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대비못한 서울시를 수사하라' 기자회견에서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관계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
8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대비못한 서울시를 수사하라' 기자회견에서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관계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이태원 참사 다음 날 윤석열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압사’라는 단어를 쓰지 말 것과 ‘이태원 사고’라는 표현을 쓰라는 구체적인 지시가 나왔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야당이 조직적 은폐와 조작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아울러 희생자들의 유류품에 마약검사를 의뢰한 것은 정부의 책임 돌리기라고 질타했다.

지난 7일 국회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소속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참사 당시 보건복지부, 소방청, 소방본부 등 관계자가 나눈 메신저 대화 중 “박향 보건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이 ‘오늘 대통령주재 회의 결과 이태원 압사 사건을 ‘압사’ 제외하시고 이태원 사고로 요청드려요”라고 말했고, 서울재난 인력 관계자가 “이태원 사고로 변경하겠습니다”라고 답한 내용을 공개했다.

복지부 측은 이와 관련해 “이태원 사고 명칭과 관련해서 그간 여러 차례 정부 입장을 설명해 드린 바 있다”며 “추가로 답변할 내용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안호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8일 오전 브리핑을 통해 “용산 이태원 참사에서 직접적 원인인 ‘압사’를 지워 책임을 피하고 파문을 줄이려고 한 조직적 은폐 시도가 드러난 것”이라며 “유가족 간의 연락을 차단하고, 희생자 명단 공개를 막고, 위패와 영정이 없는 분향소를 만들고, 희생자를 사망자로 부르고, 근조 리본을 뒤집어 달게 하는 기괴한 행위가 이루어진 것도 모두 같은 맥락”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의 참사 책임 은폐, 조작과 책임 전가 시도의 근원지가 결국 대통령주재 회의는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며 “그런데도 정부는 여전히 반성 없이 뻔뻔하게 중립적인 표현이라며 유가족의 가슴에 또다시 대못을 박고 있다. 국가의 책임이 분명한데 책임이 아닌 중립을 말하는 것은 책임 은폐, 조작, 전가와 무엇이 다르냐”고 반문했다.

박홍근(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3세미나실에서 열린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수습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박주민(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이태원참사 대책본부 참사수습단장,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이태원참사 대책본부장, 박 원내대표, 우상호 이태원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장,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이태원참사 대책본부 진상조사단장./뉴시스
박홍근(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3세미나실에서 열린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수습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박주민(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이태원참사 대책본부 참사수습단장,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이태원참사 대책본부장, 박 원내대표, 우상호 이태원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장,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이태원참사 대책본부 진상조사단장./뉴시스

지난 7일 JTBC는 경찰이 참사가 발생한 이태원 골목에서 유류품을 수거해 11월 4일 마약류 성분 검사를 의뢰했다고 보도했다. 검사 대상은 희생자 것으로 추정되는 휴대폰과 옷뿐 아니라 사탕이나 젤리로 추정되는 물질, 생수병 등 400여 점 이었으며 조사 결과는 모두 ‘음성’이었다.

경찰은 “참사 초기 사고 원인이 마약 범죄와 관련돼 있다는 의혹이 제기돼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유류품의 소유자가 불분명한 데다 사망 원인과 관련이 없는 상황에서 마약 검사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여론이 나오고 있다.

안 수석대변인은 “검경이 희생자의 유류품 400여 점에 대해 마약검사를 의뢰하고 마약부검을 진행한 것도 희생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려 한 시도로 의심된다”고 지적했고, 임오경 민주당 대변인은 “검찰의 ‘마약 부검 제안’에 이어 경찰 역시 참사 현장에서 수거한 유류품에 대해 마약 검사를 의뢰했다. 참사 책임을 회피할 길을 마약에서 찾고자 했던 것이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임 대변인은 “국민 모두가 아는 참사 원인에 검찰과 경찰이 눈을 감고, 희생자들에게 그 책임을 씌우려고 시도했던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한동훈 장관은 마약부검 제안에 대해 억울함을 풀기 위한 결정이라고 일축하고 있지만 수많은 원인 중 왜 하필 마약이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참사 발생 하루 뒤인 지난 10월 30일 희생자의 장례식장을 방문한 광주지검 소속 모 검사가 유족에게 시신 부검 및 마약 검사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 알려지면서 마약과 엮으라는 상부의 지시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가중되고 있다. 희생자 고(故) 이지한 씨의 아버지 이종철 씨는 지난 6일 YTN 라디오에서 “(부검 이야기를) 저도 들었고, 아마 유가족들 거의 다 들었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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