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발언 수위가 연일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의도에 조국혁신당의 돌풍을 염두에 둔 '선명성 경쟁'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사진은 이 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 및 성남FC 뇌물의혹 공판 출석을 위해 차에서 내리고 있는 모습. /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발언 수위가 연일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의도에 조국혁신당의 돌풍을 염두에 둔 '선명성 경쟁'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사진은 이 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 및 성남FC 뇌물의혹 공판 출석을 위해 차에서 내리고 있는 모습. / 뉴시스

시사위크=전두성 기자  ‘4‧10 총선’이 보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발언이 연일 강해지고 있다. ‘망조’, ‘개판’, ‘미친 나라’ 등 과격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또 탄핵을 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정치권에선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시사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이러한 이 대표의 강한 발언은 조국혁신당의 돌풍을 염두에 둔 ‘선명성’ 경쟁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 여권 공세 빌미 준 이재명 ‘발언’

이 대표는 전국을 순회하며 민주당 후보자들을 지원하고 있다. 그는 현장에서 거리 인사를 하던 중 발언을 하거나 현장 기자회견 형식을 통해 윤석열 정부에 대한 비판을 이어왔다. 이 자리에서 이 대표의 발언 수위가 높아지기도 했다.

그는 전날(25일) 경남 김해에서 “나라가 이렇게 순식간에 망가지는 것을 본 적 있는가”라며 “차라리 (대통령이) 없으면 낫지 않았겠나”라고 말했다. 지난 23일 경기도 포천에선 “이미 나라에 망조가 들었다. 2년도 안 되는 시간에 이렇게 나라를 망칠 수 있는가”라며 “이제는 스톱시켜야 한다. 4월 10일은 회초리를 드는 날”이라고 했다. 또 윤석열 정부의 R&D(연구‧개발) 예산 삭감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이런 미친 나라가 어디 있는가”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가 탄핵을 시사했다는 해석이 나온 발언은 지난 19일과 21일에 나왔다. 그는 강원도 춘천에서 “이제는 권력을 회수할 때다. 그 서슬 퍼런 박근혜 정권도 우리가 힘을 모아서 권좌에서 내쫓지 않았는가”라며 “국민을 겁박하고 억압하는 잘못된 머슴들은 확실하게 책임을 묻고 해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의 텃밭인 전북 군산을 찾은 자리에선 “주인을 탄압하기까지 하면, 이건 종이 아니라 침략자 아닌가”라며 “본분을 잃어버린 일꾼들은 해고해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이 대표의 발언은 창당 당시부터 ‘반윤석열’ 기조를 이어오고 있는 조국혁신당과 비교했을 때 선명성에서 뒤처지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 대표가 민주당 독자 과반 의석을 목표로 더불어민주연합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지만, 더불어민주연합의 지지율이 조국혁신당의 지지율보다 뒤처져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이 대표의 발언은 득보다 실이 큰 모양새가 됐다. 이 대표의 수위 높은 발언이 연일 나오면서 국민의힘의 공세 대상이 됐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26일 이 대표의 발언을 두고 “이렇게 인격에까지 결함이 많을 줄은 정말 몰랐다”고 쏘아붙였다. 윤희석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공보단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 정도 수준이면 정말 자격이 없는 것”이라며 “이 대표의 가장 큰 결점은 우리 사회의 기본 시스템을 부정하고 민주주의와 법치라는 핵심 가치를 무시한다는 것”이라고 직격했다.

윤 대변인은 “대선에서 패배한 당사자가 ‘해고’, ‘중도해지’ 등 대통령의 탄핵을 시사하는 발언을 이어가는 것은 참으로 졸렬하다”며 “‘2찍’, ‘강원서도’, ‘5.18 폄훼’, ‘셰셰’까지 매일 발생하는 설화로 인해 ‘이재명 사법 리스크’에 이어 ‘이재명 막말 리스크’가 가장 큰 문제라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러나 알맹이 없는 그저 욕설에 가까운 비방으로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며 “심지어 얕은 지식과 거짓말로 국민을 선동하려는 교활한 시도는 더더욱 민심의 역풍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의 발언은 야권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이 대표가 전북 군산에서 5‧18민주화운동을 ‘회칼 테러’에 비유한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그는 “(정부는) 언론을 겁박해서 ‘야, 너 칼침 놓는 거 봤지? MBC 잘 들어. 옛날에 회칼 봤지? 농담이야’, ‘광주에서 온 사람들 잘 들어. 너희 옛날에 대검으로 M16으로 총 쏘고 죽이는 거 봤지? 너 몽둥이로 뒤통수 때려서 대가리 깨진 거 봤지? 조심해. 농담이야’ 여러분 이게 농담인가”라고 말한 바 있다.

이에 이낙연 새로운미래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5·18 광주민주화운동은 어떤 경우에도 희화화될 수 없다”며 “이 대표의 5·18 관련 발언은 충격적이다. 대통령실 황상무 전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테러’ 발언을 비판하기 위한 비유였다고 하더라도 그 표현과 태도가 참담하다”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