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의 총파업이 시작된 24일 오전 광주 광산구 진곡산단 공영차고지에 화물차들이 서있다. /뉴시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의 총파업이 시작된 24일 오전 광주 광산구 진곡산단 공영차고지에 화물차들이 서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소속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노동자들이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를 요구하며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간 가운데, 윤석열 정부가 ‘업무개시명령’(혹은 운송개시명령) 발동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 “업무개시명령 실무 검토 중”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은 25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통해 “(업무개시 명령 발동은) 대한민국의 경제 파국을 막기 위한 비상한 조치인 만큼 현재 각 산업 부문별 피해를 확인하는 등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다”며 “이 명령에도 복귀하지 않으면 법적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이 부대변인은 “법에 따라 국가 경제에 매우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거나 우려가 있을 때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수 있다”며 “다만 그 시기에 대해서는 현재 특정해 말씀드리기는 어렵다. 현재 다양한 검토가 실무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업무개시명령을 언급한 바 있다.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제14조에 따르면, 운송사업자나 종사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화물운송을 집단 거부해 큰 지장을 주는 경우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할 수 있다. 해당 명령이 발동되면 운송기사는 즉각 업무에 복귀해야 한다. 이를 거부할 경우 30일 간의 면허정지(1차 처분) 또는 면허취소(2차 처분) 될 수 있다. 또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 등 형사처벌도 받을 수 있다. 

대통령실이 이같은 극단적인 조치까지 염두에 두는 것은 화물연대 파업에 명분이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부대변인은 “(정부는) 이미 안전운임제 일몰 연장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상태며 품목 확대는 안전운임제 연장 이후 논의해 볼 수 있는 사안”라며 “이를 위해 정부는 화물연대 측에 안전 운임 TF 구성을 제안했으나 이에 응하지 않은 채 다시 집단 운송거부에 나선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 부대변인은 “일부에서는 정부가 지난 6월 화물연대 측과의 합의 이후 5개월 간 손을 놓고 있었던 것 아니냐, 이런 지적이 나오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국토부는 지난 6월 이후 화물연대와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었다. 또 집단 운송거부 사태의 원만한 해결과 국가경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어제 화물연대에 면담을 요청해 놓았다”고 강조했다. 

◇ 노조에 ‘강경일변도’ 태도 

일부에서는 어려운 경제 여건을 고려해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을 이르게 발동하면 파업이 조기 종식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글로벌 복합위기를 맞이한 상황에서 물류난 장기화가 이어질 경우 경제회복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경제적 손실이 커지기 전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노동계에서는 업무개시명령 발동은 무리수라고 보고 있다. 일단 이는 파업 무력화를 목표로 도입된 제도인 데다, 2004년 도입 뒤 현재까지 한 번도 발동된 적이 없다. 만일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고 화물연대에서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다수의 운송기사는 면허정지 1개월 처분을 받게 된다. 이 경우 대체인력이 없다면 정말로 한 달간 물류 마비가 올 수 있다는 게 노동계의 시각이다. 

또 지난 6월 정부와 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를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는 잠정안에 합의를 했지만, 국민의힘이 이를 번복했다. 이후 5개월간 국토부는 국민의힘을 설득하지 못했고, 결국 총파업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거기다 윤석열 정부는 18년간 한 번도 발동되지 않은 업무개시명령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러다보니 정부여당도 윤 대통령의 노동관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은 지난 6월 화물연대 파업에도, 지난 7월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파업에도 ‘불법’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6월에도 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윤석열 정부는 화물연대를 노동3권이 보장되는 노조로 보지 않고 강경 일변도로 대응하고 있다.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드는 건 퇴행적인 노동관을 숨기지 않는 윤 대통령”이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또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에도 ‘주 52시간제는 비현실적’, ‘중대재해처벌법이 기업인들의 경영 의지를 위축시켜’, ‘한국은 고용보호가 지나치다’는 등의 발언을 해 몇 차례나 ‘노동관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대통령이 돼서도 이같은 시각은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경북 봉화 광산 매몰 사고에도 “사고 발생 후 책임을 묻는 처벌 위주의 정책만으로는 소중한 생명의 희생을 막을 수 없다”고 해 중대재해처벌법을 지적하기도 했다. 

물론 윤석열 정부도 화물연대와의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실 안팎에서는 윤 대통령이 민주당의 안전운임제 연장과 확대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소식이 흘러나온다. 또 ‘이전 정권과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는 분위기도 있다. 이같은 태도가 파업을 조기 종식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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