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옹진군의 섬 덕적도는 해수면이 상승하는 대조기마다 바닷물이 도로 안으로 침투해 반복적인 침수 피해가 발생해왔다. 올해 9월 백중사리 기간에는 침수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으나 주민들은 여전히 불안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올해 9월 10일 해수면이 높아졌을 당시 모습. / 옹진군청
인천 옹진군의 섬 덕적도는 해수면이 상승하는 대조기마다 바닷물이 도로 안으로 침투해 반복적인 침수 피해가 발생해왔다. 올해 9월 백중사리 기간에는 침수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으나 주민들은 여전히 불안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올해 9월 10일 해수면이 높아졌을 당시 모습. / 옹진군청

시사위크=이미정·정소현·김두완·박설민·권신구 기자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은 전 세계 연안을 위협하고 있다. 태평양의 일부 섬나라에선 국토가 조금씩 바닷물에 잠겨 국가 존립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바닷물이 해안가를 넘어, 도시를 삼킬 수 있다는 얘기다. 한반도도 이러한 위협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

◇ “마당까지 물이 차올랐다”… 섬 마을을 덮친 ‘해수’

“올해는 주택 침수가 되진 않았지만 안심할 수 없죠.” 인천 옹진군의 섬 덕적도 북리2리 이장인 김영길 씨는 백중사리 시기가 다가오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덕적도는 지난해 8월 해수면이 가장 높아지는 백중사리 시기에 도로는 물론 인근 주택 내부까지 물이 차올라 주민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  사진은 당시 피해 모습/ 옹진군청
덕적도는 지난해 8월 해수면이 가장 높아지는 백중사리 시기에 도로는 물론 인근 주택 내부까지 물이 차올라 주민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  사진은 당시 피해 모습/ 옹진군청

백중사리는 음력 7월 15일인 백중일과 1년 중 조석간만의 차이가 가장 큰 사리(大潮)가 겹쳐 해수면의 높이가 연중 가장 높아지는 시기다. 올해 백중사리 기간은 양력 9월 8일에서 11일까지로 관측됐다. 이 시기엔 밀물과 썰물의 차이(조차)가 연중 가장 크게 나타나기에, 만조 시 해안가 일부 저지대는 해수 범람 위협에 직면할 수 있다.

덕적도 북리 해안도로는 해수면이 상승하는 대조기마다 바닷물이 도로 안으로 침투해 반복적인 침수 피해가 발생해왔다. 대조기는 매달 음력 보름과 그믐 무렵, 조수간만의 차가 가장 큰 시기다. 이 시기에는 밀물 수위가 높아진다.

특히 지난해 8월 백중사리 시기에 덕적도는 큰 침수 피해를 입었다. 도로는 물론 인근 주택 내부까지 물이 차올라 재산상 피해는 물론, 주민의 안전까지 위협받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주민들은 주택 내부에 차오른 물을 퍼내느라 곤욕을 치른 것으로 전해졌다.

북리2일 이장인 김영길 씨(사진)는 “주택 내부까지 물이 차올랐는데, 매우 심각한 문제였다”고 설명했다. 사진은 당시 피해 모습. / 옹진군청
북리2일 이장인 김영길 씨(사진)는 “주택 내부까지 물이 차올랐는데, 매우 심각한 문제였다”고 설명했다. 사진은 당시 피해 모습. / 옹진군청

김씨는 취재진과의 전화인터뷰에서 “대조기 때, 바닷물이 넘어와 해안도로가 침수되는 일은 이전에도 자주 있었다. 그런데 마을 도로를 넘어 주택 내부에도 물이 차오른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였다”고 토로했다. 주택가 침수는 땅에서 물이 솟구치는 양상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바닷물을 넘치지 않도록 쌓아놓은 옹벽을 통해 해수가 침투했고 역류 현상이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주민 피해가 커지자 지자체는 대응에 나섰다. 인천시와 옹진군은 총 60억원의 예산을 확보해 덕적도 북리해안에 대해 침수방지사업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김씨는 “침수방지사업이 진행돼 다행”이라면서도, 완전히 불안감을 떨쳐내진 못했다. 기후변화로 해수면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고, 집중호우나 태풍이 잦아지고 있어 언제든지 바닷물이 넘칠 수 있는 위협이 존재하고 있다는 불안 때문이다.

김씨는 덕적도에 산지 20년째라고 한다. 그는 기후변화 위협을 체감하고 있다고 했다. 김씨는 “예전엔 대조기 때도, 이렇게까지 바닷물이 차오르지 않았다”며 “바닷물 수위가 이전보다는 훨씬 높아졌고, 태풍과 집중호우 등 기상변화도 잦아졌다. 바닷물이 많이 차오를 때, 집중호우가 겹치면 많은 주민들이 침수 걱정을 한다. 섬에 살다보니 불안이 더 크다”고 전했다. 그는 다음달 추석 무렵 대조기 때도 피해를 입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토로했다.

인천시 소래포구는 지난해 백중사리 때 대규모 침수 피해를 입었다. 올해는 해수 범람을 막기 위한 공사가 진행되면서 침수 피해를 입지 않았다. 사진은 지난 9월 9일 만조 때, 새벽 소래포구 모습. / 시사위크
인천시 소래포구는 지난해 백중사리 때 대규모 침수 피해를 입었다. 올해는 해수 범람을 막기 위한 공사가 진행되면서 침수 피해를 입지 않았다. 사진은 지난 9월 9일 만조 때, 새벽 소래포구 모습. / 시사위크

김씨는 “이런 문제는 덕적도 주민들만 겪고 있는 것이 아니”라며 “기후변화 위협이 커지면서, 섬 지역이나 해안 저지대 주민 대부분은 불안감을 갖고 있다. 지난해엔 덕적도 외에도 많은 지역에서 침수 피해를 겪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해안 저지대 곳곳에선 최근 몇년 간 크고 작은 침수 피해가 빈번해지고 있다. 대조기와 집중호우 시기가 겹칠 때, 피해가 커지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8월과 9월 대조기 때엔 인천 지역 섬 대청도, 소청도, 연평도, 승봉도 등에서 도로 34곳, 물양장 17곳, 주택 5곳 등 총 57곳이 침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인천시 소래포구 역시, 상습침수 구역이다. 지난해엔 피해가 유독 컸다. 백중사리 기간에 태풍 영향까지 겹친 결과다. 다만 올해 백중사리 기간엔 침수 피해를 입지 않았다. 해수 범람을 막기 위한 공사를 진행한 데다 집중호우를 피한 영향이다.

지난 9일 소래포구에서 만난 한 상인 A씨는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소래포구가 저지대라 대조기 때 늘 잠기다 보니, 항구 쪽에 벽을 높이는 공사를 했다”고 전했다. 선주인 어민 B씨는 “작년엔 태풍 종다리가 겹쳐서 소래포구가 잠겼다”며 “올해는 피해가 없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 “해수면 1.1m 높아지면 여의도 172.94배 국토 잠긴다”

우리나라 해수면은 수십 년간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해양수산부가 우리나라 연안 해수면 높이 관측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35년(1989~2023년) 동안 평균 해수면은 매년 3.06mm씩 높아져 총 10.7cm가량 상승했다.

지난 35년간 우리나라 해역별 평균 해수면 상승 속도는 울릉도를 포함한 동해안이 연간 3.46mm로 가장 높았고, 그 뒤로 서해안(연 3.20mm), 남해안(연 2.74mm) 순으로 나타났다.

해양수산부가 우리나라 연안 해수면 높이 관측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35년(1989~2023년) 동안 평균 해수면은 매년 3.06mm씩 높아져 총 10.7cm가량 상승했다. / 그래픽=이주희 기자
해양수산부가 우리나라 연안 해수면 높이 관측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35년(1989~2023년) 동안 평균 해수면은 매년 3.06mm씩 높아져 총 10.7cm가량 상승했다. / 그래픽=이주희 기자

해수면 상승 속도는 최근 10년간 더 빨라지고 있는 추세다. 과거 10년간(2004~2013년) 약 2.8cm 상승(연 2.79mm)한 것에 비해 최근 10년간(2014~2023년) 약 3.9cm(연 3.88mm) 올랐다. 같은 기간 대비 최근 10년간 1.1cm가량 더 많이 높아진 셈이다.

해수면이 지속 상승하면서 침수 위협에 노출되는 연안도 늘고 있다. 이달 2일 충남 서천 송석항 인근에서 만난 공무철 송석어촌계장은 “송석항을 현재 높이로 만든 지가 20년 정도 됐다. 그 당시만 해도 해수면 높이가 넉넉해서,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바닷물 수위가 점차 높아지다 보니 대조기 때면 해수가 넘치는 일이 잦아졌다. 항구 인근 주차장까지 해수가 넘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해수면 상승에 따른 위협이 우리에게도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으로 연안 도시의 침수 위협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해양환경공단이 제공하는 ‘해수면 상승 시뮬레이터’에 따르면 현재 추세로 저감 없이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경우(RCP 8.5), 2050년에 국내 해수면이 40cm 상승한다. 이렇게 되면 여의도 면적의 88.55배가 바닷물에 잠기고 약 4,037명으로 침수 피해를 입을 것으로 추산된다.

같은 기준 아래, 2100년엔 해수면이 1.1m 오른다. 이 경우, 여의도 면적의 172.94배인 501.51㎢의 국토가 사라지고, 3만7,334명이 침수 피해를 입을 것으로 추산된다.

해양환경공단이 제공하는 ‘해수면 상승 시뮬레이터’에 따르면 현재 추세로 저감 없이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경우, 2100년 우리나라 해수면은 1.1m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 그래픽=이주희 기자
해양환경공단이 제공하는 ‘해수면 상승 시뮬레이터’에 따르면 현재 추세로 저감 없이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경우, 2100년 우리나라 해수면은 1.1m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 그래픽=이주희 기자

온실가스 저감정책이 실현된 경우(RCP 4.5)에도 위험은 상존한다. 2050년엔 해수면이 34cm 상승해 3,448명이 침수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측됐다. 같은 가정 아래, 2100년엔 해수면이 72cm 오르고 여의도 면적의 119배인 346.15㎢가 침수되는 것으로 예상됐다. 이 경우, 총인구의 0.03%인 약 1만3,563명이 침수 피해를 입게 될 것으로 예상됐다.

이러한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연안생태계가 붕괴되는 것은 물론, 우리의 삶의 터전이 파괴된다. 연안 주민들은 살던 곳을 떠나야 한다. ‘기후난민’이 우리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기후변화에 따른 해양 재난위협은 우리 앞에 조금씩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온실가스 저감 노력을 이어가고 있지만 재난위협에서 완전히 자유롭기 어렵다. 해수면 상승 요인 외에도 대형 태풍, 홍수 등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이상기후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 예측 어려운 해양재난… “도시 ‘회복탄력성’ 높여야”

재난연구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예방대책만으로는 기후변화 재해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조성윤 인천연구원 인천안전도시연구센터장은 시사위크와의 전화인터뷰에서 “기후변화에 따른 각종 재해를 완벽하게 막기는 어렵다. 해수면 상승에 대비한다고 무한정 제방을 높게 쌓을 수는 없지 않냐”면서 “한 쪽을 높게 쌓으면 다른 지역에서 문제가 생기는 구조적인 한계점이 있을 수도 있다. 재해 대응은 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물리·환경적 요인과 사회·경제·행정제도 취약성 모든 부문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시가 재해 위험에 적응하고 스스로 복원할 수 있도록 ‘회복 탄력성’을 키우는 방향으로 재난 대응 방식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바닷물 범람을 막는 것에만 초점을 맞출 게 아니라, 재해 후 도시가 빠르게 회복할 수 있도록 복원 능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재해 대응 방식을 바뀔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재해 대응 연구 분야에선 리질리언스(Resilience, ‘복원력’) 개념이 주목을 받고 있다. ‘복원력’은 예측 불가능한 변화나 위기에 직면했을 때, 이를 신속하게 극복하고 적응하며 회복하는 능력이다. 기후위기 시대를 맞아 생태학뿐 아니라, 방재 분야에서도 널리 활용되고 있다.

기후변화 위협에 ‘저항’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앞으로 우리는 그 위협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적응’하고 살아남아야 하는 숙제를 마주하고 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