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복지·노동 현장 종사자 초청 오찬에서 발언하고 있다. /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복지·노동 현장 종사자 초청 오찬에서 발언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27일 참모들에게 ‘당정 간 긴밀한 협의’를 강조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수석비서관회의와 국무총리 주례회동에서도 당정협의를 주문했다. 정책을 두고 대통령실과 여당, 그리고 정부의 긴밀한 협의는 당연한 일이지만 윤 대통령이 이 시점에 새삼 강조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최근 정책을 두고 혼선이 있었던 점을 고려한 지시라는 해석이 나온다. 

◇ 윤석열·김기현, 동시에 “당정협의 강화”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에 따르면, 이날 윤 대통령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법률안과 예산안을 수반하지 않는 정책도 모두 당정 간에 긴밀하게 협의하라”면서 “그 과정에서 국민여론이 충분히 반영되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또 윤 대통령은 지난 23일 국회에서 통과된 양곡관리법 개정안 대응방안에 대해서도 긴밀한 당정협의를 통해 의견을 모아달라고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당부했다. 

이날 대통령실과 당에서 이같은 메시지가 동시에 나온 것은 최근 ‘주 69시간 근무’, ‘자녀 셋 아빠 군 면제’ 등 정책 혼선 때문이란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당정 간 협의 강화를 지시한 데는 정책의 정확한 전달 및 여론 반영을 위함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오는 28일 국무회의에 참석해 당정 간 소통을 언급할 예정이다. 당초 이번주 국무회의는 국무총리 주재로 열릴 예정이었지만, 이같은 지시 때문에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도 대통령의 지시에 발맞추는 분위기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정협의가 훨씬 더 밀도 있게 신속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실과 당 정책위원회의 소통에 대해 “실시간으로 매우 긴밀하게 서로 카운터파트가 돼서 협의와 필요한 사항 공조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국민의힘은 박대출 신임 정책위의장을 임명하고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실과 정책위원회의 공조 강화에 착수했다. 이관섭 국정기획수석과 박대출 의장이 카운터파트가 돼 정책에 대해 긴밀히 논의한다는 의미다. 이는 국정기획수석실이 사실상 청와대 정책실 역할을 하며, 정책 수립 과정에서 당과 사전 조율을 한다는 뜻이다.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책이라는 게 바로 국민의 삶과 직결되는 것이니 당의 각 정책 파트 정책조정위원장들과 좀 더 적극적으로 소통해서 국민의 불편함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이끌어달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수석은 “지금보다는 훨씬 더 당정협의가 자주 개최될 것”이라고 했다. 

◇ 정책 조율도 중도층 마음 잡을까

윤 대통령이 당선된 지 1년이 지났고, 정부 출범도 10개월이 지났다. 지금 시점에 당정 간 협의를 지시한 이유가 꼭 최근 발생한 정책 혼선 때문만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특정 정책이 영향을 미쳤다고 얘기하기보다는 여당 지도부가 새로 들어섰기 때문에 명실상부하게 당정이 국정운영에 책임을 지고 함께 가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사실 당정이 설익은 정책을 제시하고, 여론의 거센 반대 때문에 급히 철회하는 모습은 윤석열 정부 들어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지난해 7월 교육부는 ‘만5세 초등학교 입학’을 골자로 한 학제개편안을 발표했다가 비판을 받았고, 박순애 교육부 장관은 결국 사퇴했다. 영빈관 신축도 ‘혈세 낭비’라는 비판이 일자 윤 대통령이 직접 철회를 지시했다. 최근의 ‘주 69시간 근무’ 논란도 결국 윤 대통령이 직접 ‘주 60시간 이상 근무는 무리’라고 지적했다. 

이날 윤 대통령의 지시는 정부 출범 이후 당정 간 정책 조율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점을 드러낸 셈이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이준석 전 대표 사태로 내홍에 휘말리면서 정책조정위원회의 가동이 사실상 멈춘 상황이었다. 그동안 일어난 정책 관련 논란도 당정 간 사전 조율 미비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즉 대통령과 당 대표가 갈등을 겪으면서 ‘갈팡질팡’ 정책이 남발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아울러 윤 대통령이 취임한 지 10개월이 지난 뒤 당정 간에 원활한 정책 소통을 시작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정책 혼선으로 이탈한 중도층의 마음을 돌리는 것과 국민의힘이 민생 정당으로서의 면모를 보이는 게 관건이다. 

이에 국민의힘은 박 의장 임명을 계기로 분야별 6개 정조위원회 기능을 복원해 부문별 위원장이 각종 정책을 확실하게 챙기고 후속 조치도 점검하게 할 방침이다. 박 의장은 “정책 혼선으로 비칠 수 있는 빈틈을 만들지 않는 것도 정책 역량”이라며 “국민과 당 그리고 정부가 정책의 삼위일체를 이루면서 실시간 당정 조율을 주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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