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남극=남극특별취재팀  남극 세종기지는 과학기지다. 극지란 환경에서 대기‧지질‧해양‧생물‧동물 등 다양한 분야의 기초과학 연구를 진행한다. 이런 연구 활동이 원활히 진행되려면 무엇보다 시설 유지에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극지란 특수성이 있기 때문이다.

발전기를 비롯해 담수 시설, 보일러 시설 등 기본 인프라에 문제가 발생하면 세종기지 운영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때문에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인프라 관리도 세종기지 월동대원들의 중요한 임무다. 그 역할의 중심은 월동대의 시설유지반이 담당한다. 현재 남극 세종기지에서 시설유지반을 이끌고 있는 대원은 노기영 시설유지반장이다. 그에게 남극세종과학기지의 설비분야 이야기를 들어봤다.

◇ 시설 유지… “한국 과학을 지탱하는 대들보란 자부심”

“남극 세종기지 운영을 인간의 ‘뇌’라고 비유한다면 시설 유지 업무는 ‘심장’으로 볼 수 있다. 24시간 쉬지 않고 뛰어야 하기 때문이다. 전기, 물, 가스 등 인프라가 잠시라도 문제가 발생하면 세종기지의 모든 것이 멈추게 된다.”

올해 남극세종과학기지(이하 ‘세종기지’)의 제38차 월동연구대의 시설유지반은 △기계설비 대원 2명 △중장비 대원 2명 △발전 대원 1명 △전기설비 대원 1명 △해상안전 대원 1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돼 있다. 7명의 유지반 대원은 세종기지 전체의 시설을 관리한다. 그리고 이들을 총괄하는 시설유지반장은 기계설비 전문가인 노기영 대원이다.

세종기지는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전력 사용을 위한 태양광 발전과 석유 발전을 비롯해 바닷물을 사용할 수 있는 담수화 시설 그리고 오수를 처리하는 정화시설 등이 구축돼 있다. 또 실내농장 시설인 스마트팜(세종온실)과 식재료 등을 저장할 수 있는 냉동시설도 있다.

극지 환경에서 과학 연구를 수행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치된 최소한의 시설이지만 상당한 규모에 해당한다. 또 시사위크 취재팀이 세종기지 주변 다른 나라의 기지들(아르헨티나‧러시아‧칠레‧우루과이‧브라질‧폴란드‧중국)을 다 가보진 못했지만 몇몇 방문한 기지와 비교를 한다면 시설 관리 측면에서는 자부심이 생길 정도로 월등하다.

취재팀이 세종기지의 시설 관리가 잘 돼 있음을 확인 할 수 있었던 것은 월동대원들의 숨은 노력 때문이다. 특히 유지반 대원들을 일사불란하게 지휘하면서도 세종기기 곳곳에서 본인의 업무를 처리하고 있는 노기영 유지반장이 역할이 컸다.

노기영 유지반장은 세종기지 대장의 월동대 조회가 끝나면 유지반 대원들과 기계동에서 유지반 회의를 추가로 진행한다. 유지반 대원의 업무 하나하나를 꼼꼼히 챙기기 위해서다. 큰 기계 설비와 중장비 그리고 야외 업무가 많은 유지반 대원 입장에서는 정확한 업무 지시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선임자의 가이드가 필수다.

노기영 반장은 세종기지 월동이 처음이다. 하지만 이미 장보고과학기지에서 2차‧5차‧9차 월동을 수행한 남극 전문가로 많은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그래서 유지반 대원들에게 업무를 지시할 때도 막힘이 없다.

남극 월동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책임감’이라고 노기영 반장은 말한다. 남극을 단순히 도전의 대상으로 생각하고 오게 되면 극한의 환경을 적응할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반드시 ‘일을 하러 왔다’는 책임감과 각오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노기영 유지반장은 “과학자들의 연구 지원을 위해서 유지반이 쉬는 건 불가능하다”며 “하지만 그만큼 한국 과학을 지탱하는 대들보라는 자부심이 있다”고 말했다.

◇ 남극 마이더스의 손이 만드는 ‘신선 채소’

남극은 얼음의 땅이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나무 한 그루 볼 수 없다. 건조하고 강한 바람, 그리고 혹독한 추위는 식물의 번식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 식탁에 한 부분인 땅에서 자라는 엽채소(상추, 깻잎 등)나 과채소(토마토, 고추 등)는 남극에서 만날 수 없다.

하지만 극지연구소는 이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컨테이너형 인공광 실내농장을 통해 세종기지에서 엽채소와 과채소를 동시에 재배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게다가 복합환경제어시스템으로 초보자들도 작물을 손쉽게 재배할 수 있도록 했다.

“한 아이를 키우는 데에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식물 재배도 마찬가지다. 초보자도 쉽게 작물을 재배할 수 있게 만든 시스템이라 할지라도 식물을 잘 재배할 수 있는 ‘손맛’의 능력자가 필요하다. 노기영 유지반장이 그 남극 마이더스의 손이다.

노기영 유지반장은 장보고기지에서 스마트팜을 운영해 봤다. 깻잎, 상추, 고추 등을 주로 재배했다. 하지만 “키우기가 쉽지 않아 수확량이 적었던”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취재팀이 현장을 방문했을 때 노 반장은 세종기지 스마트팜 컨테이너 구석구석을 살피며 배양액, 온도, 선반 등을 체크했다.

노기영 유지반장은 “세종기지는 최신 시스템이 들어온지 얼마 안됐다. 좋은 시스템이 잘 구축돼 있기 때문에 채소를 더 잘 키울 수 있을 것 같다”며 “수확량을 예측하긴 어렵지만 월동대원들이 다 먹고 남을 정도로 수확을 해보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기계설비를 운영하면서 어려운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노 반장은 오히려 의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어떻게든 만들어야 한다. 크기가 달라 수리가 어려우면 깎아서라도 만들어야 한다”며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대안을 찾아 실행하는 것이 중요함을 설명했다.

극한의 환경에서 숨이 허덕거릴 정도로 움직이며 업무를 해야 하지만 노 반장은 항상 미소를 짓고 있다. 식당에서 식사를 할 때도 늘 조리대원에서 감사함을 표시하며 식사를 한다. 그는 남극에서 만들어가는 기지의 작은 변화들이 많은 성취감을 가져다 준다고 전했다.

노기영 유지반장은 “세종기지가 존재하는 건 연구를 하는 목적 때문이다”며 “유지반에서는 연구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시설 유지 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이 임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월동기간 동안 보수할 수 있는 설비는 모두 다 진행해 연구자와 월동대가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 김두완 기자, 박설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