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부터 26일까지 제80차 유엔(UN)총회 참석차 3박5일 美 방문
세계 최대 다자외교 현장서 ‘글로벌 책임 강국’으로서의 위상 제고 집중
대한민국 대통령 최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 자격 공개토의 직접 주재도

미국 순방 일정을 마친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지난달 26일(현지시간) 필라델피아 국제공항에서 공군1호기에 탑승해 인사하고 있다. / 뉴시스
미국 순방 일정을 마친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지난달 26일(현지시간) 필라델피아 국제공항에서 공군1호기에 탑승해 인사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22일부터 26일까지 제80차 유엔(UN)총회 고위급 회기 참석을 위해 미국 뉴욕을 방문한다. 총 190여 개 회원국 정상이 모이는 이번 유엔총회에서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복원력과 이를 기반으로 한 국제사회의 기여 의지를 알리는 데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국제사회 일원으로 ‘더 잘 준비된 대한민국’을 알리는 데 집중한다는 각오다.

19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유엔총회 참석 계기에 3박 5일간 일정으로 뉴욕을 방문할 예정이다. 매년 9월 셋째 주에 열리는 유엔총회는 193개국 회원국 정상급 인사가 참석하는 세계 최대 다자외교 현장이다. 이번 총회는 유엔 창설 80주년을 맞아 열리는 행사이자 이 대통령에겐 취임 후 두 번째 다자외교 무대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를 전망이다. 지난 G7 정상회의는 취임 후 급박하게 참석하게 된 만큼, 이번 유엔총회가 ‘실질적 다자무대 데뷔’라는 평가다.

이 대통령은 이번 순방에서 크게 두 가지 측면에 집중할 전망이다. 하나는 ‘글로벌 책임 강국’으로서의 위상을 제고하는 것이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유엔의 지원하에 전쟁의 위기로부터 민주주의를 지켜냈고,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성장한 한국이 최근 민주주의의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돌아와서 유엔 창설 80주년이자 해방 80년인 올해 유엔총회 무대에서 글로벌 책임 강국으로서 평화·개발·인권 의제에 기여하고 있음을 부각하고자 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순방 둘째 날인 23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발신할 것으로 보인다. 위 실장은 “기조연설을 통해 민주 대한민국의 복귀를 선언하고 한반도 정책 등 우리 정부의 외교 비전을 제시할 것”이라며 “인류의 평화와 번영을 이뤄 나가기 위한 한국의 기여 방안에 대해 설명할 예정”이라고 했다. 한반도 평화 정책에 대한 의제도 이번 순방에서 다뤄질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같은 날 오후 유엔 사무총장과 면담에서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사무총장의 지지를 당부할 것이라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월 16일(현지 시간) 캘거리 한 호텔에서 열린 다니엘 스미스 앨버타주 수상 주재 G7 초청국 리셉션에 참석하고 있다. /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월 16일(현지 시간) 캘거리 한 호텔에서 열린 다니엘 스미스 앨버타주 수상 주재 G7 초청국 리셉션에 참석하고 있다. / 뉴시스

◇ 실용외교 강화하고 ‘투자 유치’도 노력

이번 순방을 통해 민생 경제 중심 국정 기조를 국제적 차원에서 구현하겠다는 생각도 갖고 있다. 도착 첫날인 22일 세계경제포럼(WEF) 의장 겸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인공지능(AI) 및 에너지 전환 협력방안을 논의하고, 미국 월가의 금융계 인사들이 참석하는 ‘투자 서밋’에 참여하는 것도 이러한 의중이 담긴 행보다. 이 대통령은 투자 서밋에서 주요 글로벌 핵심 투자자를 만나 우리 정부의 경제정책을 소개하고 한국에 대한 투자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대통령실은 설명했다.

세계 최대 다자외교 무대인 만큼, 주요국들과의 양자회담도 계획 중이다. 유엔 사무총장을 비롯해 프랑스·이탈리아·우즈베키스탄·체코·폴란드 등과 회담을 통해 양국 간 유대를 강화하고 방산, 인프라 등 실질 협력을 논의할 계획이다. 이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측 인사가 프랑스가 주최하는 팔레스타인 국제회의에도 참석한다. 위 실장은 “주요국과의 관계 강화, 한국경제에 대한 신뢰도 제고가 종합적으로 이뤄지도록 잘 준비하고자 한다”고 했다.

다만 이번 순방에서는 관심이 집중됐던 도널트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만남은 계획돼 있지 않다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비교적 근래인 지난달 25일 한미 정상회담이 진행됐고, 오는 10월 경주에서 진행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회담 가능성이 열려 있는 만큼 무리해서 추진하진 않았다는 것이다. 일각에서 이번 만남이 성사되지 않은 배경에 한미 관세 협상 여파라는 해석이 나오는 것은 경계했다. 위 실장은 “관세 협상이 안 돼서 정상회담이 안 된다 그런 것과는 관계없다”며 “지금은 관세 협상은 협상대로 실무를 준비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순방에서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 자격으로 안보리 공개토의를 직접 주재할 예정이다. 24일 진행될 안보리 공개토의는 ‘인공지능과 국제평화·안보’를 주제로 개최된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지난 2일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무엇보다 영국이나 미국과 같은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는 서구 선진국이 주도했던 AI 이슈를 좀 더 대한민국이 주도하겠다는 선언적 의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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