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난방비 폭탄’을 맞은 서민과 중산층의 난방비 지원을 검토하라고 지시했지만,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관철시키기 어려워 보인다. 사진은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시내 한 주택가에 가스계량기가 설치된 모습. /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난방비 폭탄’을 맞은 서민과 중산층의 난방비 지원을 검토하라고 지시했지만,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관철시키기 어려워 보인다. 사진은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시내 한 주택가에 가스계량기가 설치된 모습. /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난방비 폭탄’을 맞은 서민과 중산층의 난방비 지원을 검토하라고 지시했지만, 기획재정부가 재정 문제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을 요구했으나, 이뤄지기 어려울 전망이다. 당초 윤 대통령의 지시와는 달리 취약계층 집중 지원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 국무총리·기재부 ‘난색’

이번달도 난방비 폭탄이 예고된 가운데 당정은 도시가스비 지원을 중산층으로 추가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정부가 이미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 계층, 노인질환자 등 취약계층에 대해 난방비를 지원하기로 했기 때문에, 당정이 논의하는 것은 지원 대상 확대 및 지원 규모를 넓히는 방안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중산층과 서민들의 난방비 부담을 완화할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전 국민의 60~80%를 차지하는 중산층까지 지원할 경우 조 단위 예산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추경안을 편성해야 한다. 정부는 취약계층 난방비 지원 1,000억원과 기존 예산 800억원 등 총 1,8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일단 추경 편성으로 돈이 풀리면 인플레이션이 심각해질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생각이다. 이미 고물가인 상황에서 추경으로 인해 시중에 대규모로 돈이 풀이면 물가가 들썩여 서민층에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지난달 126억9,000만달러의 무역적자를 기록했는데, 추경 편성으로 국채를 추가 발행하면 대외신인도가 하락해 국내 경제가 더 어려워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국가재정이나 여러 가지를 고려했을 때 기재부가 중산층 난방비 지원에 대해 난색을 표하고 있다"면서 “당은 중산층까지 확대했으면 좋겠다라는 얘기를 전달했고, 여러 차례 협의도 했다. 그러나 정부 재정에 대한 여러 고민이 있기 때문에 절충점을 아직까지 못 찾았다”고 설명했다. 

여당에서 여러 차례 난방비 지원 대상 확대를 요청했으나 기재부에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이는 대통령의 지시와 기재부의 반응이 다르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성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이 지시에도) 부처가 다시 검토를 하고 문제점을 얘기하는 것은 좋은 나라 시스템으로 보여진다”고 주장했다. 성 의장은 ‘결론적으로는 중산층까지 난방비 지원은 어려울 것 같다고 이해하면 되는가’라는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한덕수 국무총리의 발언도 ‘중산층 지원 불가’에 대한 근거를 더해주고 있다. 한 총리는 지난 7일 “대내외적으로 대한민국 재정정책이 엉터리 정책이라는 평가를 받아서는 안 된다. 국민에게 참아주십사 해야 할 것은 참아주십사 말씀드려야 한다”고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대통령이 중산층까지 지원하라고 했음에도, 총리가 반대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대통령실도 뒤로 물러서는 모양새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에게 성 의장의 발언에 대해 “정부가 계속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정책에 있어서 목표하는 바가 있고, 실제로 가능한 게 있고 조금 시간이 지나서 가능한 게 있다. 가장 어려운 서민 지원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중산층도 어려움을 겪고 있어 검토하고 있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재원 마련이 쉽지 않다는 기재부의 반대를 뚫기는 어려워 보인다. 문제는 지원책이 마련되지 않았을 때 여론 악화다. 

반면 민주당은 지속적으로 ‘에너지 물가 지원금’으로 7조2,000억원의 추경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 소속인 우원식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은 이날 국회의원 전원에게 친전을 보내 “예결특위 위원장으로서 에너지 요금 급등을 비롯한 앞으로 닥쳐올 경제 위기의 근본적 해소를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정식으로 제안한다”며 “민생 회복과 경제 엔진 재점화를 위해 추경 편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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