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대 이동통신 5G가 상용화된지 1년이 조금 넘었다. 서비스 초기단계인 5G는 개선점이 많은 상황이다. 그런데 아직 5G 상용화도 완성되지 않은 시점에서, IT, 통신업계는 벌써부터 다음 통신 세대인 '6G'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바로 '기술 선점' 때문이다./ istock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5세대 이동통신 ‘5G’가 상용화를 시작한지 1년하고도 3개월이 지났다. 5G는 스마트 팩토리, 자율주행,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 시대 핵심 기술들의 ‘혈관’이 될 것으로 기대 받고 있다. 때문에 전 세계 이동통신사들과 IT업계는 5G통신의 글로벌 시장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 지금도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물론 아직 5G는 ‘서비스 초기’ 단계라 볼 수 있어 개선할 부분이 상당히 많다. 세계 최초 상용화를 시작한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5G기지국 숫자의 부족으로 인한 통신망 불량 문제, 비싼 요금제 등은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받고 있다. 물론 4G(LTE) 역시 서비스 초기단계에 이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 때문에 ‘시간이 약’이라는 게 통신업계 입장이다.

그런데 아직 5G가 완성되지 않은 시점에 정보통신기술(ICT)업계에서는 다음 통신 세대인 ‘6G’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다. 무슨 이유일까.

◇  미래 ICT 산업 핵심은 ‘퍼스트 무버’… “글로벌 경쟁 위해선 6G 미리 준비해야”

ICT·통신업계가 5G의 문제점을 개선하기도 전에 6G를 준비하자 5G이용자들은 “5G조차 아직 불편한 점이 많은데 벌써 6G를 준비할 이유가 있냐”며 “일단 5G의 안정성부터 확보하는게 먼저”라고 불만을 내비치고 있다. 

이런 소비자들의 불만에도 ICT·통신업계에서는 지금부터 6G통신의 기술과 시장 전망에 대한 대비는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바로 글로벌 통신시장에서의 ‘퍼스트 무버(First mover)’ 자리의 중요성 때문이다.

퍼스트 무버란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선도자’를 뜻하는 단어로, 기술 산업의 변화를 주도하고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창의적인 선도자를 의미한다. 단순히 새로운 제품이나 기술을 빠르게 따라가는 기업을 일컫는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의 반대 개념이라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빠르게 급변하는 ICT분야에서 퍼스트 무버가 되는 것은 곧 글로벌 시장 주도권 확보의 초석을 다지는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현재 글로벌 IT산업경쟁은 곧 ‘핵심기술 선점’과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어떤 국가에서 먼저 새로운 핵심기술을 선점하게 되면 이에 따른 ‘시장선점효과’의 파급력은 엄청나다. 

핵심기술을 선점한 국가는 곧 글로벌 시장에서 하나의 ‘기준’으로 자리 잡게 된다. 또한 핵심기술을 제외한 작업은 다른 국가 기업에 하청을 넣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현재 삼성전자, 애플 등 초대형 글로벌 IT기업들의 운영 방식이 바로 이것이다.

특히 미래통신기술에 대한 핵심기술 선점 경쟁은 더욱 치열할 전망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다가올 4차 산업혁명에서 핵심기술들의 기본 뼈대가 되는 것이 바로 ‘통신’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글로벌 IT기업들과 각국 정부는 핵심기술 확보를 위해 아직 5G가 완성도 안된 상태에서 6G시대를 바라보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빠르게 급변하는 ICT분야에서 '퍼스트 무버'가 되는 것은 곧 글로벌 시장 주도권 확보의 초석을 다지는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말한다. ICT업계와 통신업계가 소비자들의 불만에도 지금부터 6G 시대를 준비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픽사베이

장석권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난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가 개최한 ‘중장기 6G 연구개발사업’ 기획안 공청회서 “5G도 최근에야 상용화돼서 벌써부터 6G를 준비한다는 것이 의아한 분들도 계시겠지만 지금부터 준비해야 하는 이유는 6G가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내는 인프라이자 공장이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석권 교수는 “5G시대에 화웨이 통신장비 시장에서 1위를 달성한 것은 일찍 출발했기 때문”이라며 “우리나라의 경우 삼성전자가 일찍부터 준비했다면 5G통신장비 시장에서 1위를 달성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리서치 차세대통신연구센터장 최성현 전무도 “현재 5G 상용화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이동통신 기술의 한 세대가 10년인 점을 고려하면 6G 준비가 절대 이르지 않다”며 6G시대 준비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했다.

◇ 6G 상용화, 2030년 예상… 삼성전자, “초실감 XR기술 등 미래 서비스 등장할 것”

6G는 최대 전송속도 1,000Gbps, 무선 지연시간 100μsec로, 5G 대비 속도는 50배 빨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무선 지연시간도 10분의 1로 줄어드는 등 다양한 면에서 획기적 성능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렇게 빠른 6G가 본격적으로 상용화된다면 어떤 기술과 서비스를 우리는 만나게 될까. 국내서 6G시대를 준비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14일 발간한 ‘6G백서’에 따르면 6G가 본격 상용화될 경우 △초실감 확장 현실 (Truly Immersive XR) △고정밀 모바일 홀로그램 △디지털 복제 등의 서비스가 등장할 전망이다.

주요 기술 트렌드는 △커넥티드 기기의 폭발적인 증가 △AI 활용 통신 기술 확대 △개방형 협업을 통한 통신망 개발 △통신 기술을 활용한 사회적 격차 해소와 지속가능한 발전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내년부터 6G 개념 및 기술 요구사항 논의를 시작으로 표준화가 착수할 예정”이라며 “이르면 2028년부터 상용화에 들어가 2030년 본격적인 서비스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삼성리서치 차세대통신연구센터장 최성현 전무는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에서부터 네트워크 장비, 통신 반도체 칩까지 토탈 솔루션을 확보하며 5G 상용화에 성공했다”며 “삼성전자는 그동안 쌓아온 기술력을 근간으로 6G 기술 연구를 본격화하고 향후 산학연관 협력을 통해 6G 글로벌 표준화와 기술개발 생태계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정부도 6G시대에 대비한 전략을 수립 중이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2월 AI와 6G통신 등 향후 5~10년 이상의 혁신 네트워크 진화 방향을 담은 로드맵 ‘차세대 네트워크 혁신 전략’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해당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현재 정보통신 관련 민관 전문가 등을 대상으로 과제를 제안 받고 의견을 수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5G서비스 안정화와 더불어 6G 등 차세대 통신 기술이 포함될 예정이다.

과기정통부 용홍택 정보통신산업정책관은 “우리나라가 4G LTE가 상용화된 다음해인 2012년부터 5G 통신 비전 수립을 시작한 것을 비춰볼 때 지금부터 6G를 전망하는 것은 결코 이르지 않다”며 “다양한 의견들을 충분히 검토해 6G 시대를 미리 대응하기 위한 방향을 설정하고 차세대 이동통신 발전을 위한 정책 참고자료로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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