임승차를 방치하면서 대다수 국민에게 그 부담이 전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혈세를 낭비하는 인기영합적 포퓰리즘 정책은 재정을 파탄시켜 건강 보험제도의 근간을 해치고 결국 국민에게 커다란 희생을 강요하게 돼 있다”며 “그래서 건보 개혁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건강보험 급여와 자격기준을 강화하고 건강보험 낭비와 누수를 방지해야 한다”며 “절감된 재원으로 의료사각지대에서 고통받는 분들을 두텁게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증 질환처럼 고비용이 들어가지만 반드시 해야 하는 필수 의료는 확실히 보장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건강보험 제도의 요체”라며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하고 중증 질환 치료와 필수 의료를 강화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윤 대통령이 언급한 건강보험 개혁은 소위 ‘문재인 케어’를 고치겠다는 의미다. ‘문재인 케어’란 2017년 8월 문재인 정부에서 발표한 ‘건강보험 보장 강화 정책’을 의미한다. 로봇수술·초음파·자기공명영상촬영(MRI)·2인실 등 3,800여개 비급여 진료 항목을 완전히 없애 가계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MRI·초음파 검사 등에 대한 남용과 이로 인한 재원 낭비가 부작용이라며 비급여 항목들을 다시 살펴보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보건복지부는 MRI 건강보험 적용으로 대표되는 ‘문재인 케어’ 개선 방안이 담긴 건강보험 관련 대책을 지난 8일 공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국무회의에서 "건강보험 정상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국무회의에서 "건강보험 정상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MRI·초음파 검사 등이 의학적으로 불명확한 경우에도 남용되고 있다고 보고 급여기준을 명확히 하기로 했다. 특히 올해 급여화 할 예정이었던 근골격계 초음파·MRI는 필수 항목을 설정해 제한적으로 급여화하겠다고 했고, 지원 규모 축소도 예고했다. 

본인부담 상한제 기준도 상향한다. 본인부담 상한제는 연간 건강보험 본인부담금이 개인별 상한액을 초과하는 경우 환급하는 제도다. 지원 대상 중 소득상위 30%의 상한액을 연평균 소득의 10% 수준으로 인상하고, 상급종합병원의 경증질환 105개의 외래 진료는 제외하도록 했다. 

정부는 또 외국인, 해외 장기체류자 등은 입국 후 6개월이 지나야 건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윤 대통령은 노동개혁, 교육개혁, 연금개혁 등 3대 개혁을 꾸준히 해왔다. 하지만 건강보험 재정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건강보험 개혁은 선택이 아니고 필수인 것은 그만큼 재정적자 위기가 심각하고, 그 피해는 당연히 사회적 약자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문재인 케어’ 폐기 선언이 나온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의 이같은 방침에 비판이 나왔다. 보건의료노조는 13일 성명서를 내고 “건강보험이 지속 가능하려면 보장성을 지금보다 훨씬 더 높여야 한다”며 “윤석열 정부의 “건강보험 지속 가능성 제고” 대책은 건강보험을 약화시켜 민간보험의 수익을 보장해 주는 방향을 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도 성명서를 통해 “건강보험 보장성 축소안은 전국민건강보험 도입 이후 역사적 퇴행”이라며 “현재의 건강보험 상한제도 주요국가의 제도에 비추어 충분치 않고 비급여가 포함되지 않아 유효성이 떨어지는 상황인데 이를 강화하기는커녕 축소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음은 윤 대통령 국무회의 모두발언 전문이다. 

 

2022년 12월 13일 오전 10시

장소 : 용산 대통령실 청사 2층 국무회의실

<모두발언>

지난 9일 16일 간 이어진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거부사태가 끝났습니다. 우리 경제에 깊은 상처를 남기고 2차례의 업무개시 명령이 발동된 후에야 이 파업이 끝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파업기간 중 발생한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끝까지 책임을 물어야 할 것입니다. 폭력, 갈취, 고용강요, 공사 방해와 같이 산업현장에 만연한 조직적인 불법행위 또한 확실히 뿌리 뽑아야 합니다.

경찰 등 법 집행기관은 엄중한 책임 의식을 갖고 불법과 폭력에 단호하게 대처해주기를 바랍니다. 국가가 신속하고 엄정하게 법집행을 하지 않고, 이를 방치한다면 국민과 근로자들, 그리고 사업주들은 겁나고 불안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제 임기 내에 불법과의 타협은 없을 겁니다. 

국민 여러분과 함께 법과 원칙이 바로서는 나라를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이번 파업기간 중에 고통과 불편을 감내하며 정부를 믿고 인내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깊이 감사드립니다. 정부는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서, 파업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를 복구하는데 전력을 다하겠습니다.

우리 산업의 경쟁력, 그리고 미래 세대의 일자리와 직결되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개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입니다. 공정하고 미래 지향적인 노사 문화가 정착되도록 개혁안을 논의해 나갈 것입니다. 

어제 미래 노동시장 연구회에서 노동시장 개혁을 위한 권고안을 제안했습니다. 근로시간 제도의 유연성과 탄력성을 높이고 임금체계를 직무성과 중심으로 개편하는 한편,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기준법 적용 문제 등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권고내용을 토대로 조속히 정부의 입장을 정리하고, 우리 사회의 노동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흔들림 없이 개혁을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현재 국회에서는 내년도 예산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정부의 첫 예산안 법정기한이 열흘이 넘게 지나가서 매우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정부는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이라는 3중고의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의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해서 건전재정으로 전환하고, 절감한 재원은 철저하게 서민과 사회적 약자를 지원하고 경제 회복을 시키는데 초점을 맞춰 예산을 편성했습니다.

그리고 예산 부수 법안으로 지정된 세제 개편안에는 우리의 국익과 민생의 사활적 이익이 걸려있습니다. 세제 개편을 통해 국민의 과도한 세부담을 정상화하고, 법인세를 인하해서 기업 투자와 일자리를 늘리고, 경제활력이 제고될 수 있도록 초당적 협력을 부탁드립니다.

각 부처에서는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즉시 내년 상반기에 조기 집행이 될 수 있도록 집행준비에 만전을 다해주시기 바랍니다.

정부는 지난 목요일 건강보험 개편의 첫 발을 뗐습니다. 

국민 건강을 지키는 최후 보루인 건강보험에 대한 정상화가 시급합니다. 지난 5년 간 보장성 강화에 20조원을 넘게 쏟아 부었지만, 정부가 의료 남용과 건강보험 무임승차를 방치하면서 대다수 국민에게 그 부담이 전가되고 있습니다.

국민 혈세를 낭비하는 인기영합적 포퓰리즘 정책은 재정을 파탄시켜, 건강보험제도의 근간을 해치고, 결국 국민에게 커다란 희생을 강요하게 돼 있습니다. 그래서 건강보험 개혁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건강보험 급여와 자격기준을 강화하고 건강보험 낭비와 누수를 방지해야 합니다.

절감된 재원으로 의료사각지대에서 고통받는 분들을 두텁게 지원할 것입니다. 중증 질환처럼 고비용이 들어가지만 반드시 해야 하는 필수 의료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보장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건강보험 제도의 요체입니다.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재고하고, 중증 질환 치료와 필수 의료를 강화할 것입니다.

올해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만, 국무위원들께서는 긴장을 늦추지 마시고 우리 경제와 민생을 살리는데 더욱 전념해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성장과 지속 가능성을 위한 수출드라이브에도 만전을 기해야 합니다. 

이틀 후에는 국민 여러분들과 함께 국정과제 추진 상황을 전반적으로 점검하는 자리를 가지고자 합니다. 국민 여러분께 국정과제 추진 상황을 소상히 보고드리고,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해서 향후 국정운영에 반영할 것입니다.

저는 집무실에 우리 정부의 120대 국정과제를 담은 보드를 세워놓고, 규범화된 정책 방향을 염두에 두고 국정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국무위원들께서도 120대 국정과제 책자를 늘 보고, 또 완벽하게 꿰고 있어야 합니다. 

핵심 국정과제의 이행 상황을 수시로 점검하며, 우리 정부가 국민과의 약속을 잘 지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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